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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1 : 세계편 ㅣ 퇴마록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92학번이다. 그것도 열아홉에 취직을하고 그 다음해서 들어가서 92학번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노선이 완벽하지 않았을 때라 새벽에 집을 나와서 학교에 갔다 집으로 가면 다음날이 되기 일수 였다. 육체적으로는 힘이 들었을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행복했다'는 기억만 남아있다. 그 시절 퇴마록이 나왔었다. 94년에 출간된 퇴마록을 책을 짊어지고 회사로 와서 대여해주는 분을 통해 읽은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 이런 이야기는 말도 안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이 불티나게 팔리고 그 다음권이 궁금해서 2주에 한번 오는 책대여 아저씨를 목빠지게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책을 구입하기엔 내 월급은 너무 적었으니까 말이다. 도서관이 그리 많지 않았던 당시에 책 대여 아저씨는 얼마나 근사한 분이셨는지 모른다.

20여년 만에 퇴마록이 출판사를 바꿔 재 출간되었다. 국내편과 외전부터 읽어야 하지만, 어찌 어찌 <세계편>부터 집어들고 읽기 시작하고 있다. 역시,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은 스무살때 읽었던 그 맛 그대로다. 가물가물했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하고, 어린시절에 추억과 어우러져서 울컥하면서 <퇴마록>속 이야기들이 내 기억마냥 반갑고 아련하다. 옛 친구를 만나 그 시절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1권을 읽으면서 박신부님, 현암군, 승희, 준후에 이야기들이 떠오르는데, <국내편>을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서 처음에 어떻게 만났는지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현암군과 월향이 만났던 것은 기억이 나니 기억은 참 요상하기도 하다.
기억 속 인물들을 끄집어 내보자.
박신부 - 의사 였을 떄 악령에 들어 자살한 소녀를 계기로 신부 서품을 받는다. 퇴마의식을 행하는 일로 이단으로 몰려서 쫒겨나지만 신앙심을 바탕으로 한 강한 기도력으로 만들어낸 오라는 퇴마사들 중에 가장 뛰어나며, 성수와 십자가 등을 이용한 공격력도 뛰어난 거구의 신부다.
이현암 - 동생 현아를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잃게 된후 태극기공을 연마하고 수련 중에 귀검 월향을 얻는다. 기인을 만나 파사신검, 사자후, 부동심결을 얻는다. 무대포이긴 하지만 침착하고 마음이 따뜻하다.
현승희 - 악마의 계략으로 가족을 잃은 후 퇴마사들과 함께 다닌다. 밀교의 신 애염명왕의 아바타나로 뛰어난 투시력을 지녔고, 세 명의 퇴마사들에게 힘을 증폭시켜주는 능력이 있다.
장준후 - 10살때 이미 주술, 주문, 강신술등에 천부적 재능을 보인 아이로, 종교 집단의 사투때 양친을 잃은후 박신부와 현암의 도움으로 살아나면서 퇴마사 일행에 합류하게 된다. 소혼술을 쓸수 있고, 인간에게는 절대 해를 끼치지 않으려 한다.
이들이 펼쳐내던 이야기. <국내편>은 제목 그대로 '퇴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세계편>은 악의 세력에 대립하여 거대한 음모를 저지해 나가는 퇴마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배경역시 우리나라보다는 세계 곳곳으로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고, 강력과 적들과 맞서고 있다. 그뿐아니라 퇴마사들을 돕는 조력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든든한 조력자인 검사 백호, 말도안되는 언어 능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심연의 눈'을 가지고 있는 연희와 호웅간을 쫓아 한국에 온 윌리엄스 신부가 <세계편 1>권에서 나온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1권의 내용은 이들 위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좀비 이야기를 다룬 '비어 있는 관'과 심연의 눈을 가진 연희와 십자가의 염체를 그리고 있는 ' 그 남자는 매일 밤 나를 부른다' 그리고 1권에서 가장 흥미있는 이야기 '세크메트의 분노'. 이를 통해서 퇴마사들은 강력한 무기인 '세크메트의 눈'을 보유하게 된다.
<퇴마록 세계편>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미움과 증오와 재창조의 단체라는 '블랙서클'과의 대립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는 악한 영들은 파헤쳐 들어가보면 '블랙서클'과 연관되어 있고, 호웅간, 케인등의 죽음은 소름을 돋게 만든다. 호옹간을 쫓아 한국에 오게 된 윌리엄스 신부를 비롯한 조력자들과 함께 '악한 영'들과 싸우기 시작하는데,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들도 스케일이 대단하다. '세크메트의 눈'같은 경우는 이집트 신들과 미라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문적으로 펼쳐진다. 얼마전에 아이와 함께 읽었던 <피라미드에서 살아남기>라는 만화책 속 내용을 이 글에서 다시 만나니 새롭기도 하고, 20여년전 이 글을 썼던 이우혁 작가의 뛰어난 세계 지식에 놀라게 된다. 이야기에 배경이 20여년전이라서 카폰이 나오고, LAN선이 나오는데, 그 또한 재밌다. 추억은 어찌 이리 가슴 찡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세련미를 물씬 풍기는 <퇴마록 - 세계편>은 작가의 말처럼 소장용이다. 구판을 세 권으로 새롭게 구성이 되었고, 각 권마다 <용어해설>을 실어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사실, 예전에 읽었던 내용들은 그리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당시엔 리뷰라는 개념이 없기도 했었지만, 내 기억을 내가 믿을 수 없는게 기억이지 않는가? 그럼에도 아주 작은 조각으로 만나게 되는 기억의 파편들은 그 시절을 꿈꾸게 만들어 준다. '세크메트의 눈'을 해결한 후 박신부 일행은 윌리엄스 신부의 초청을 받아 영국으로 가게 된다. 언어 천재 연희까지 합세한 이들에 이야기는 이제 한국이 아닌 세계에서 한국 퇴마사들의 이름을 펼치게 될것이다. 과학을 외치는 유럽에서 펼쳐내는 퇴마사들의 활약상이 어떨지 기대되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