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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추구 2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이히 하베 니히츠 다폰 게부쓰트. '나는 몰랐다' (p.204)
나만 행복하면 괜찮은걸까? 그렇다면 새러는 분명 행복이라 이야기 할수 있을 것이다. 잘 나가는 오빠를 미소 띠면서 바라 보는 것도, 자신의 사랑을 다시 만나게 된 것도. 그가 유부남일지라도 그의 아내가 눈 감아준다고 하니, 결혼이라는 의무가 없는 사랑만 하면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으니 행복했다. 가끔, 잭의 아내 도로시에게 미안한 감정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는가 라고 생각을 했다. 잭은 도로시를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잭의 사랑은 오직 새러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려 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조금이라도 맘이 편하려면 말이다. 일주일에 두번씩 출장이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찾는 잭. 점점 더 그가 그녀에게 들어오고 있다. 사상이 맞지 않는 오빠로 인해서 불화가 있을 것도 같았지만, 새러는 자신의 평화를 깨고 싶지 않았다.

이 평화가 계속 될 수 있다 생각했는데, 평화의 부식이 오빠에게서 부터 일어날 지는 몰랐다. 대학시절 사회주의 운동에 동참했던 에릭. 한때 공산당원에 가입했었던 그 오래전 일이 에릭을 공산당 부역자로 몰아가면서 에릭에 모든것이 허물어 지기 시작한다. 새러는 충분히 에릭을 도울 수 있다 생각했지만 자존심 강한 에릭은 동생의 도움을 거부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그래도 오빠가 자랑스러웠다. '슬리피, 그럼피, 도피, 배시플, 해피, 스니지, 닥터 그리고 SW'(p.109) 오빠가 알고 있다는 유일한 공산당원들의 이름.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이 자랑스러운 오빠가 터무니 없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빠의 모든것이 물거품 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전업 방랑자가 되려고 했어. 난 하루 종일 거닐기로 했어. 극장에서 극장으로의 방랑이랄까? 걷고 또 걷고 계속 걷는 거야.'(p.138). 오빠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말들이 가슴을 저민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저, 오빠가 다시 재개하기만을 바랐을 뿐인데...
오빠의 죽음으로 그녀에게 남은 사람은 잭 뿐이었다. 오빠를 위해 애써주던 사람. 오빠를 위해 함께 슬퍼해주고 애통해하던 사람.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오빠에 보험금이 새러에게 남겨졌단다. 어마어마한 돈이. 돈만 남겨졌다면, 조엘 에버츠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녀의 삶이 바꼈을까? 조엘 에버츠가 이야기하는 밀고자. 이제는 당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미 오래전에 탈퇴한 인물이지만,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인물. 그 사람이 오빠였단다. 그래서 오빠를 이야기 했단다. 그녀의 사랑이. "밀고자는 잭 말론이었어요."(p.188). 책을 읽으면서 이미 알고 있었다. 끊임없이 이야기되어 지고 있는 인물이었으니까. 이야기가 만들어 지려면 잭이 어딘가에서 나와야 하니까. 스포가 되어 버렸나? 분명 1권은 새러와 잭의 사랑이야기라고만 생각을 했었으니까. 전후 미국 사회에 이념논쟁이 튀어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가 죽지 않기위해서 누군가에 이름을 말해야만 했던, 마녀사냥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었나보다. 그렇게 새러는 잭을 떠난다. "이히 하베 니히츠 다폰 게부쓰트. '나는 몰랐다'" (p.204)는 잭이 사용해서는 안되는 말이었으니까. 그렇게 잭은 새러에게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이제 통속적인 이야기를 끌어낼 준비는 다 된것처럼 보인다. 임신을 하지 못할 거라는 새러는 임신을 할테고, 옛사랑이었던 이들은 아이로 인해서 화해를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렇게 만들어 버리면 더글라스 케네디가 아니다. 그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 이 남자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인간의 심리를 이야기한다. 여자이든 남자이든, 성별은 중요치가 않다. 그가 이야기를 만들면 통속적일 수 밖에 없는 모든것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출판사의 말처럼 <행복의 추구>는 케네디의 다른 작품들의 비해서 방대한 분량으로 1940년대부터 스마이스가와 말론가의 이야기를,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살아서 움직이는 인물들, 새러, 에릭, 잭, 도로시, 케이트와 찰리까지. 통속적으로 끝나버릴 것 같은 인물들은 다른 이야기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새러의 만남, 사랑, 이별, 재회, 화해, 용서로 움직이는 삶의 수레바퀴를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나만 행복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게 풀어버렸다면 먹먹했을 것이다. 이 방대한 책을 덮은 후, '이게 더글라스 케네디지'라고 씽끗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나의 행복만큼 내가 아닌 타인의 행복까지 바라보려 노력하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숨결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