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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장미 자수 디자인
아오키 카즈코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바느질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바느질도 뜨개질도 자수도 못하는게 없는 이 친구는 조곤히 앉아서 뭔가를 뚝딱뚝딱 잘도 만들어 낸다. 10년전에 처음 만났던 날도 옆에 앉아 뭔가를 하더니 아크릴 수세미라면서 내게 건넸었다. 나랑은 맞는게 하나도 없는것 같은 이 친구가 사회에 나와서 만난 가장 친한 친구다. 그리고 이 친구가 생각이 나서 『행복한 장미 자수 디자인』을 읽기 시작했다. 바느질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가 이런 책을 읽고 있으니 '푸하핫~'하면서 시원하게 웃고 있지만, 내가 읽는 이유는 친구가 왜 이런 책을 좋아하는지 알고 싶어서 였다. 그리고 선물 하면 되니 일석이조 아닌가? 그리고 지금 이 오밀조밀한 책을 펼쳐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든다. 요거 요거 은근 재미나다.

자수책을 재미있게 읽는 이유를 친구는 알고 있다. 나는 이 예쁜 자수보다 아오키 카즈코가 자수에 얽힌 이야기를 써놓은 곳을 보고 있으니 말이다. 장미를 6년째 키운 아오키 카즈코가 작은 장미가 성숙해져 탐스럽게 피어나고 꿀벌 날갯짓 소리를 들으며 우두커니 정원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장미 자수 디자인을 하고, 그 과정에서 그냥 바라보기만 할때는 알아채지 못한 미묘한 색 차이나 다채로운 꽃술 등 세세한 점에도 눈길이 가고, 장미의 디테일을 재확일할 수 있어서 수확이 크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장미를 기르고, 수놓고,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저자의 글들은 참 사랑스럽다.

'장미 중독'이라고 저자는 이야기를 한다. 처음 장미를 열그루 심다가, 오십 그루 넘게 심었을 즈음부터는 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가, 백 그루에 가까워지고 나서도 더 심을 데는 찾고 있다고 하니 분명 그녀는 장미 중독인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장미 중독은 사랑스럽다. 장미를 보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꽃으로 또 다른 장미를 탄생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장미 중독자 답게 이 책에는 29종의 장미가 수놓아져 있는데, 작가는 자수로 '장미도감'을 꾸미기도 한다. 장미를 수놓고 장미를 심은 날짜를 함께 수놓거나, 피어 있는 꽃을 보며 자수를 놓으면서 사랑스러운 장미 중독자들은 틀림없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작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수를 놓지 않으면서도 책만으로도 나는 작가가 말하는 이야기에 끌려 그녀가 놓는 자수를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다. 어쩜 이렇게 장미를 놓는 방법들이 많은지 대단하다는 생각만 든다. 그뿐인가? 장미에 대한 상식들도 자수와 함께 곳곳에 뿌려주고 있다. 장미와 허브를 섞어 심으면 병충해를 입지 않는다거나, 장미 양옆에 마늘을 심으면 좋다는 이야기. 미스터 블루버드라는 파란색 장미는 꿈의 대명사이지만, 파란색과는 거리가 먼 보랏빛을 띤 분홍색이라는 이야기. 들러리가 있어야 주인공이 더 빛나는 것처럼 장미를 둘러싼 나무와 화초가 있기 때문에 장미가 더 아름답게 보이고, 제철에 피는 비색이 훌륭한 꽃과 해충 기피 식물도 자수의 소재로 완벽하다는 이야기까지 이 얇은 책속에 장미와 관련된 에피소들이 오밀조밀 사랑스럽게 펼쳐진다.

자수책이다. 나처럼 읽는 것을 더 좋아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이 책은 다른면으로도 훌륭하다. 장미를 수놓는 여러가지 자수 기법이 자수를 놓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 확실하고 가장 근사한것은 실물도안이 실려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친구가 옷을 만들기 위해 도안을 구하는 과정을 본적이 있는데, 이 도안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었다. 돈으로 살수는 있지만, 옷만드는 옷 본 한장이 그렇게 비싼지 몰랐었다. 그런데 『행복한 장미 자수 디자인』속에는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모든 종류의 장미가 실물크기로 실려있다. 도안뿐만 아니라 어떻게 만드는지까지 알려주고 있다. 자수실을 3가닥을 사용하고, 카우칭은 같은 색 25번 자수실 1가닥으로 고정하고, 아플리케 천은 시접없이 재단하라는 등 자수에 빠져있는 이들에게는 굉장한 책이다.
저자는 장미자수는 정말 어려운 자수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예전부터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자연스럽고 소박한 일상을 키워드로 자신만의 장미를 찾아 수놓는 것은 행복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평소 사용하는 유리컵에 조그만 장미 한송이. 그런 생활이 자신과 어울린다는 아오키 카즈코는 그래서 쉽게 자수를 놓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서 이 책을 만들었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어려운 장미 자수를 쉽게 따라할 수 있게 해주는 『행복한 장미 자수 디자인』는 장미 자수를 놓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것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