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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4
선자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8월
평점 :
주문을 외우자. 돌이킬 수 없는 계약이 시작되었다!
'열려라 참깨'가 모든 주문의 레전드일텐데, 큰 아이는 '아브라 카타브라'란다. 아니, '수리수리 마수리'라도 해줘야 주문이 이뤄지는 것은 아닐까? 어떤 주문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쓱쓱 램프 몇번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지니를 불러낼 수 있고, 여학교에서 유행하는 '분신사바'도 별 주문없이 빨간펜과 흰종이만 있으면 주문을 위한 요소는 완벽하게 갖춘것이니 말이다. 하기사 요즘엔 예전처럼 푸세식 화장실이 없으니 변소에서 칼 물고 미래의 배우자에 얼굴을 보기위해 기다릴 일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누군가 죽어서 귀신이 나올것 같은 폐가에 소희와 알음이가 소문을 빌기 위해 왔단다. 소희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온 곳에서 무엇이 어긋났는지 소희가 아닌 알음이가 소원을 말해버렸다. '이 애를 없애 주세요!' 주문을 외웠는지도 모르게 주문을 외워서는 돌이킬 수 없는 계약이 시작되었단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주문을 제대로 외우긴 한걸까?

'보려는 대로 보이는 것이다 / 가지고 싶을 것은 것을 가져라 / 거짓말은 나쁘지 않다 /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남의 것도 될 수 없다 / 사라진 것을 찾지 마라 / 혼자가 되어야 원하는 것을 얻는다 / 넌 나다, 나는 너다 ' 거미처럼 생긴 괴물의 출현. 계약자란다. 계약을 한적도 없는데, 계약자의 출현은 알음이의 정신을 쏘옥 빼놓기에 충분했다. 그런것이 없어도 아름이의 심기는 불편하기만 한데 말이다. 부족한 것 없는 집에 다움이가 오면서 모든게 엉망이 되어 버렸다. 여자관계가 복잡한 아빠가 데리고 온 아이. 아빠의 아들이라고 믿는 할머니. 게다가 소희가 짝사랑하는 신율에게 끌리는 마음. 모든게 엉망이다. 모든게 so cool한 알음이에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그런데, 이 묘한 느낌은 뭘까? 그리 잘생기지도 잘나지도 않은 율이 알음이의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왜 소희가 아닌 율이 생각나는 걸까?
서서히 계약자의 선택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알음은 죄책감과 함께 묘한 희열을 느끼게 되고, 소희는 알음이 율과 가까워 지고 나비와 가깝게 지내는 것을 보면서 점점 알음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그뿐인가? 엄마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알음은 베프의 남자친구를 빼앗은 아이가 되어버렸다. 이제 알음은 원래 가지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조차도 헷갈리게 되어 버린다. 도대체 알음이 갖고자 했던것이 무엇이었을까? 계약자가 이야기하는 것이 진실인것 처럼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 알음은 소원을 들어주는 계약자의 존재에 대해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징그러운 거미에서 꽁알을 거쳐 절대 그럴수 없다고 생각했었던 존재까지. 알음은 금기시된 곳에서 주문을 외웠던 것일까? 그 주문이 폐가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을까?
내 목소리였다. 나는 혼자 계약자가 됐다가 내가 되었다가 했다. 그리고 이제 내 목소리만 남았다. 나는 왜? 의식과 주문은 무엇을 불러낸 거지? 빈집에서 불러낸 게 아니라 내 속에서 불러낸 것일까. (p.216)
『제 2우주』의 선자은 작가의 글이다. 전작을 읽어보지 못해서 그 내용을 알수 없으나, 전작 역시 과감하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단다. 그리고 이글은 『제 2우주』의 후속편 격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작을 이어서 속편이라 이야기 하기는 힘든 면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에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능력은 분명 타고난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랑만 받았던 아이가 어느날 자신이 받았던 사랑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것을 느꼈을 때, 겪었을 마음과 베프임에도 질투를 하는 마음은 아이들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니 말이다. 작가는 결국 모든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빈집에서 불러낸 것이 아닌 내 속에서 불러낸 '계약자'에 대해서 사랑, 미움. 욕망이라는 내 안의 소용돌이들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넘치려 할 때, 그걸 억제할 수 있는 것 역시 자신이라고 말이다. 그러기에 '계약자'의 마지막 말이 '넌 나다, 나는 너다' 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