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진 손등에 꽃을 그리다 - 삶의 끝자락에서 세월을 부르며
박경남.황송노인주간보호센터 지음 / 북씽크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묘한 책 한권을 만났다. 황송노인주간보호센터, 박경남 공저로 되어있는 표지가 산뜻한 책을 한권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이 묘하다. 별게 없다. 그림한장, 그림에 대한 설명한장이 전부다. 그런데 이 설명이 과히 어르신 바보여야만 쓸 수 있는 글들이다.  아이에 어린시절 앨범을 보다보면 말도 안되게 그려놓은 그림에 설명을 적어놓은것이 몇개 있다.  지금 보면 이게 뭔가 싶은데, 그 당시에는 아이가 동그라미 하나만 그려도 천재가 아닐까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주절이 주절이 설명도 길다. 이 책이 딱 그렇다. 별 그림이 아닌 그림 하나에 설명은 종이한장이 모자랄 정도로 많다.

 

 

 

 교회 전도사님 중에 나이 지긋한 분이 계시다.  노인요양관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계셔서, 주중에는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을 하시는데, 전도사님이 매번 어르신댁에 가실때 마다 가지고 가시는것이 있으시다는 말씀을 하신적이 있다. 유치부 아이들에게 주는 색칠하기.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맞는 그림 그리기를 아이들에게 한장씩 주는데, 그 중 몇장을 어르신댁에 가실때 마다 가지고 가신단다.  처음엔 힘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색연필과 크레파스를 가지고 하나하나 색칠을 하시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는 다는 말씀을 하신적이 있으시다. 그때는 전도사님이 별걸 다 하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주름진 손등에 꽃을 그리다>를 읽다 보니 잘하시고 계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박경남씨는 그림을 그리는 분이 아니다. 황송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어르신들에 글쓰기 지도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이시다. 처음엔 어르신들의 글쓰기 지도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더군다나 몸이 불편하신 어른신들이셨으니 말이다. 자기소개로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절반이상의 어르신들이 소극적이 었을뿐더라, 몸이 불편해서 볼펜을 손에 쥘 힘조차 없으신 분들도 계셨다고 한다.   결국 작가는 치매, 뇌혈관성질환, 파킨슨병과 같은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터득하게 된 어르신들의 생각과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를 한다.  이분들과 함께 매주 1회 주제를 정해 그림그리기를 시작했단다. 그렇게 10개월여 동안 그림 그리기를 통해 얻어진 어르신들의 작품이 이 책속에 들어 있다.

 

 그림을 통해서 마음속에 있는 것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색연필을 제대로 쥐기도 힘들었던 분들, 생전 처음으로 그림을 그려본 분들, 대부분 그림 그리는 것과 무관하게 살아오셨던 분들에게 그림을 그리자고 했을때, 혼쾌히 고개를 끄덕이시는 분들이 몇분이나 계셨을까?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한 분 한 분의 삶이 그려지기 시작하고, 그분들의 간절한 소망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하나의 점들이 선을 이루고, 그 선을 통해서 그분들에 열망이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1부 어르신들의 그림 이야기와 2부 자식으로 산다는 것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엔 황송노인주간보호센터에 계시는 분들에 그림과 설명으로 되어있고, 2부는 자식에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물론 그림과 설명에 분량이 훨씬 많다.

 

 

 

 유치부 아이들에 그림같다.  그런데도 따스하다.  글이 글쓰는 사람의 생각을 드러내 듯 그림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상관이 없다.  이 엉성하고 투박한 그림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 그림속에 들어있는 생각때문일것이고, 그 생각을 읽어내는 작가의 사랑때문일 것이다.  처음 이야기한것 처럼 작가는 어르신 바보다.  사랑이 없으면 자원봉사를 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이야기를 잘 하시는 것도, 그림을 잘그리는 것도 아닌 분들의 그림을 사랑으로 보고 읽고 그분들에 삶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작가. 작가에 말처럼 어르신들에 주름진 손이 마치 꽃으로 피어나는 것 같아 책을 펼치는 이들에 가슴도 먹먹하게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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