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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 1 - 운명을 훔친 여자 ㅣ 아르미안 1
이유진 엮음, 신일숙 원작 / 2B(투비)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여성만이 왕위에 오를 수 있는 나라 아르미안. 이 신비한 나라 아르미안의 아름다운 딸들이 다시 찾아왔다. 20년도 지나서 말이다. 여고시절의 감수성를 불타게 만들었던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소설로 만날 수 있다니, 내 꿈의 세계를 지배했었던 주인공들이 책장을 넘기면서 한명씩 되살아 나기 시작했다. 그시절 그렇게 가슴 콩닥거리면서 만났던 인물들. 다시 만나는 이들은 분명 20여년전에 만나고 느꼈던 그 감성은 아니지만, 또 다른 모습과 또 다른 감성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르미안>이라는 책명을 보고 작은 아이가 '아르'에게 왜 '미안'하냐고 묻는다. 아직 어린 아이이고, 남자아이니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알리 만무하지만, 한참을 웃었다. 아르미안 왕국의 공주님들을 이제 만나 보자.

"스와르다, 너에겐 굉장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머지않아 페르시아에서 온 한 귀인이 너를 데려갈 것이다. 너는 페르시아에서 아주 신분이 높은 여인이 된다. 그것이 너의운명, 너에게 영광이 있기를... 아스파샤, 외유내강한 내딸. 너의 착한 마음씨와 재주는 네 평생의 재산이 된다. 네 남편이 될 사람은 수 세기를 통틀어 나올 만한 위대한 지도자.. 너의 내조가 그 사람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 샤리야. 어떤 무서운 일이 생기더라도 절대로 떨지 말고 굳세게 용감한게 버텨야 해. 이겨내야해. 알겠지? 약속하지? 참고 참고 또 참고 이겨내라. 내딸아, 부디 용기를 내거라... 마누아, 기르샤 옴머세트와는 비교도 안 될 냉철하고 유능한 레 마누가 될것이다. 마누아 옴머세트. 그토록 훌륭한 레 마누는 비열한 짓은 하지 않는다. 그것도 자신의 피붙이에게" (p.39~47)
죽음을 예언하는 레 마누(아르미안의 여왕)이 딸들을 앞에 두고 마지막 예언을 하고 있다. 첫째, 마누아, 둘째, 스와르다, 셋째, 아스파샤 와 막내 딸 샤리. 만화속 캐릭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마누아는 최고의 여왕이 될 운명이다. 스와르다는 지상에 있일 수 없는 외모에 소유자이고 아스파샤는 치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샤리로 불리는 샤르휘나. '황금의 소녀'로 불리는 샤르휘나가 <아르미안의 네딸들>을 이끌어 가는 주요 인물이다. 1권 <아르미안?은 네명의 황녀들의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첫째 딸, 마누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분명 어머니의 유언에서도 신화적 존재인 기르샤 옴머세트와는 비교도 안될 유능한 레 마누가 된다고 했지만, 마누아는 겁이 났다. 자신보다 열살이나 어린 막내 동생의 예지력과 힘이 겁이 났다. 검게 숨긴 머리칼이 황금색으로 물결치는 순간부터, 아니 샤리의 운명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겁이 났을 것이다. 여왕이 될 운명을 타고 난 아이. 자신이 여왕이 될 운명이건만 어째서, 신은 또 다른 여왕의 운명을 주셨을까?

<아르미안의 네딸들>의 남자 주인공을 뽑는다면야 당연히 죽음의 신인 '에일레스'가 떠올라야 하지만, <아르미안>1권엔 에일레스의 존재가 미비하다. 샤리와 두어번 만나는 것이 전부다. 게다가 10살에 샤리에게 다른 생각을 갖는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일 것이다. 1권에선 리할의 역활이 미묘하게 작용을 하면서 나온다. 예전엔 리할이 꽤나 멋져 보였었는데, 이렇게 줏대가 없고 약한 남자였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페르시아 오타네스가의 공자인 리할은 열다섯에 만났던 첫사랑, 라마를 잊지 못하고 있는 사내다. 굉장한 미남자인 리할이 '아르미안'에 와서 세상에서 본적이 없는 여인 스와르다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녀의 언니인 마누아가 자신의 첫사랑임을 알게 되고, 마누아가 레 마누가 되어 신성한 상대로 리할을 선택하자 스와르다를 버리고 레 마누를 받아들인다.
37대 여왕이었던 어머니의 유언 속 페르시아의 귀인이 리할이라고 믿는 스와르다에겐 언니인 마누아와 리할의 행동은 믿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녀의 운명의 상대는 아직 나타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말괄량이의 캐릭터를 유지하고 있던 샤르휘나은 어땠을까?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가 죽고, 엄마처럼 믿고 의지하던 큰 언니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냉대해지기 시작하면서 샤리는 어찌할 바를 몰라한다. 엄마의 유언처럼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강해져야하는데, 쉽지가 않다. 열살 소녀에게 강해지라고 바라는 것이 어불성설이 아닐까? 그저 아무나 탈 수 없다는 류우칼시바만 옆에 있으면 참을 수 있을것 같았다. 예지력과 염력을 사용하려고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그녀에게 내재되었던 힘들이 발휘되면서 샤리는 38대 레 마누가 된 마누아와 장로회에 의해서 사막으로 내쳐지게 된다. 불새의 깃털을 가지고 돌아오면 용서해준다는 아르미안의 불문률과 함께.
열살때부터 함께 했던 류우칼시바이기 때문이었는지, <아르미안의 네 딸들>속에 샤리는 다른곳에서는 그렇게도 예지력과 힘을 사용하면서도 바다의 여신 라아나의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며, 신마 류우칼시바의 정령인 미카엘에겐 여간 둔하게 나오지 않는다. 어찌나 둔한지 어린시절엔 주인공인 샤리편을 들다가도 샤리에게 버럭 화를 내곤 했었다. 여전히 <아르미안>은 샤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만, 몇권으로 나올지 알수 없고, 1권의 내용은 '레 마누'인 '마누아'에 시점으로 그려지고 있다. 소설로 읽으면서 동생들을 사랑하면서도 운명을 거스를수 없는 여왕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녀가 참 안쓰럽게 보여진다. 세월의 흐름이 어린시절에 느꼈던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고, 이런 느낌이 참 낯설다.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 샤리. 그에 비해 너무나 강하고자 하기에 외로웠던 레 마누.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만화책의 다음 권을 기대하고 있었던 시절엔 그 긴 세월에 비해 결말이 약해서 허무했던 기억도 나지만, 여전히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밝혀줬던 책이다. 그리고 그 아련함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는 책이다. 소설로 읽는 <아르미안의 네 딸들>.. 결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읽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아르미안>.... 다음 이야기가 그래서 기대되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