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 - 몽골에서 보낸 어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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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초에 가장 많이 읽힌책은『조드-가난한 성자들』이었을 것이다. 연말에 이웃님들이 뽑은 2012를 대표하는 책 속에서도 『조드』는 끊임없이 화자되는 책이었다.  김형수 작가의 장편소설 『조드』.  칭기스칸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고 있었는데, 처음엔 조드가 칭기스칸에 이름인가 했었다.  조드는 대초원 몽골제국의 겨울을 대표하는 기후현상 중 하나란다.  세기의 정복자 칭기스칸과 몽골 제국의 대서사는 <몽골비사>가 발견되기 전까지 유럽 문명에 의해 야만적이라 폄하된 기록으로 남아 있었지만, 로마제국이 400년 동안 확장한 만큼의 영토를 25년 만에 차지한 칭기스칸의 역사는 유라시아 대륙의 팍스 몽골리카를 이룩함으로써 동서양 문화, 종교, 경제의 시공간적 한계를 뛰어넘는 '세계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몽골인이 아닌 한국인에 의해 이 잃어버린 기록을 복원해 장엄한 서사로 만들어 진 것이다.

 

 

 『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은  김형수 작가가『조드-가난한 성자들』을 쓰기까지 10년 넘게 몽골 고원 구석구석을 직접 답사했던 여정과 기록을 담은 에세이다. 『조드-가난한 성자들』을 역대 칭기스칸 소설 중 가장 살아 숨 쉬는 작품이라는 평에 버금가게 10년이 넘는 몽골 고원 구석 구석과 대륙의 토테미즘과 몽골인의 이야기들이 에세이 곳곳에 녹아있다.  광활하게 탁 틔인 초원으로 그들의 시력이 5.0이라고 했던가?  그런곳에 김형수 작가는 10년 넘게 답사를 하고, 우리가 알지 못하던 몽골을 들려주고 있다. 고요와 적막 속에서 귀는 언제나 비어 있고 눈은 항시 지평선으로 열려 있는 몽골인의 생태. 막막무제의 초원에서 각자 자신을 엄격하게 규율하고 다스리는 그들의 정신을 함께 느끼고 겪으면서 순간 순간을 들려주고 보여주고 있다.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내가 몽골에 다녀온 것은 열한 번이다. 1999년 나담축제를 필두로 열세 해 동안 3월, 5월은 빼고 9월 10월에는 두번씩, 나머지 달은 한번씩 같다.' (p.60)

 

  작가가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고증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편하게 왔다갔다할 수 있는 우리 나라가 아닌 외국, 그것도 그곳의 전설을 이야기로 담아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것이다.  그 노력을 위해 1999년부터 13년을 몽골로 날아갔단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니 작가의 말처럼 달리는 말은 눈빛으로 달리고, 말의 눈에 보여지는 잔상으로 명마를 구별하는 법을 알아냈을 것이다. 인간을 외롭게 만드는 곳으로 달려갔던 작가는 지독한 고독의 냄새를 풍기는 이유를 여행이 아닌 그들의 삶을 통해서 들려주고 있다. 광활한 초원 주변에 사막이 있고 그 반대편에 삼림이 우거져 크게 세 개의 지대로 구성되어진 몽골. 하나가 초원, 하나가 사막, 하나가 삼림이라는 그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세계사의 한축을 이루고 있는 칭기스칸이지만, 은연중에 몽골이라는 나라를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작가를 통해 드문드문 만나게 되는 게르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후진국이니 타민족에게 잘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형수 작가가 만나는 석학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서도 그들이 몽골인들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고개를 숙이고 석학들의 지식에 감탄을 하는 작가를 보면서도 그러니 이 편협함은 좁은 땅덩이에 갇혀있는 나의 무지일 것이다.  김형수 작가가 보내온 '몽골에서의 보낸 어제'는 읽을수록 나의 생각을 바꾸어 놓는다. 옛 돌궐제국의 명장 톤유쿠크의 비문에 쓰여진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요. 이동하는 자만이 흥할 것이다'(p.174)를 처음엔 유목민이니 그렇게 생각했겠지 하고 넘겼었다.  군사기지인 만리장성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초원을 누비는 그들이 왜 그런말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정착민들의 최대 발명품은 국가인지도 모른다. 국경은 벽돌을 쌓지 않은 성이다. 이 성벽은 21세기식 유목 족속, 현대적 의미의 양치기들, 상인들, 예술가들, 디아스포라에게 셀 수 없이 함락되다 마침내는 소멸할지 모른다.  그러나 노마드적인 윤리와 문화의 콘테츠를 가지고 있는 최종 저작권자는 몽골이다.'(p.81)

 

  최종 저작권자의 눈에 디아스포라들이 펼치는 행위는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까?  태양이 달을 낳았기 때문에 태양을 모성의 상징이라 보는 사람들.  달과 태양을 우리의 시선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몽골인들의 이야기를 『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이 아니면 도대체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낯선 몽골땅을 구석구석 누비면서 보여주는 에세이 임에도 『조드』의 영향 때문인지 낯설지 않게 느껴지고, 어떤때는 책을 통해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의 의미를 알게 해준다.  작년에 읽은 책 내용이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테무진의 모든 이야기가 풀어진것이 아니라 다음권을 기대하게 만드는 『조드』는 김형수 작가의 에세이를 통해서 또 한번 부활되어 지고 역사가 기록으로부터 배제한 잃어버린 제국의 발자국을 따라 걸었던 김형수 작가의 길은 테무진의 남겨진 이야기를 통한 강한 후폭풍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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