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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평점 :
2011년 초에 박완서님이 요단강을 건너신 후 선생님의 작품을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다. 이곳저곳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했던 작품들이 간간히 나오긴 했었지만, 이렇게 선생님의 글만으로 선생님을 느낄 수 있는 글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뿐이다. 대단한 작가이셨으니 선생님의 미 발표 작이 한두편이 아니라고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 가을 이렇게 선생님의『노란집』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노란집'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출간되었다. 고흐의 노란집이 아담한 노란집이 아니 듯, 선생님이 사신던 '노란집'도 작은 오두막같은 집은 아니다. 알면서도 책을 읽는 내내 작고 아담한 집을 떠오르게 만들고 그런 집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아치울 노란집에서 쓰신 글이라고 박완서 작가님의 따님인 호원숙 작가가 서문에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지금은 그곳을 찾는 이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얼마전에도 『노란집』출간 이벤트로 많은 분들이 노란집을 찾으셨고, 그곳에서 호원숙 작가의 목소리로 박완서 작가님의 글이 낭독되었다는 글을 읽은적이 있다. 사진으로 본 '노란집'은 내 머릿속에 그려졌던 집의 모습은 아니었다. 아마도 사진으로 보기전에 『노란집』을 읽으면서 호원숙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상사화 꽃대와 나무수국 흰빛과 목백일홍 붉은 꽃송이들이 옛 시골집의 모습을 떠오르겠 했는지도 모른다. 『노란집』은 6개의 굵은 줄기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들만의 사랑법 / 행복하게 사는 법 /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 내리막길의 어려움 /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쓴다 / 황홀한 선물 까지 단편소설과 에세이로 짜여져 있다. 서문을 읽고 만나게 되는 '그들만의 사랑법'은 읽으면서 갸우뚱하게 만들어 버린다. 영감님과 마나님이 사랑하는 모습과 한여름 낮의 꿈을 꾸는 모습까지 짧은 단편들은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게 한다. 갸우뚱했던 이유는 단편이었기 때문이었다. 『노란집』이 작가 생전에 살던 집임을 모르고 읽었기에 제목 그대로 '노란집'에 살고 있는 노부부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60여장으로 영감님과 마나님의 사랑 이야기가 끝이 나 버리는것이 아닌가? 아니, 그래서 헷갈린것이 아니었다. '행복하게 사는 법'을 시작으로 '황홀한 선물'까지 작가의 어린시절과 칠십대의 삶까지 한데 어우러져 보여지고 있는것이 에세이인지 단편인지 구분이 안가게 만든다.
분명 단편을 읽고 있는데 옆집 노부부의 이야기가 들려오고, 작가의 어린시절과 청년시절,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작가가 노년이 되어 보여주는 삶을 읽으면서 타인의 삶을 그린 단편인가 하고 빠져들게 만든다. 그만큼 작가의 솜씨는 호원숙작가의 서문처럼 휘모리 장단마냥 휘어감고 풀어주고를 능수능란하게 하고 있다. 그녀가 누구인가? 박완서... 큰 아이의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는 '자전거 도둑'의 작가. 그래서 모르는 이가 없는 작가가 박완서 작가다. 이렇게 사랑스러운『노란집』은 박완서님의 82회 생일을 기리는 때에 출간되었다.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작가는 살아있지 않아도 그녀의 작품들은 계속 숨을 쉬고 살아있으니 말이다. 그녀가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들려주는 이야기들. 조곤조곤 할머니가 어린 손주에게 들려주 듯 『노란집』은 소곤소곤 이야기를 꺼내놓고 있다.
'내가 죽도록 현역작가이고 싶은 것은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노년기 또한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삶의 가장 긴 동안일 수도 있는 노년기. 다만 늙었다는 이유로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다고 여긴다면 그건 삶에 대한 모독이다. 아무것도 안 일어나는 삶에서 소설이 나올 수는 없다.' (p.212 ~ 213)
죽도록 현역작가일 수 있었던 분. 그녀의 삶이 그랬듯이. 삶을 사랑하기에 노년기 또한 삶의 일부분이기에 모든 부분이 살아서 숨쉴수 있었다. 노년의 느긋함과 너그러움. 따스함. 그러면서 잃어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어린시절과 손주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현실과 비현실적인 모습들. 그래서 이야기를 한다.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다고 말이다. 스무살에 만났던 박완서 작가와 마흔이 넘어 만나는 박완서 작가가 다르듯 나 역시 그녀의 나이가 되면 또 다른 것이 보이고 이해될 것이다. 『노란집』1장에 쓰여진 영감님과 마나님의 이야기는 2001년~2002년 계간지 「디새집」에 소개했던 글들이란다. 단편과 에세이가 괴리감 없이 읽히는 이유는 작가 역시 마나님의 나이가 되어 자신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시절 할머니가 어린 손녀를 재우면서 해 주시던 그녀의 어린시절 이야기. 여학교 시절의 이야기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어떻게 컸고, 그녀는 어떻게 지냈었던가 하는 그런 이야기들. 할머니의 할아버지가 주시던 사랑에 대해서, 할머니가 다니던 대학시절에 대해서, 글이 고파 글을 쓰고 작가가 된 이야기와 아치울로 이사와 그 곳에서 만났던 새로움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고 또 사라지는지를 말이다. 『노란집』은 따스한 책이다. 작가의 글과 함께 보여지는 삽화는 씽긋 웃게도 만들고 눈물이 글썽이게도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열림원>에서 삽화를 한데 모아놓은 것이 있어 같이 올려본다. '노란집'과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들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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