8편의 단편소설을 하나의 줄기로 만날 수 있는『조공원정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듯 하면서 결국은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들면서, 혹시 내 삶의 문제가 다른것 때문이 아닐까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가『조공원정대』다. 심각하게 읽다가 피식 웃게 만들고, 이런 문제도 이렇게 다룰 수 있구나 싶으면서도 IMF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여전히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고, 그로인해 겪게되는 청년실업, 빈곤, 물질만능주의를 겪고 있는 청년들을 들여다 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청년들의 모습속에서 지금의 나를 찾아보게 된다. 아... 세상은 참 살기 힘들구나. 그래도 힘내고 웃자. 슈퍼맨도 일을 하는 시대에 살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 내가 얼마나 행복한가?

안녕 할리 - '가게 보증금마저 털리고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어버린 내게 남은 것이라고는, 현실에 굴복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전적으로 현실에 달려 있다는 깨달음뿐이었다.' (p.33) S만을 바라던 어머니가 다른 것에 눈을 돌리고, S만 바라던 내가 I에 눈을 돌려도 세상은 왜이리 고단한지, 그에곁에 남아있는 유일한 '할리'도 그에 것이 아니었다.
조공원정대 - '뉴스에서는 미국에서 벌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 때문이라고 했다. 충격이었다.' (p.44) 서브프라임이 뭔지도 모르는 청춘들. 소녀시대를 만나기 위한 조공원정대를 꾸리지만, 그들이 가는곳 마다 만나게 되는 서브프라임의 충격은 사라져 버려 찾을 수 없는 미선의 아이와 루왁커피 T10과 함께 서브프라임을 만들어낸 나라의 아이들인 토니, 제리, 티파니로 만 남게 만든다.
어느 추운날의 스쿠터 - '약속된 이십오 분 중 벌써 이십일 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내 옆에 포탄이 터져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도 피자를 먼저 배달해야 될 판이었다.' (p.82) 민방위 훈련으로 인해서 배달을 못하게 된 생계형 배달원인 내가 지구대 안에서 만난 'Fuck you Korea'를 외치는 외국인들. 판매할 수 없는 피자와 온기가 남아있는 배달 박스. 서브프라임의 시작은 미국이었으니 조지와 빌이 한국에 온 것도 서브프라임 덕분일까?
헤드기어 맨 - '처음 철거 용역 제의를 받은 날 나는 헤드기어를 붙들고 펑펑 울었다. 초능력 인간의 맞수인 초능력 악당으로 전락하는 순간을 맛봐야 하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p.124) 철거로 어머니를 잃은 나는 아버지의 유산인 헤드기어를 쓸때만 초능력 인간이 된다. 초능력 인간이 되어도 아내도, 아이도 지킬수 없는 헤드기어 맨은 헤드기어 없이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다.
유글레나 - '단지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서 내 성기 이름을 굳이 유글레나라고 지은 것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둘 다 홀로 생식하는 것이 닮았다.' (p.139) 변변한 직장 하나 잡지 못하는 청춘에게 AV 배우 '소라'는 모든 청춘들에게 평등했다. 그녀와 이름이 같은 옛 여자친구 소라는 여전히 그를 찾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 그에겐 야동에 나오는 소라가 더 욱더 확실한 존재이고, 또 다시 그의 유글레나는 무성생식을 한다.
미운 고릴라 새끼 - '원숭이도 그렇게 사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 있어요? 당신이 생각만 바꾼다면 가능해요'(p.184) 보노보노 원숭이처럼 살기를 원하는 두목의 여인. 계란 장수였던 아버지. 보노보노 원숭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어머니. 최고의 계란을 찾기 위해 아버지를 찾은 그가 알게 된것은 자기 영역과 암컷을 지키는 일이 전부인 고릴라들 틈에서 자랐기 때문에 스스로를 고릴라라고 믿었왔음을 알게 된다.
악당의 탄생 - '오히려 자신의 목숨 값을 내고 그 가격에 맞는 서비스를 받는 것이 합리적이죠. 자신이 받은 것에 대해 대가를 치르는 것. 그것이 정의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돈 없는 분들은 경찰이나 응급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그런 서비스는 공짜잖아요.' (p.197) 슈퍼맨이 구조서비스 맨이 되었다. 슈퍼맨과 함께 동업을 하는 히어로들.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하지만, 왜 슈퍼맨은 석탄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들지 않고 돈을 받고 구조를 할까?
아담의 배꼽 - '하지만 배꼽을 가진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는, 나의 자식들에게 절대로 보여주지 않을 작정이다' (p.241) 에덴에서 쫒겨난 아담과 하와의 아이들. 신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배꼽이 있는 아담과의 사이는 불화를 맞게된다. 카인과 아벨, 그리고 실라. 순결한 혈통이 목적이 아닌 루빌을 지키기 위한 아담의 계획을 모두 알게 된 후에도 아담과 하와의 문제를 덮어버리고 신의 혈통을 주장하는 것이 진실이라면 난 어떻게 해야하나?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