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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우드 ㅣ 와일드우드 연대기 1
콜린 멜로이 지음, 이은정 옮김, 카슨 엘리스 그림 / 황소자리 / 2012년 12월
평점 :
콜린 멜로이의 데뷔작은 홈런을 치고도 남았다. 홈런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여운이 길다. 클래식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읽는 동안 와일드우드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고, 조금은 오래 된 책이 아닐까 생각을 했었는데, 말도 안되는 신간이다. 마이클 셰이본은 콜린 멜로이가 만들어 낸 세상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한단다. 나 또한 이것이 끝일까봐 조마조마했다. 또 다른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환상과 모험이 끝임없이 읽는 이의 마음을 훔쳐버리고, 500페이지가 넘는 책장의 끝이 가까워 질수록 두려워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이젠 어떤 동물들을 만나게 되더라도 묻게 될것만 같다. '혹시 와일드 우드에 주민은 아니신가요?'하고 말이다.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모든 지도에는 도시 외곽 북서쪽 귀퉁이부터 남서쪽에 걸쳐 이끼가 자란 것처럼 검푸르게 칠해진 부분이 보이고, 그 위로 “I.W.”라는 머리글자가 적혀 있다. 말 그대로 그곳은 “지날 수 없는 숲Impassable Wilderness.” 누구도 그곳에 가본 적 없으며, 아무도 그곳에 대해 자세히 말해준 적이 없었다. 다만 아이들의 입에서 입을 통해 무성한 이야기와 두려움만 재생산되는 미지의 땅이었다. 평상시에는 생각할 일 조차 없는 그곳으로 동생을 찾으러 자전거를 타고 누나가 움직였다. 멀리 깊고 어두컴컴한 숲속으로 자전거 패달을 돌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나에게, 아니 동생에게 벌어진 일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어느 멋진 날, 놀이터에서 놀던 프루와 한 살배기 남동생 맥에게 말도 안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하늘에서 까마귀 떼가 날라와 아장아장 걷고 있는 맥을 낚아채서는 지날 수 없는 숲으로 날아가 버린것이다. 말도 안되는 이 일을 누가 믿어줄 수 있을까? 돌보던 동생을 잃어버렸으니 무섭기도 하고 혼날까봐 두렵기도 한 열두살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동생을 찾아 아무도 갈 수 없다는 미지의 땅으로 가서 동생을 찾아 오는것이 모든 일의 해결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열두살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작은 가방 하나 메고, 동생을 태웠던 웨건이 메달려져 있는 자전거를 타고 '지날 수 없는 숲'으로 가는 프루에게 그리 친하지 않았던 친구, 커티스가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한다. 투닥거리면서도 두 아이는 두려움과 정체 모를 기대감으로 금지된 숲으로 발을 내딛는다. 그렇게 아이들은 믿을 수 없는 세계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금단의 땅은 어떤 모습으로 아이들을 맞이할까? 입으로 이야기하는 것조차 터부시 되어온 곳. 그곳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속 이야기 세계 같은 곳이었다. 아이들이 가장 처음 만난것이, 말하면서 두 발로 서있는 코요테였으니 말이다. 엘리스 속 토끼처럼 따라가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질까? 무장을 한 채, 말하는 코요테라면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상대가 아닐 것이다. 코요테에게 잡혀버린 커티스와 그 길을 벗어난 프루. 이제 두 아이의 이야기가 주거니 받거니 펼쳐지기 시작한다. 오직 하나, 프루의 동생 맥을 찾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말이다. 코요테에게 잡혀 와일드 우드의 '미망인 여왕'이라 불리는 알렉산드라 앞으로 가게된 커티스와 우체국장 리처드를 만나 사우스우드로 가게된 프루.
어떤 아이가 정의에 사도편으로 갔는지는 처음엔 알수가 없다. 너무나 아름답고 커티스에게 2인자의 자리를 주면서 코요테를 군대화 시키고, 산적들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이끌어 내는 알렉산드라. 말하는 독수리와 오소리가 인력거를 끌고 있는 믿을 수 없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곳에서 동생을 찾게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사우스우드에 섭정지사. 바깥세상의 아이들은 들어올 수 없다는 이 금단의 숲속에 들어온 아이들은 누구에게나 호기심을 일으키게 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이건 뭘까? 왜 이들은 이렇게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찜찜함을 느끼게 하고 있는 걸까? 위풍당당하게 날아온 올빼미 장군의 쪽지를 받는 순간 프루는 그를 만나야 동생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프루를 막는 사람들과 동물들. 사우스우드엔 뭔가가 있다. 사우스우드를 바꾸기 위해서 애쓰던 올빼미 장군이 잡혀가기전에 말한 신비주의자.

『와일드우드 연대기 1』은 파트 1,2,3로 나뉘어 지는데, 그곳을 이루고 있는 사우스우드, 와일드우드, 노스우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제 프루는 사우스우드를 지나, 노스우드로 가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바로 그곳이 나오면 좋겠지만, 와일드우드를 거쳐야만 하고, 그 과정에서 프루를 태우고 공중을 날던 독수리 장군이 코요테들의 화살을 맞게된다. 프루가 만나게 되는 산적,브렌든. 과연 산적이라는 이름의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처럼 나쁜 사람들일까? 이곳에서 프루는 미망인 여왕의 진실을 알게 되지만, 브렌든과 함께 코요테에게 잡혀버리면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커티스가 벌써 집에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믿고서 말이다. 그럼, 커티스는 코요테군대의 2인자가 되어있을까? 집으로 돌아갔을까? "이 아이는 마땅히 내 소유란다. 이 아니는 내 것이야. 난 이순간을 위해 13년을 기다려왔지. 고통스러운 13년이었어." (p.201) 그렇게도 찾아 헤메던 맥을 찾았는데, 아이를 죽이겠단다. 미망인 여왕이. 어떻게 두고 보겠는가?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게 된 커티스는 그곳에서 또 다른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집으로 돌아간 프루는 잘 먹고 잘 살았어요' 라고 끝나 버렸다면 『와일드우드 연대기 1』가 아니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 부모님의 너무 빠른 포기. 이제부터 본격적인 <라푼젤>과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만날 준비를 해야한다. 양배추를 먹기 위해 아이를 포기한 라푼젤의 부모. 이상한 나라에 들어가 결코 상상 할 수 없었던 룰을 따르고, 그들과 친구과 되는 엘리스. 이 모든것이 『와일드우드 연대기 1』속에 들어있다. 신비주의자인 이피게니아가 이야기하는 혼혈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책을 통해서 만나야 한다. 동생 맥을 왜 알렉산드라가 데리고 있는지, 맥을 통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 곳이 와일드우드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인간 동물 동지들이여!"라고 연설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우정, 정치 풍자를 통한 내가 아닌 전체를 위한 희생, 『와일드우드 연대기 1』에는 이 모든것이 들어 있다. 대놓고 이건 이야기야를 외치는 코넬리아 푼케의 '잉크하트'의 세상이 아닌 내가 사는 세상 어딘가에 공존하고 있을 것만 같은 금단의 세상. 그 속에서 서로에게 용기를 주는 아이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기엔 결코 짧은 글이 아니다. 어른들이 읽기에도 한두시간안에 뚝딱 읽어 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이 책은 근사하다. 중간 중간에 보여지는 카슨 엘리스의 삽화들은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문을 열고 살짝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고, 어느 순간 이 숲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가능할 것 같은 상상에 빠져 버린다. 첫장을 넘기고 아쉬운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나는 이들에 또 다른 이야기를 꿈꾼다. 분명 더 있을 것이다. 아니, 더 있어야만 한다. 이렇게 끝내 버리면 콜린 멜로이가 만들어 낸 『와일드우드 연대기 1』속 커티스와 프루로 인해서 잠 못 이룰 날이 너무 길어질테니 말이다. 그들에 다음 이야기가 미치도록 궁금하다. 커티스와 프루가, 이 야생의 숲이 책장을 덮어버린 순간 부터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