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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레오파드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잠을 이룰수가 없다. 옮긴이의 말까지 784페이지인 글을 읽고 난 지금 홍콩으로 해리를 찾아 떠나야 할것만 같다. 192cm의 거구에다, 입에서 귀밑까지 상처가 나있는 이 남자가 너무도 보고싶어서 미쳐버릴 것만 같다. 요 네스뵈 때문인지, 해리 때문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이 밤, 해리에게 미쳐가는 카야가 이해가되는 그런 밤이다. 그가 보고싶다. 완벽한 안티 히어로. 해리 홀레. 차기작으로 내정되어져 있는 <레드브레스트>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온전히 해리 때문이다. 그의 모든 이야기. 그가 펼치는 이야기들. 읽는 내읽는동안 사전을 들고 다니냐는 말을 들었지만,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아쉽게 만든 <레오파드>. 가슴 저 밑에서 뭔가가 움찔거리는 이유는 책장을 덮은 후 밀려오는 해리에 대한 그리움때문이다.

두 여자가 같은 방식으로 살해되었다. 혈중에 케타노메가 주입된 채 자신의 피가 폐로 들어가 익사했다. 또 다른 여자는 밧줄 제조소에서 가져간 밧줄로 다이빙대에서 목을 매달았다. 한 남자는 자기 집 욕조에서 익사했다. 파살자들은 아마도 같은 날, 같은 산장에 있었을 것이다. 그날 혹은 그날 밤 호바스 산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결과만 있을 뿐 원인은 없다. (p.201)
또 다시 굵직한 사건이 터졌다. 연쇄살인범이라고 결정내릴 수 없었을 때, 매력적인 형사 카야 솔레스는 해리를 찾아 홍콩으로 들어왔다.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스노우맨>을 다시 찾아 읽어야만 했다. 아.. 해리에게 그런일이 있었지. 스노우맨에 마지막 타켓이었던 라켈. 그녀를 구하고 해리는 손가락 하나를 잃어야만 했다. 그리고 라켈은 올레그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지금 해리가 있는 곳은 홍콩. 어차피 해리 홀레는 반듯한 남자가 아니다. 돈을 쓰고 갚지 않아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었는데도 그는 여전히 해리다. 그를 처음 본 카야. 커다란 키에 노르웨이 경찰의 전설을 마주보면서 어떻게 이 고집불통을 노르웨이로 데리고 갈 수 있을까? 하나의 끈. 알라브 홀렌이 사경을 헤메고 있단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 이었을까? 해리가 노르웨이행 비행기를 탄 순간, <레오파드>는 고속 주행을 시작한다. 당신이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괴로움을 맛볼 수 있을 때까지 해리와 함께 할 준비가 되었는가를 외치기 시작한다.
<스노우맨>을 통해서 요 네스뵈에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능력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엔 절대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을꺼야하고 생각했는데, 또 다시 요 네스뵈에 손바닥 안에서 그가 원하는 데로 시소를 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니 벌써? 200페이지도 읽지 않았는데, 범인이 나오는 건가하고 생각을 했다면, 그 다음 순간 내가 생각했던 범인은 끔찍한 죽음으로 '나는 범인이 아니오~'를 외치고 있다. '이런, 또 당했군...' 머릿속은 해리의 눈과 해리의 감각을 통해서 함께 범인을 찾으려고 하는데, 해리의 능력을, 요 네스뵈에 능력을 따라갈 수가 없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해리를 따라가는 것 뿐이다. 해리가 콩고로 가면 콩고로, 홍콩으로 가면 홍콩으로.
레오폴드의 사과. 이건 사실 고문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효율적인 도구는 아니다. 입에 들어간 사과 때문에 죄수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과에 달린 줄을 두 번째로 잡아당길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목격한 원주민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p.224)
이런 끔찍한 고문도구가 있다니. 몸서리가 쳐지기 시작한다. 사과에 달린 철사를 잡아당기는 순간 스물 네게의 바늘이 튀어나와 죽음을 맞아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레오폴드의 사과. 이 금속의 사과가 보르그뉘 스템 뮈레와 율리아나 베르니를 죽였단다. 누가? 왜? 콩고까지 가서 이 끔찍한 고문 도구를 가지고 왔단 말인가? 아델 베르레센, 마리트 올센, 엘리아스 스코크, 유시콜카가 죽었다. 살아있는 자는 이스카 펠러와 토니 라이케 뿐. 호바스 산장에 누군가 있었다. 누구란 말인가? 유령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감독처럼 세트를 정비하고 먹잇감의 숨결에 자신의 숨을 맞춘 채 단 한 번의 흐트러짐을 노리고 있는 표범처럼 영리하고 날렵하지만 조용하게 다가오는 자. 표범 같은 그자는 누구란 말인가?
끊임없는 반전에 뒷통수를 조심해야만 한다. 믿었던 이에게 믿음을 주어서도 안되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이라도 조심해야만 한다. 카야 솔레스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알았을 때, 해리의 분노를 하늘을 찔렀다. 해리에 새로운 연인의 탄생인가? 라켈이 아닌 다른이가 해리를 감싸줄 수 있을까? 유머와 스릴러가 공존하는 세계, <레오파드>. <스노우맨>의 그 후 이야기라는 말처럼 <레오파드>는 <스노우맨>에 나왔었던 굵직 굵직한 인물들이 모두 나온다. 아주 잠깐이라도 말이다. <스노우맨>을 휘젓고 다니던 카트리네 브라트가 정신병원에서 해리를 돕고, 군나르 하겐이 해리를 서포터한다. 그뿐인가? 그 유명한 '스노우맨'이 해리를 도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동기.처음으로 이 사건에 '왜'가 생긴거야." (p.561)
크리포스를 맡고 있는 미카엘 벨만과 군나르 하겐의 강려반이 맞물리면서 연쇄 살인범을 찾는 것은 누가 먼저 범인을 찾나로 변해버렸다. 하겐이 비밀리에 숨겨둔 해리. 그의 모든 행동이 해리의 머릿속에서 나가는 순간 벨만에게 전해진다. 누군가 있다. 해리의 주변에. 끊임없이 두뇌를 쓰게 만든다. 해리가 찾아내고 벨만이 기습하고. 이제 벨만과 해리가 함께 한다.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해리의 레이더에 걸려든 인물. 토니 라이케와 관련이 있는 인물, 시구르 알트만. 해리에게 필요한 작은 부분을 채워주고, 해리 주위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인물. 눈사태를 일으켜 줄 음파를 만들어 낼 줄 아는 인물. 그가 감독이고 레오파드인가? 그렇담, 그는 누구인가?
시소 위에 앉아 있을 때는 늘 지는 편으로 가야해요. 지는 편이 더 절박하고, 따라서 어떤 요구든 기꺼이 들어주려 하니까요. 간단한 도박 이론이죠. (p.761)
책 한권에 반전이 몇번이나 나오는지 모른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이야기가 책장을 덮게 만들기는 하지만, 콩고의 활화산이 모든것을 불 태워 버리는 것처럼 섬뜩하다. 작은 부분 하나도 그냥 쓰여진 부분이 없다. 홍콩에서 해리가 분수 옆에 놓어 둔 젓병마저도 이야기의 축을 이룬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안겨주면서 눈덮인 산야의 서늘함을 선사하지만, 지금 나는 그립다. 이제 어떻게 해리를 만나야 할지 말이다. 해리의 이야기가 영화로 나온단다. 누가 이 못된 영웅으로 표현되어질지, 기대되어진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 남자, 해리 홀레. 해리 홀레 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 요 네스뵈가 가장 길고 복잡한 해리 이야기라고 말한 <레오파드>는 끝이 났다. 조만간 해리 홀레 시리즈의 첫 작품인 <The Bat Man>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점점 그가 궁금해지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