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얼룩진 교과서 1
모모세 시노부 지음, 한성례 옮김, 사카모토 유지 극본 / 느낌이있는책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2013 학교>라는 드라마가 요즘 인기다.  학교엔 참 많은 이야기가 있다. 좋은 이야기도 있지만, <여고괴담>같은 괴담이 한참 유행을 하더니, 요즘은 왕따와 같은 사회 문제들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대안학교나 검정고시를 열외로 한다면 8살에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서 의무교육인 고등학교까지 우리는 12년을 주구장창 다녀야만 하는 곳이 학교다.  <우리들의 얼룩진 교과서>는 이런 학교안 아이들과 선생님에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일본판 <도가니>라는 끔찍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도가니>는 아니고, 학교에 이야기다.  일본에 이야기라지만 너무나 우리의 이야기 같은 그런 이야기다.

 

 

교사도 다른 학생들도 전혀 아이자와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자와 아스카라고 하는 학생 따위는 이 교실에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듯 수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자와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나왔다. (p.15)

 

 <여고괴담>을 보면 있는지 없는지 알수 없는 아이가 나온다. 몇년을 같은 곳에 있어도 기억되어 지지 않는 친구. 내 어린시절을 돌이켜봐도 그런 친구들은 있었다.  한반에 70명이 넘는 교실에서 너무나 조용히 앉아만 있었던 친구.  나중에 졸업사진을 보면서 그런 친구가 있었지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그런 친구들 말이다.  하지만 책속의 아이자와는 없는 듯 있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다.  '투명인간'. 아무도 말을 걸지도 관심을 갖지도 않는 그런 아이였다.  그 아이에 눈에 기리오카 중학교에 임시교사로 온 가지 고헤이는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선생님, 질문이 있는데요.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에 고민을 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가지에게 건네준 열쇠.  가지에 눈에 조금은 이상하게 보이던 아이. 그랬던 아이자와 아스카가 학교 건물 4층에서 떨어져 사망하게 된다. 

 

 열혈 선생님인 가지에게 건네진 열쇠.  사물함 속 아이자와의 물건은 학교폭력을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온통 얼룩진 교과서와 낙서들.  아이자와와 연관이 되어있는 듯한 변호사 쓰미키 다마코가 아이자와의 새엄마였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둘은 학교내에 집요한 집단 따돌림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7년전 아이자와만을 쓰미키에게 남겨놓고 사라진 아이자와의 아빠. 속은 결혼에 치를 떨면서 아이자와를 보육원에 맡기고 자신의 길을 찾아 변호사가 된 쓰미키. 새엄마와 닮았다고 좋아하던 아이자와의 잔상은 그렇게 미워하던,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외쳤던 쓰미키를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자살이 아닌지 의심을 품고 진상을 파헤치게 만든다.

 

 도대체 학교에서는 어떤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악역인지 아닌지 알수 없는 교감선생님인 아메키와 요상한 선생님들.  일본이란 나라의 특성인지는 알수 없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것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어 심야 술집을 나가는 선생님도, 도박으로 생긴 빚과 양육비를 주기위해 뒷돈을 받다 걸린 선생님도, 그저 직업으로 학교를 오가는 선생님들도 나온다.  선생님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학교는 아이들을 지키는 곳이라는 교감선생님에 논리에 가지 선생님도 쓰미키를 멀리 하면서 쓰미키는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그녀가 다니는 회사에 기리오카 중학교가 사건을 의뢰하고, 그녀는 사랑과 직장을 모두 버려야만 하는 상황이 닥치게 된다.

 

 쓰미키가 아이자와와 함께 했던 시간은 겨우 삼개월이었다. 그 삼개월도 쓰미키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아이자와가 써온 작문도 찢어 버릴정도로 분노로 일관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아이를 위해서 쓰미키는 왜 모든것을 포기했을까?  "당신 딸이 죽었어요."(P.172)라고 외치던 가지선생님에 절규 때문이었지만, "말을 걸어도 못 들은 척, 눈앞에 있어도 저를 못 본 척했어요. 제 말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고 저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어요. 난 분명 이렇게 있는데도 없는 사람이..."(P.144) 자신은 투명인간이라는 니시나의 고백을 통해서 자신이 아이자와를 그렇게 대했던 것을 깨닫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무시당하는 것. 그게 투명인간이니 말이다.  가지 고헤이라는 동조자를 잃은 쓰미키의 싸움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이 싸움이 쓰미키만의 싸움일까?  지금까지 견디다 사라져 버린 아이자와는 누구를 위해 싸우고 있었을까?  퍼즐 조각을 맞추어가 듯 하나씩 이야기는 진행되어 가고, 대한민국의 교실과 흡사한 그 모습들은 고개를 떨구어 버리게 만든다.  때론 현실이 언제나 픽션을 앞서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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