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별 - 가장 낮은 곳에서 별이 된 사람, 권정생 이야기
김택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어김없이 <강아지똥>이 한권씩은 있다.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만나기 시작하는 이 책을 아이들은 어찌나 좋아하는지 '똥'만 들어가면 강아지똥을 이야기한다.  개똥이 아닌 강아지똥이니 어감도 사랑스럽기 그지 없지만 이 책은 참 곱다.  쓸모라고는 눈꼽의 반쪽 만큼도 없을 것 같은 강아지 똥이 예쁜 민들레 꽃을 피어나게 만드니 묘한 이야기이지만 고와도 너무 곱다.  이 책뿐이 아니다. <훨훨 간다>, <황소 아저씨>, <아기 너구리네 봄맞이>, <오소리네 집 꽃밭>,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와 같은 책들은 유년기를 거치면서 아이들과 함께 했고 학교에 들어가면 필독서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책들에 저자는 권정생 선생님이다.

 

 

  2007년에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벌써 그렇게 되었다.  뵌적도 없으면서 어찌나 가슴이 아팠는지 몇일을 아렸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그리 아파하니 아이들에게도 권정생 선생님은 특별한 분으로 남았고, 그분에 책들은 더욱 소중한 책이 되었다.  유작으로 남겨진 <랑랑별 때때롱>까지 읽고 읽고 또 읽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권정생 선생님에 생을 만났다.  이럴 수도 있구나.  사람이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아니 이분이 사람이었을까?  글을 쓴 김택근 작가가 이야기를 한다.  20여년전에 권정생 선생님에 인터뷰를 마치고 오는데 함께 한 노재덕 사진기자가 "꼭 성자를 만나고 온 느낌이네요. 기분이 그냥 좋아요."라고 했다고 말이다.  눈물로 헹군 동화들을 만들어 낸 우리 시대 어린이 권정생.  평생 어린이로 살다가 우리시대의 성자.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이야기 외엔 선생님을 알지 못했다.  피상적으로 책으로 만나는 몽실언니를, 강아지똥을, 다리없는 강아지 달이를, 난쟁이 할머니 똬리골댁을 통해서 만났던 선생님이 전부였다.  그러면서도 선생님을 잘 알고 있다고 여겼었다.  잘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생각했던 선생님을 이제 만나보려고 한다.  그립고 그리운 선생님을 말이다.  1937년에 태어난 선생님은 어린 시절 두 번의 전쟁을 겪고 열아홉 살부터 폐결핵, 늑막염 등을 앓기 시작해 죽기 전까지 병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으셨단다.  40킬로그램도 되지 않는 몸으로 힘겹게 써 낸 동화들은 슬프지만 결코 절망적이지는 않았고, 작가로서 많은 수입이 생긴 뒤에도 자신을 위해서는 거의 쓰지 않고 어려운 이웃들을 도왔으며, 10억 원이 넘는 재산과 인세를 어린이들을 위해 써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2007년 세상을 떠나셨다.

 

  선생님의 생애가 이렇게 가벼우면서도 묵직한 책으로 바뀌어 나왔다.  동화형식으로 쓰여있어서 두어시간이면 다 읽을 정도로 가볍게 넘어가는데, 읽는내내 목구멍에서 울컥울컥 뭔가가 넘어오려고 한다.  어젯밤엔 아이들에게 선생님 이야기를 했다.  국민학교때 1등으로 졸업한 이야기, 염소를 살만큼 돈을 모아 중학교를 가려하니 전쟁이 나고, 병아리를 키워 중학교를 가려하니 닭들이 다 죽어서 결국 못간 이야기. 평생 교회학교 선생님을 하시고 종지기를 하셨던 이야기. 인세를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서 써달라고 남기신 유언이야기.  엄마가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마음은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지는지 아이들도 듣는다.  평생 교회학교 선생님이셨던 분.  그렇게 많은 인세를 받으셨음에도 책속에서 보여지고 있는 선생님에 유품들은 고개를 들수 없게 만든다.  비료푸대로 만든 부채, 테이프로 대충 붙여놓은 책상, 끝이 뭉뚱해져 버린 싸리비, 이젠 찾기도 힘든 털들어있는 고무신과 세로로 쓰여진 성경책.

 

  출판사에서 말한것처럼 <강아지똥별>은 선생님의 일생을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했는데, 어린이용 위인전 형식의 책과 연구서를 제외하면 성인을 대상으로 선생님의 '삶'을 조명한 첫 번째 책이란다.  선생님의 유품을 그린 세밀화와 마음을 울리는 경구들을 엮은 어록 페이지가 있어서, 선생님의 삶과 생각이 바로 앞에서 듣는것처럼 느껴진다.  한평생 슬프고 아프고 외롭게 살았던 선생님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몇 번이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람이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선생님은 강한 분이셨다.  아프다 말을 하시지만 그 아픔을 서로운 사람들에 서러운 이야기로 풀어내주고 계신다.  새날을 불러오고 사람들을 깨우는 새벽종을 치는 예배당 종지기의 모습으로 철없이 허허실실 웃기만 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선생님은 그렇게 사람들 옆에 계시다가 하나님 곁으로 가신 진정한 성자가 아니셨을까?   시대의 성자, 그 분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서러운 사람에게 서러운 이야기는 위안이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서러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들에게 가슴에 맺힌 것들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정생은 슬픈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러나 절대 절망적이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정생이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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