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 위기의 순간을 사는 철학자들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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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가 근사하다.  뭔진 모르겠지만 영머가 아닌 단어들도 써있고, 검은 바탕에 적혀 있는 인물들 이름과 '위기의 순간을 사는 철학자들' 이라고 적혀있는것이 우선은 잔뜩 긴장하게 만든다.  근간 읽은 책들과 비교를 하면 1/3도 안될 정도로 얇은 책인데, 이 책에서 오는 중압감이 상당하다.  '이걸 어떻게 읽어내야 하나...?'하는 생각에 매여있다가 짧은 글이니 금방 읽겠지 했는데, 착오였다.  전혀 속도가 나가지 않는다.  우선은 내가 알고 있던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어쩜 이렇게 읽으면서 눈을 거쳐 그냥 허공으로 날라가 버리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 내린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번에 걸쳐서는 나의 아둔함으로는 이해불가다.  몇번을 읽게 될지는 장담을 할 수 없지만, 나에겐 한번으로 안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문화평론가.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영미문화전공 교수, 영국 워릭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셰필드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에서 문화이론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술, 영화, 대중문화에 대해 글을 쓰며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것이 문화비평이다』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 『마녀 프레임』 『무례한 복음』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인상파, 파리를 그리다』 『99% 정치』 등이 있다'라고 책표지에 이택광 교수에 대한 소개글을 봤다.  이택광 교수의 글을 어떤 것도 읽은 것이 없으니, 나처럼 편한글만을 찾는 사람에게는 이런 고귀한 글이 어렵게 느껴진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고귀한 글. 프롤로그부터 기를 죽이더니 '철학자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약도'에서는 나의 무지를 절실하게 느끼게 해버린다. 

 

  '정치적인 것'의 계보학을 읽다보면 1932년에 발간된 『정치적인 것의 개념』이라는 슈미트의 책에서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부분이 나온다. 이 부분을 시작으로 아렌트의 정치적인 것을 자유의 공간이라고 파악하고, 슈미트와 다른 관점에 있었다는 것까지 쭈욱 이어서 설명을 해주고 있는데, 어렵다.  나같은 범인에게는 정말 어렵다.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어 나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택광 교수는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렇게 '철학자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약도'를 풀어주고 있는데 말이다.  포스트구조주의 이후, 왜 프랑스 철학인가?, '정치적인 것'의 계보학, 영국의 신좌파, 이탈리아적인 차이와 철학과 아시아까지 어렵지만 읽어내리긴 했다.  비몽사몽간에도 읽고, 멀쩡한 정신일때도 읽고, 무작정 읽었다.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는 단어와는 상이한 뜻으로 쓰였음에도 알고 있는 단어가 나오면 반가웠다.

 

'흥미로운 것은 극단적으로 특이한 편협성과 강력한 보편성이 마르크스주의라는 매트릭스에서 서로 충돌을 일으키는 생생한 장면들을 이탈리아의 사상 지형도에서 읽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p.51)

 

  어떤 단어에 반색을 했는지 찾을 수 있겠는가?  '매트릭스'라는 단어 하나에 반가움이 극에 달했다.  전혀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엉뚱하게 키아누리브스의 '매트릭스'를 떠올리고는 히죽 웃고 있으니 철학을 논하기 전에 내 머리 속을 찬찬히 들여다 봐야만 할 것 같다.  어쨌든, 이택광 교수의 『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는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이 제목은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가 쓴 『최악을 향하여』에 나오는 구절이라는데, 철학은 실패에 대한 사유라는 말이란다. 철학은 또다시 실패할지언정 다시 시도하기를 요청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인데, 근사하다.  이태광 교수는 '위기의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9명의 철학자들에게 하고 있다. 이 질문은 프랑스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가 즐겨 사용했던 방법이란다.

 

  슬라보예 지젝(사유를 시작하라!), 자크 랑시에르(몫 없는 자들으 몫으로), 지그문트 바우만('2012년 현상'을 기억하라!), 가야트리 스피박(정치적 행위자를 길러내는 교육), 피터 싱어(다윈주의와 윤리적 삶), 사이먼 크리츨리(실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렉 램버트(누가 '영구평화'를 두려워하랴?), 알베르토 토스카노('평범한' 마르크스주의), 제이슨 바커(질니는 훨씬 더 도전적이다) 등 학계에서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주목받는 철학자 아홉 명에게 이메일을 통한 대담이 한 권의 책에 모였다.  각 철학자의 주요 관심사에 대한 질문은 물론 지금 이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했는지 대단하다.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말이다.  

 

  책 소개글을 읽다보면 2012년 세계적으로 크게 이슈가 됐던 '윌스트리트를 점령하라'같은 대중 운동과 한국의 촛불집회나 아랍의 자스민혁명등 민주주의를 향한 사회변화에 SNS가 어떤 효과를 미쳤는지에 대해 현학들에게 묻고 있다.  짧은 글에는 실려있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이런 질문들을 통해서 현학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통해 위기로 인식되는 지금의 세계 상황에서 철학의 역할과 철학자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대담집을 읽으면서 느낀것은 이택광 교수의 지적 사유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웹상으로 이루어진 대담일지라도 그의 질문은 시대를 넘고 철학적 개념들 사이를 종횡무진 헤집고 다닌다.  누구의 이야기든 이야기의 헥심을 파악해 내는 능력 또한 대단하다.  책 뒷표지에 실린 9명의 현학들의 한줄 글을 누가 뽑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렵게 다가 온 대담집보다는 이 짧은 글들이 더 와닿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이글을 어떻게 읽어냈을까? 눈으로 들어가 머리를 거쳐 허공으로 날라갈 지라도 읽어냈으니, 또 한번 도전해보자.  9명의 현학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런이들의 글을 언제 또 읽어 보겠는가?  읽고 또 읽어보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올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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