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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인간
브라이언 크리스찬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얼마전 뉴스를 보니, 애플의 새로운 운영체제인 IOS6정식 버전엔 시리(SIRI)가 탑재되어 있다고 한다. 시리(Speech Interpretation and Recognition Interface)는 인공지능 컴퓨터 같은 것으로 언어 해석및 인지 인터페이스가 가능한 기능으로 간단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만들어져있단다. 어찌보면 예전 '전격 Z작전'의 키트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친구들이 '시리'에게 전화걸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면 이제 이 모든 것이 가상의 현실속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닌것 같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영어버전만 완벽한 것처럼 이야기를 하더니, 이제는 한국어 버전도 사투리가 아닌 이상은 가능하다고 하니 말이다. 어찌되었건 외로움의 끝이 컴퓨터와 이야기를 하는 세대가 되어 버린것 같다.

1980년대 말에 고등학교를 다녔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내놓라하는 여상을 다녔었는데, 주산과목을 담당하셨던 선생님이 우리나라에서 암산을 가장 잘하는 분이셨다. 그당시 학교에 입학해서 들었던 이야기가 선생님과 컴퓨터가 시합을 했는데, 선생님이 이기셨다는 거였다. 수업시간에 성적표를 나눠주시면서 반 평균을 계산하셨던 분이셨기도 했고, 그당시 컴퓨터가 지금같지는 않았으니까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기억이 난다. 만약 컴퓨터의 기능이 지금과 같았다면 어땠을까? 물론, 지금과 같았다면 주산이나 암산이 그렇게 중요한것은 아니었겠지만 궁금해진다. 뜬금없이 고등학교때 선생님의 일화가 떠오른 것은 '튜링 테스트'라는 낯선 단어와 <가장 인간적인 인간>속에 나오는 이야기들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에 벌어진 20세기 최대의 대결은 1997년 5월 맨해튼의 이퀴터블 빌딩 35층에서 벌어진 체스 세계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와 슈퍼컴퓨터 딥블루 간의 대결이었다. 이 대결의 승리자는 컴퓨터였단다. 인공지능의 역사적 이정표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지만, "기계도 생각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기계도 생각할 수 있는가?" 그런데 이 질문은 1950년에 이미 제기한 학자가 있었단다. 바로 인공지능의 창시자로 간주되는 앨런 튜링. 1950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물음을 던졌고, 그 답으로 '모방게임'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방게임이 인간대 컴퓨터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저자 브라이언 크리스찬은 자신이 튜링테스트에 참가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에서부터 '가장 인간적인 인간'으로 선정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적어나가고 있다. 최고의 인공지능 프로그램들과 맞서 경쟁하는 네 명의 인간 연합군. 최고의 점수를 얻은 프로그램은 그해의 '가장 인간적인 컴퓨터'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고, 가장 높은 확신도를 획득한 연합군 참가자에겐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라는 타이틀이 수여된다. 뢰브너상이라고 알려진 이 특별한 대회의 주최자는 휴대용 디스코 댄스플로어 제작자인 발명가 휴 뢰브너이다. 그는 왜 이런 대회를 조직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게으름을 꼽았다. 즉 미래의 세계는 지능 있는 기계에게 인간의 노력과 근면성을 모두 양도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튜링 테스트의 해부>의 편집자로 휴 뢰브너와 함께 뢰브너상을 만든 인물은, 심리학자인 로버트 엡스타인 박사다. 그는 4개월 동안 이바나라는 러시아 여성과 서신을 교환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녀는 바로 컴퓨터 프로그램이었단다.
가상현실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굉장히 많다. 메트릭스를 생각지 않더라도, 컴퓨터 속 현실이 실제 현실이 되어 버린영화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네 대의 컴퓨터 프로그램'과 '네명의 인간'이 각각 열 두명의 심사위원과 '채팅'을 하는 5분동안 이루어지는 이 게임으로 인간은 인감임을 어필해야하고, 컴퓨터역시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은 얼마나 웃긴 일인지 모른다. 인간적인 컴퓨터와, 컴퓨터 같은 인간, 어떤것이 진실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이상한 세상인가? 인간이 자신이 인간임을 밝혀야만 하는 현실이라니 말이다. 출판사에서 소개한것 처럼 인공지능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뢰브너 프라이즈(Loebner Prize) 경연대회에서 ‘가장 인간적인 인간’으로 뽑힌 남자, 브라이언 크리스찬이 전하는 흥미롭고 의미심장한 21세기 신(新)인간학. 책은 인간의 지성과 감성의 영역,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다움의 진실’을 추적한다.
휴먼 3.0시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 책은 왜 우리는 종종 인간적인 인간이 되는 데 실패하는지 설명하며,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간적인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분명 인간임에도 컴퓨터라고 오인받고, 컴퓨터를 완벽한 인간이라고 믿어버리는 웃지 못할 이 대회가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을 표방하면서 대회에 참석하는 연합군들을 살떨리게 만드는 이유는 인간이란 무엇인가하는 아리스토렐레스의 사유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톨스토이에 단편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도 아닐것이다. 그것이 저자 브라이언 크리스찬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인간으로서만 할수있는 다른 모든 사유를 잊어버리고, 인간이기에 가능한 모든것을 보여주기 때문일것이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우리 자신을 꾸짖는 대회, 어떻게 하면 우리 자신이 더 좋은 친구, 예술가, 선생, 부모, 연인 등이 될 수 있는지를 배우는 대회, 우리가 다시 우리 자신으로 돌아오는 대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돌아올 그 날을 위하여 나는 앞으로도 그 대회를 함께하고자 한다.' p.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