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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뺄셈 -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무무 지음, 오수현 옮김 / 예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모든 것이 제대로 갖춰져야 환영받을 수 있는 것보다, 불완전한 부분 때문에 더욱 큰 사랑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두팔이 없는 모습으로 유명한 비너스 상이나 채 완성되지 못한 슈베르트의 2악장짜리 미완성 교향곡이 그렇지 않는가. 반신불수 작가 니콜라이 오스트로프스키가 쓴 소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도 마찬가지다. (p.74)
처음엔 무무(木木)라는 작가명을 보고는 일본인이 쓴 책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요즘 화두가 '비움'이기에 비움에 관한 책을 일본작가가 냈구나하고 스쳐 지나 갔었다. 그런데, 이 작가가 한국사람이란다. 물론 필명이다. 다른이들은 섬세한 감성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목받은 에세이스트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사실, 그의 전작을 읽어보지 못했다. 가슴을 저미는 사랑의 다양한 풍경들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고 평가받고있는 『사랑을 배우다』를 읽어본적이 없으니, 당연히 일본인이라고 생각을 했다. 전작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오늘, 뺄셈』은 에세이스트인 무무 작가의 글임에도 에세이는 아니다. 작가는 어떤글로 다가왔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봐야한다.

정리를 못한다. 심하게 정리를 못한다. 가족들은 내게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정리를 못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책상 가득 쌓여있는 책들중에는 읽지 않은 책들도 있고, 옷장가득 옷이 있음에도 항상 입을 옷은 없다. 그럼에도 또 책을 사서 책상과 책장에 쌓아두고, 옷장속엔 뭔가를 집어 놓는다. 비워야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못하고 있을까? 그러기에 내가 책을 읽고 있는것이 아닐까? 지식적인 앎과 실행은 다르다. 분명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몸은 움직이질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비움'을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못하고 있다. 이런이들이 한둘이겠는가? 살면서 미쳐 깨닫지 못할때도 있고, 너무나 작은 깨달음이기에 피식 웃으면서 넘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작은 실천이 얼마나 큰 변화를 줄지 알고는 있다. 은 이런 자잘한 깨달음을 '뺄셈'을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
등불을 들고 다니는 장님이 한번도 다른이들과 부딪치지 않았다는 이야기, 가득찬 찻잔에 끊임없이 차를 부어주는 스님 이야기, 지우지 않고 있는 선을 짧아지게 만든는 방법, 망가지 물동이에서 흘러나온 물이 주변에 꽃을 피운 이야기, 낯선집에 있는 마중물과 펌프이야기들 처럼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던 이야기인데, 새롭게 다가온다. 자기계발서들을 읽을때면 아. 이거 어떤책에서 읽었지 하면서도 읽을때마다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 뺄셈』은 굉장히 쉽게 읽히고, 편하게 다가오지만,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쩜 작가는 그걸 노렸는지도 모르겠다. 이 편한 글을 통해서 읽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읽는 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눈으로 들어오는 것보다 머리와 가슴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 더 오래가는 것 처럼 말이다.
편하게 읽히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들. 평온하고 화목한 가정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노력의 산물이라는 이야기, 밖에서 쌓아온 스트레스를 집안으로 들어가기전에 스트레스를 걸어두는 나무에 걸어두고 들어간후 다음날이면 대부분 사라져 버린다는 이야기, 사람들이 저마다 등에 업고 살아가고 있는 괴물들의 이야기들처럼 내가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모든 사람들에 포함되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책을 통해 만나게 되는 47개의 이야기들은 내게 집착만 하다가,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그러기 전에 내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편하게 읽히지만, 쉽지 않은 이야기들. 그러기에 나는 읽는다. 오늘 하지 못해도 내일은 할 수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담아내지 못하고 넘치기만 한다면, 성장은 거기서 멈춘다. '비움'은 과거를 부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과거에 품었던 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호흡을 할 때, 먼저 날숨으로 묵은 공기를 뱉어내야 들숨으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것과 같다. (p.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