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아니, 이런 개 같은 시인이 아직도 이 척박한 땅에 살아 남아 있었다니.  나 언제든 그를 만나 무박 삼일 술을 마시며 먹을 치고 시를 읊고, 세상을 향해 우람한 뻑큐를 날리고 싶네. - 이외수

 

  시인이란다.  그래서 좀 고상하게 읽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커피도 한잔 내리고 편한 의자에 앉아 홀짝거리며 커피 마시면서 읽을려고 했었다. 사랑 이야기 아닌가?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어떤 사랑일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외수 선생님의 추천평이 너무 강하다. '우람한 뻑큐를 날리고 싶네'라니. 시인에게 할 수 있는 말일까?  책장을 넘기자 마자 나오는 글 '이 책에 표기된 비속어, 문법 파괴 등의 표현은 원문을 쓸 당시의 격렬한 파토스와 문맥을 살리기 위해 저자와의 협의 아래...' 라고 되어 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읽으면 바로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류근 시인의 글은 이외수 선생님을 넘어선다.  이 분 누구실까?  깔깔 거리면서 웃다가 사뭇 당황스럽게 만들어 버리는 재주를 가지고 계신 분이다.  고상하게 읽으려고 했는데, 도통 그럴 여유를 주지 않는다.  게다가 이분이 살고 있는 시공간이 너무 낯설게 다가온다.  지금 시대에 이야기인지 훨씬 과거의 이야기인지 말이다.  그러면서 그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은 익숙하다. 

 

 

 

 작가에 대해 찾아보니 시인 류근은 시인들 사이에서 소문 혹은 풍문으로 존재하는 사람이란다. 그가 천재라는 소문도 있었고 술주정뱅이라는 소문도 있었고, 심지어는 미치광이라는 소문도 있었단다. 홍길동도 아니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하단다.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시를 한 편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가 18년 만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전작시집을 냈을 때, 그 시집이 갖는 순정성 때문에 사람들은 다들 대경실색했고 그에 대한 풍문은 최고조에 이르렀단다. 그가 몇십억대 자산가라는 소문도 있었고, 돈 한 푼 없는 거렁뱅이라는 소문도 있었단다.  그뿐이 아니다.  소설가이자 신화학자인 고 이윤기 선생님은 그를 가리켜 3대 산문가라고 칭송했다는 미확인 소문도 있었고 요절한 가수 김광석이 흠모했던 작사가라는 소문도 있었고, 애인이 백 명이라는 소문도 있었단다.  소문이 그랬단다.  모든 풍문은 풍문일 뿐일텐데, 책을 읽다보니 자산가라는 소문만 빼고는 거의 사실인 것 같다.

 

  시인의 시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 올까?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를 읽으면서 시인의 글과 시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고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작사를 류근 시인이 썼단다.  글을 읽다보니 뜨악하고 있을 때 글을 써달라고 해서 써줬다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한다.  시에서는 욕이 없다.  '조또', '시바'같은 비속어가 책 곳곳에 나와 있어서 시에도 그런 비속어가 있나 싶었는데, 아니다. 담백하다. 충주 시내에 있는 유명한 술집 골목에 있는 조형물에 실려있다는 시인의 시도 담백하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대보내고 멀리 / 가을새와 작별하듯 / 그대 떠나 보내고 /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 눈물 나누나
그대보내고 아주 / 지는별빛 바라볼때 / 눈에 흘러내리는 / 못다한 날들 그 아픈사랑 / 지울수있을까?

어느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 흩날리는 거리에서, / 쓸쓸한 사람되어 / 고개~숙이면 그대~목소리 /
너무 아픈 사랑은 /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하루 바람이 /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 내 지친 시간들이 /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

너무 아픈 사랑은 /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 세상에 오지말기 / 그립던 말들도 묻어버리기. / 못다한사랑! /
너무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너무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독작>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믿는 사람은 / 진실로 사랑한 사람이 아니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사람은 / 질실로 작별과 작별한 사람이 아니다

 

진실로 사랑한 사람과 작별할 때에는 /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 이승과 내생을 다 깨워서

불러도 돌아보지 않을 사랑을 살아가라고 / 눈 감고 독하게 버림 받는 것이다 / 단숨에 결별을 이룩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아 / 다시는 내 목숨 안에 돌아오지 말아라 / 혼자 피는 꽃이

온 나무를 다 불지르고 운다

 

  그는 술꾼이다.  술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술꾼이다.  아파서 마시고 외로워서 마시고 좋아서 마시고 슬퍼서 술을 마시는 술꾼이다.  그런데 언제 이런 글을 썼을까 싶으면 안 마실 때 썼단다.  부추밭에서 일하면서 네팔청년에게 욕을 얻어먹으며 글을 쓰고, 시래깃국을 먹고 먹고 또 먹었을 때도 쓰고, 동화작가를 꿈꾸는 주인집 아저씨와의 대화후에도 글을 썼다.  그래서 소문엔 그가 쓴 시가 수천편이 넘는다고 한단다.  글도 이럴진데, 분명 시도 수천편은 될 것 같다.  누군가의 글에서 그의 시집은 10년 넘게 쓴 글이라 하루동안 다 읽으면 안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1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농축된 글은 꼭꼭 씹고 애지중지하면서 읽어야 한단다.  2011년 10월 부터 2013년 7월까지 쓰여진 글이라는데, 이글 역시 꽤 오랜 시간동안 농축되어있는 글로 느껴진다. 공황장애로 진단받고 그렇게 믿고 살았는데 단순한 폐쇄공표였다는 이야기. 말도 안되는 술에 대한  이야기. '나는 몸에게 딴 생각을 품게 하면 안 된다. 무조건 술로 조져서 모든 병을 술병으로 단일화시켜야 한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따위에 몸을 내어줘선 절대 안된다.'(p.111).

 

  가끔은 이 글이 허구인지 사실인지 구분이 안된다.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는데 말이다.  하루종일 배가 고프고 아파서 '아스피린, 아달린, 아스피린, 아달린, 맑스, 말사스, 마도로스, 아스피린, 아달린...을 한 솥에 넣고 유전자 변형 콩나물 한 봉지와 내 친구 소금 장수 박후기 시인이 보내준 소금 한 가마니를 풀어 푹푹 끓여서 먹었다." (p.131) '내가 글을 제대로 읽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실은 시인이 이야기하고 만나고 있는 옛애인도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독특하다.  그런데 걱정이 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내 남편이 아니라서 정말 감사하다.  내게 천재는 너무 과분하다.  천재와 함께 살다가는 제명에 살지 못할 것 같다.  그냥 시인은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애인들과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시가 나오고 글이 나올것이다.  그래도 몸 생각해서 술좀 줄이면 좋으련만......시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