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구레 사진관 - 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네오픽션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표지만 보고는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생각을 했었다.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작품이었기에 당연하게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른다. 미야베 미유키가 누군가? 미미 여사로 통하는 그녀의 작품들 <화차>나 <모방범>은 보통의 삶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극도의 공포를 여과장치 없이 느끼게 해주면서도 다방면으로 인간의 심리상태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이 대다수다. 그런 그녀의 근간이<고구레 사진관>이다. 2011년 말에 나온 작품이었음에도 읽어보질 못했다. 책 표지만 보고 선입관처럼 느껴졌던 심리 스릴러와 공포를 조금은 덮어두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미여사의 이야기를 어떻게 관심없는 척 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이제야 읽다니...

이전 인테리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가게들은 종종 보긴 했지만, 하나비시 에이이치의 부모님 같은 경우는 들은 적이 없다. 하나비시 에이이치. 열 여섯 하나짱의 부모님은 결혼 20주년을 계기로 기대하고 기대하던 자신의 집을 장만했다. 부동산에서 소개해준 그대로 '고가(古家)'인 사진관은 아주 낡은 사진관이다. 현대적으로 변해버린 시가지에 그 사진관은 시대를 잘못 만난 것처럼 과거의 낡은 유물과도 같이 존재한다. 사람들마저 그것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할 정도다. 그곳에 사진사도 아닌 평범한 회사원인 하나비씨 씨가 '고가(古家)'인 사진관의 매력에 빠져 '사진관'을 살림집으로 삼아 버렸다. 그뿐인가? 옛 주인인 죽은 고구레 씨의 유령이 나타난다는 흉흉한 소문과 폐점한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짱의 부모님은 '고구레 사진관'이라는 간판을 버리면 쓰레기라는 이유로 그대로 단 채로 생활을 시작한다. 간판도 그대로, 스튜디오였던 곳은 거실로 사용하면서 이 집은 겉으로 보기엔 정체성을 확립하기도 힘이 들 정도가 되어버렸다.
네살 때 죽은 어린 딸, 후코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 하나짱의 부모님, 초등학생임에도 논리적이고 형보다 똑똑한 동생 피카짱,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는(색감 제외) 하나짱의 친구 덴코짱이 이 요상한 집을 관찰하고 있는 동안 이 사진관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소녀가 사진 한장을 던지고 가버린다. 고구레 사진관을 무대로 하고 있는 한 장의 사진. 행복해 보이는 가족사진 옆에 찍힌 여성의 슬픈 얼굴을 한 심령사진. 보통의 청소년이라면 '재수없어'하면서 그냥 넘겼을 이 불가사의한 사진의 진상을 캐기 위해 하나짱은 움직이지만 사진한장만 가지고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얼마나 끈질긴지 주변인들을 탐방하고 '고구레 사진관'을 소개해준 ST부동산을 들락거리면서 하나짱은 사진의 실체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1권은 이 불가사의한 사진이 하나짱앞에 던져진 첫 번째 이야기: 고구레 사진관으로 시작이된다. 첫 번째 이야기와 두 번째 이야기로 나뉘어진걸 보고는 처음 든 생각... '어라.. 이거 단편이었어?' 첫 번째 이야기가 '고구레 사진관'. 제목과 같았기에 들었던 생각이었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지금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읽고 있는게 맞나?". 달라도 너무 다른 이야기. 잔인하기 이를데 없던 그녀의 작품이 맞을까 싶었다. 잔인하다를 제외하고라도 이 글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심령 사진'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출판사의 말처럼 글속에 등장하고 인물들은 그 나이에 딱 어울리게 사랑스럽다. 글을 읽다가 적응되지 않는 미미 여사에 글에 그녀에 이야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살인은 쓰고 싶지 않다!” - 2010년 7월 20일자 아사히 신문에 미미여사가 인터뷰를 한 글이란다. <고구레 사진관>이 2010년 일본에서 출간되었을 때, 책 표지에 "신인 미야베 미유키"라는 홍보문구가 들어있었단다. 이유인 즉, 어느 매체에서도 발표된 적 없는 전작 장편소설이었고, 기존의 미야베 미유키 작품 세계와는 확고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확실히 달라졌다. 미미여사의 냉철한 직관력과 인간심리로 인해 섬뜩할만치 오싹한 공포를 원했던 이들이라면 읽기를 권하지 않는다. <고구레 사진관>에서는 그런 공포는 느낄 수가 없다. 사람 관계와 그들의 심리 상태만으로 공포를 느끼게 했던 <화차>나 <모방범>은 잊어야 한다. 보통의 16세 소년, 소녀들에게서 그런 공포를 느꼈던 미미 여사의 대표작과는 다른 이야기가 <고구레 사진관>이다.
첫 번째 이야기를 통해서 고구레 사진관에 살고 있는 하나짱과 얽혀있는 인물들은 거의 소개되어 진다. 그와 함께 주요 배경이 되는 ST부동산에 스도 사장과 끊임없이 에이이치에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미스 가키모토 준코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기자기하면서도 세세하게 그려진다. 보통 심령사진이라고 하면 죽은영이 찍혔다고 생각이 들텐데, 하나짱이 마주하는 사진들은 '생령'에 관한 이야기들이 쓰여지고 있다. 16세 하나짱은 끈기 하나는 대단한 소년임에는 틀림이 없고, 첫 번째 이야기 속 심령사진은 완벽하게 해결을 해 낸다. 이제 두 번째 이야기, 세계의 툇마루는 본격적인 '심령사진 전문 해결사, 하나짱'에 등단을 이야기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활짝 웃고 있는 가족사진 뒤로 찍힌 똑같은 가족의 울고 있는 모습. 해결은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상/하로 된 책이다. 해결이 되었기에 하권이 나왔을테니, 해결을 못할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중요하게 생각되지는 않지만, 분명 내 소유가 툇마루라는 것을 글을 통해서 알았다. 기묘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강하게 끌어당긴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탄빵이라 불리는 데라우치의 낮은 목소리다. "내가 들은 소문은, 네가 강력한 영능력자고 심령사진을 정화시킨 일이 있다는 거야."(p. 226) 고등학생다운 이야기. 재미있지 않는가?
"도대체 이게 뭐냐? 내가 언제부터 고구레 씨의 손자가 되고, 사진관 후계자가 되고, 한술 더 떠서 할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영능력 소유자라 고구레 사진관으로 들고 오는 저주받은 심령사진을 정화하는 역할을 떠맡게 된 거냐고. 고구레 일족은 원래부터 그런 이상한 능력을 가진 혈통이고, 내가 바로 그 십삼 대째 계승자라니!" (p. 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