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 아닌 책을 이렇게 몰입해서 읽은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책을 펼치고는 '와우~'소리를 끊임없이 되네이면서 읽어내렸다. 이런 멋진 프로젝트가 다 있구나 하면서 말이다. 22년간 근무하던 학교를 그만두고 중학교 1학년이었던 막내아이까지 세아이를 설득해서 545일 동안 전 세계를 누빈 가족이 있단다. 언젠가 그들의 이야기를 스치듯 들을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도 공무원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세계여행후엔 당연히 복직을 했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럴수 있기 때문에 1년 6개월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당연하게 믿었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내 상식으로는 먹고 사는것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아니란다. 그냥 관뒀단다. 가족이 회복되기 위해선 그럴 수 밖에 없었단다. 그리고 지금은 선생님으로 있을때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몸은 바쁘고 소득은 줄었지만 행복하단다. 먹고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마음의 여유를 찾아서 마음만은 그렇게 부자일수가 없다고 박임순, 옥봉수 선생님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옥 패밀리 삼남매 역시 이런 생각일까?

"저라고 이런 집에 들어오고 싶은 줄 아세요?" 큰아이가 예전에 원망 섞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했던 말이란다. 이 대단한 가족에 큰아이가 말이다. '이런 집'. 하숙생 아닌 하숙생들이 각자 혼자 끙끙 앓으며 서로를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채 살아가는 공간. 성적 때문에, 기질상의 문제 때문에, 때로는 부모의 비료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하숙집 같은 '이런 집'에서 아이와 부모가 아파하고 있는 집이 혹시 우리 집은 아닐까? 부모님이 학교 선생님인 집. 어렸을 때부터 공부 잘하고 부모 말 잘 들어 남부러울 것 없는 집에서 부부에 교육관이 서로 다르면 소리가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들은 어느쪽이 강자인지 눈치를 살피고, 불똥이 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숨어든다. 옥 패밀리 또한 그랬단다. 그래서 떠날수 밖에 없었단다. 다소 극단적인 조치이긴 했지만, 그만큼 몇 년간 살얼음판을 걷는 듯 살아왔고, 마치 절벽 끝에 다다른 것과도 같았던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가 절실히 필요했기에,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고 싶었단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에 길을 묻기위해서 길위를 걷는 다는 것은 말이다. 내눈으로 본 아이와 다른이에 눈으로 본 아이는 다른 평가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난 큰아이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에 비하면 작은 아이는 뭘해도 그냥 넘어가고,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가끔 학원에서 들려오는 작은아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만들때가 많다. 놀기만 하고 컴퓨터게임만 하는것 같은 녀석이 잘하는게 많다는 게 아닌가? 사실, 학원은 다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가끔씩 뭔가 하는걸 보면 놀랄떄가 있긴하다. 그래도 여전히 내 옆에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녀석에게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지금도 째려보고있는데 모르고 게임삼매경이다. 옥 패밀리 역시 마찬가지다. 툭하면 멍때리고 이거했다 저거했다 끈기도 없다고 여겼던 아이가 세상으로 나오니 '척척 해결사'로 다가오고, 어릴 적부터 완벽을 추구하면서 공부한다고 짜증만 내던 범생이가 '공간감각의 대가'로 다가오고, 별 기대를 하지 않던 까불이 막내가 '협상가'로 다가왔단다.
어느순간 짠하고 아이들이 변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기질이 세상에 나오고 부모의 잔소리와 손이 가지 않으니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장점을 펼치지 시작하고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자녀독립 프로젝트'라고 책명이 붙어있지만, 자녀독립 프로젝트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고, 가다가 실패할 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옥 패밀리는 이야기 한다. "공부 잘하고, 실패 안하고, 모든 것을 알아서 척척 잘하는 아이라서 너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란다. 너는 엄마 딸이기 때문에 엄마에게 소중한 거야! 사랑해요! 힘내요!'(p.187) 1년 6개월동안 세계를 누빈 후 아이들이 한것은 검정고시였단다. 그 또한 부모가 강요한것은 아니었다. 세아이가 서로 상의하고 어떤것이 낳은지를 찾아서 인강을 듣고 공부를 했고, 세 아이는 이제 각자에 길을 찾아 또다른 공부를 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다. 17살된 막내아이까지도 말이다. 부모는 아이의 장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아니,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아이를 가두려고 하기에 아이가 장점을 펼치기 힘이든다.
옥 패밀리는 이야기한다. 자녀독립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갈등과 고민은 수 없이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의논하며 하나씩 해결해나갔다고 말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아이들은 자신이 더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배움의 길'에 대해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말이다. 이것이 바로 자녀독립 프로젝트를 통해 거둘 수 있는 큰 소득중 하나라고 말이다. 그리고 자녀독립 프로젝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독립 프로젝트'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옥 패밀리처럼 아이들에게 할 수 있을까 자문해보지만 쉽게 답을 낼 수가 없다. 물론 알고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립'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진짜 '생활'을 보면서, 책을 읽어 나가는 중에 이렇게 해야 내 아이에게 꿈과 웃음을 되찾아줄수 있겠구나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쉽지 않다. 옥 패밀리가 말하는 '부모독립 프로젝트'가 먼저 되어야하는데, 내 자신이 그렇게 바로 서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고개가 끄덕여지고, 끊임없이 돌아보게 된다. 지금 나와 아이들은 어디에 서 있는지 말이다.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며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어라." - 생텍쥐페리 (p.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