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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가 돌아왔다 ㅣ 한림 고학년문고 23
홍종의 지음, 양상용 그림 / 한림출판사 / 2012년 12월
평점 :
2007년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인천대교 공사를 마친 삼성물산 소속 크레인 부선 ‘삼성 1호’를 예인선이 경상남도 거제로 끌고 가다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정박해 있던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하여 유조선 탱크에 있던 7만 8,918배럴의 원유가 태안 인근해역으로 유출되어서, 서해 앞바다가 기름바다가 되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해앞바다로 달려갔고,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입지 않은 면옷을 추수려서 그곳으로 보냈었다. 발을 동동구르면서 안타까워했지만, 그 당시에는 서해에서 잡히는 어류들은 피하게 되었었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지금 그곳은 어떨까? 이젠 무던해지기도 했고, 태안 앞바다가 깨끗해졌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있을까? 한림에서 나온 <낙지가 돌아왔다>는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햇살을 받아 알록달록 빛을 내는 기름 흔적들은 낙지만 쫓아낸 것이 아니었다. 바지락, 소라, 농게, 칠게, 갯지렁이,개불,망둥이, 짱뚱어... 그리고 만평이도 갯벌에서 쫓아냈다. (p.15)
낙지 귀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낙지를 잘 잡는 만평이의 눈에 기름이 쫓아낸 것들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낙지를 돈으로 바꿔주던 물빛식당도, 그곳에 있던 혜림이도 조개를 캐던 동네 아줌마들도 도시로 쫓아내어 버렸고, 이제 하나남은 친구,광태마저 도시로 간단다. 할머니는 광태네 배를 아빠를 위해 사셨지만, 이곳은 희망이 없다면서 아빠도 도시로 가기를 원하고 있다. 갯벌이 백만평이나 되는 이 너른 땅이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고 하고, 매일 낙지를 잡기위해 뻘로 나가는 만평이는 어떤것이 옳은지 알수가 없다. 광태가 몇해전에 자원봉사로 왔던 아이들을 초대하고 싶단다. 그것도 만평이에 이름으로. 깨끗해진 서해바다를 보여주고 싶다고 이야기 하지만, 광태의 관심이 서울에서 왔던 슬비에게 있는 듯 하다.
광태와 만평이가 외우고 있던 서울 아이들의 e-mail. 아이들은 만평이에 초대를 받아들일까? 찬우에게 '놀러 와'라는 제목으로 온 메일은 스팸처리가 될 뻔했다. 백만평이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말이다. 이런 이름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서해 바다가 온통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을때, 친구들과 함께 기름을 닦으러 내려갔던 곳. 그곳에서 만난 만평이의 메일. 마을 앞 갯벌이 백만 평이서 이름이 '백만평'이라는 아이. 슬비를 꼭 데리고 와야만 한단다. 바다가 깨끗해지면 꼭 초대하겠다던 만평이의 메일이 드디어 온것이다. 함께 했었던 정빈, 상기, 태연, 슬비와 함께 서해바다로 가기위해 아이들은 부모님을 설득하고, 만평이는 기다리지 않았던 승낙의 메일을 받게된다.
아이들은 아이들 답게 놀때가 가장 행복하고 사랑스럽다. 갯벌을 뛰어다니고, 그곳에서 조개를 잡는 아이들. '물고기 귀신'처럼 맨 손으로 고기를 잡는 만평이는 아이들의 눈에 영웅처럼 보였을 것이다. 한때는 '낙지 귀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아이가 '물고기 귀신'이라니. 만평이는 듣기 싫은 소리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니 행복하다. 뒤로 빼던 아이도 아이들이 잡아온 조개며 물고기를 맛보고는 아쉬워하기 시작하고, 아이들은 광태와 만평이 아빠와 함께 낚시를 떠난다. 바다는 언제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냐는 듯이 아이들을 맞이하고, 아이들은 바다의 품으로 들어간다.
하림 고학년 문고로 나온 <낙지가 돌아왔다>는 만평이의 성장통을 그린 이야기다. 만평이가 커가는 과정에서 서해바다의 기름 유출 사건을 이야기한다. 한순간의 실수로 한 마을이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고, 또 다시 살기 위해서 일어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바다는 깨끗해 진것 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기름의 흔적들은 여기저기 남아있다. 마을에서 횟집을 하는 주인의 입에서 '횟감도 멀리 동해에서 가지고 옵니다. 절대 여기서 잡은 고기 안 씁니다'(p.76)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전히 그 여파는 바닷가 마을에 남아있다. 모두 떠나버리고, 고기도 잡을 수 없는 이곳에서도 희망은 있다. 다시 돌아온 고기들과 깨끗한 갯벌이 아니면 살지 않는 낙지의 모습을 보면서, 바다를 버리겠다던 아빠가 바다위에서만 바다를 통째로 가슴에 담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낚시줄을 풀어내는 아빠 모습을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른다. 만평이는 일부러 아빠 뒤에 서 봤다. 아빠의 넓은 등에 바다가 다 가려졌다. 비로소 아빠가 바다를 통째로 가슴에 담았다. (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