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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추구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칠십 대로 보이는 노부인이 엄마의 관 바로 옆에 서 있었다. 잿빛 머리에 키가 크고 몸집이 호리호리한 노부인이었다. 내가 그 연배쯤 되었을 때 되길 바라는 모습. 굽지 않고 꼿꼿한 등, 균형 잡힌 골격, 하얀 피부... p.7
이야기의 시작은 칠십 대로 보이는 노부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노부인? 스무살엔 칠십이라는 나이가 나와는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제 내 엄마의 나이가 칠십가까이 되고 나서야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니란것을 알아버렸지만 말이다. 여전히 사랑을 아는 그런 나이.. 아니, 어쩌면 여자는 평생을 사랑받고 살고 싶어하는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는다면 평생 누군가와 사랑을 하던지. 책방사이트에 <행복의 추구>가 몇 주째 걸려있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이니 이 글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읽은 그의 책중 두권으로 된 유일한 책이다. 꽤나 읽어야 할 양이 많은 장편의 글임에는 확실한데, 1권을 읽고 2권을 내리 읽었다. 중간에 멈출수가 없었다. <위험한 관계>를 읽었을 때, 첫 1/3이 어찌나 지루하던지 던져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 부분을 넘어서면서 느꼈던 롤러코스터를 이 글에선 느낄수가 없었다. 그냥 잔잔함. 그런데 멈출수가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랑때문에 웃고 사랑으로 울고, 또 사랑에 답답함. 어떤것이 행복의 추구일까? 작가는, 왜 그녀들에게 <행복의 추구>를 이야기 하려 했을까? 그녀들이 추구했던 행복. 행복하긴 한걸까?

주부들이 모이는 사이트에서 가장 욕을 얻어 먹는 사람은 단연코 새러와 잭같은 인물이다. 자신들의 사랑으로 가정을 파괴하는 사람들. 자신들은 사랑이라 이야기 하지만, 통상적으로 그 사랑은 불륜이 되어버리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이 글의 주인공은 고귀한 사랑이라 외쳐되지만 완벽한 불륜의 대상이다. 내 주변에 이들이 있었다면 등 돌리고 외면해 버렸을텐데, 그들의 사랑, 아니 그녀의 삶에 연민을 느끼고 있다. 어느새, 나에게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친구가 되어 버려 그녀를 옹호하려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장래식장에서 노부인을 본 것은 케이트였다. 잭 말론과 도로시의 딸. 오빠 찰리가 있지만 연락이 안된지는 오래되었고, 메그 고모의 표현으로는 '우라질 놈'이라는 전 남편 사이에서 난 사랑스러운 에단을 키우고 있는 케이트. 엄마가 돌아가시고 노부인이 계속 그녀 주위를 멤돌기 시작한다. 케이트에게 보내진 우편물. 그속에 들어있는 아빠와 노부인의 젊은 시절 사진. 케이트와 찰리. 그리고 에단의 사진까지. 스토킹이라고 생각이 들어도, 궁금했다. 무슨 이유로, 노부인이 케이트의 주변을 멤도는지. 어째서 노부인이 그녀를 만나고 싶어하는지...
"잭 말론, 즉 케이트의 아버지는 내가 평생 사랑한 남자였어요. "p.95
처음 본 노부인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대책없이 죽어버렸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엄마의 표현으로 아빠는 남성다운 멋진 사람이었다. 케이트가 몰랐던 아빠의 연인. 그 사람이 부모가 다 돌아가시고 이제 혼자 남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지금 나타나 사랑이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케이트로 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새러로 넘어간다. 새러 스마이스. 새러와 스마이스에 s가 들어가 오빠 에릭 스마이스가 에스라고 부르는 스마이스는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의 보수적인 부모밑에서 자란 아가씨다. 한때 공산주의에 빠졌었던 오빠가 있지만, 이제는 탈퇴해서 뉴육에서 생활을 하고있다. 결혼을 이야기하는 부모의 뜻을 버리고 대학 졸업과 함께 뉴육의 잡지사<라이프>에서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새러. 그리고 부모의 죽음. 이제 그녀에게 남은 사람은 오빠 에릭 스마이스 밖에는 없다. 희곡작가의 꿈을 꾸고 있는 에릭. 에릭의 주변은 언제나 정신이 없을만큼 북적되었고, 그곳에서 새러는 잭 말론을 만난다. 첫눈에 사랑에 빠질 수 없으리라고 새러는 생각을 했었다. 잭을 만나기 전까진...
첫눈에 빠진 사랑. 하룻밤에 인연. 그가 반드시 돌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무수한 편지에 대한 답은 '미안해요'라는 단 한줄의 엽서 뿐이었다. 이런 무책임한 사람이 있을까? 하룻밤에 인연은 새러를 바꿔놓는다. 그와의 만남을 글로 쓰기 시작하고, 그것으로 인해 일을하기 시작하는 새러. 사랑이 다시 찾아올수 있을까? 그녀에게 다가온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그저 결혼으로 안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안주는 그녀가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시월드'라는 표현이 있다. '시월드'가 미국이란 나라, 1940년대의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얼마나 강하게 불었던지, 읽는 내내 눈살을 찌뿌리게 만드는 힘을 발휘하게 만든다. 새러에게 남은건 오직 오빠 에릭뿐인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 새러의 유산. '시월드'의 탈출과 함께 새러는 안정을 찾는 것 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자유뿐 아니라 경제적인 면까지 해결이 되었으니까. <새터데이 나이트/선데이 모닝>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는 새러와 잘나가는 <마티 매닝 쇼>의 코미디 작가로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에릭. 가끔 그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윈첼같은 사람도 있지만 그리 대단해 보이진 않는다.
'내가 바라는 건 완전한 독립이었다. 다시는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아도 될 말큼 홀로 서는 것. 내 행복과 운명을 남자에게 맡기는 상황은 더 이상 초래하고 싶지 않았다.'(p.335) 스마이스 남매의 승승장구로 이야기가 끝이났다면 행복했을까? 완전한 독립을 이야기 하지만 28살의 이혼녀라는 사실도 함께 강조하는 새러. "믿을 수 있겠니?" "믿을 수 없어. 사실은 우리에게 찾아온 행운도 믿기지 않아."(p.361). 이렇게 두 남매는 행복한것 처럼 보였다. 희곡작가는 아니더라도 코미디 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에릭과 수많은 독자를 지니고 있는 새러. 경제적인 것이 성공의 척도라면 당연히 그렇게 보였다. 잭 말론을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새러에게 잭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한다. 부인과 아이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는 그 모습 그대로. 어쩜 이렇게 파렴치 할수 있을까? 사랑은 오직 새러뿐이라고 어떻게 이야기 할수 있을까? 그리고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새러.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1권은 마무리 된다. 1940년대의 미국 사회를 나는 모른다. 책을 통해서 만나고 있지만, 그 사회가 이랬는지 확신도 없다. 우리 사회와 비슷하구나 하는 정도. 보통의 사람들이 느끼는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2012년의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날법한 이야기들이 1940년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시대를 앞서가고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더글라스 케네디가 들려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새러의 인생. 아니, 현대판 여자의 일생? 아니면 삶은 알수 없는 것?
생을 결정하는 아주 중대한 기로에 섰을 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기란 그리 쉽지 않아요. 흔히 본능에 기대거나 즉흥적으로, 혹은 두려움에 굴복해 결정을 내리게 되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면 생이 원치 않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죠. (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