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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은 사신 ㅣ 우리 역사 속의 숨은 일꾼 이야기 4
정명림 지음, 이원태 그림 / 풀빛 / 2012년 6월
평점 :
사신? 판타지 소설을 너무 많이 본 탓이다. 사신이라고 읽자 마자 생각난 것은 '저승사자'였다. 근래에 너무 많은 소설속에 파묻혀 있어서, 저승사자가 어떠한 저항도 없이 튀어나와 버렸다. 풀빛에서 <역사 속 숨은 일꾼 이야기>로 '저승사자'를 알아봤을 리는 없을 텐데 말이다. 물론, 나라면 좋아했겠지. 주오민 작가의 '신과 함께'속에 나오는 우리의 옛 저승사자 이야기들도 흥미롭기는 하다. 어쨌든 지금은 오늘날로 이야기 하자면, 외교관쯤 되는 '사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오늘날로 말하면 사신은 나랏일을 하는 사람이다. 임금이 나랏일로 다른 나라에 심부름을 보내는 신하를 말하는데. 지금으로 치면 외교관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사신을 따라가다 보면 재미난 일도 많고 극적인 일도 많다. 그런데, 어떻게 사신을 따라가지? 재원이를 따라가보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초등학생인 재원이는 게임광이다. 엄마한테 게임만 한다고 열심히 구박받고 있는 재원이의 이모는 작가 지망생이다. 이모가 이번에 역사를 소재로 게임 시나리오를 준비한단다. 게임이라면 빠질 수 없는 재원이. 이모와 함께 역사 게임 시나리오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준비를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 중 하나는 오늘을 사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사신을 통해서는 무엇을 배울수 있을까? 다른 나라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법? 조금은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신의 중요 일 중 하나가 다른 나라와 사이좋게 지내는 법이다. 사신이 하는 일은 한마디로 말하면 나라를 대표해서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는 일이다. 우리가 친구를 사귀거나 이웃끼리 친하게 지내는 것처럼 나라 끼리도 서로 관계를 맺는데, 그 일을 수행하는 것이 사신의 임무다. 이렇게 따라가다 보면 이모가 만드는 게임에서 수행해야 하는 임무도 하나씩 만들어 질 것 같다.
사신의 일은 시대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삼국 시대 사신의 주요 임무는 주변 여러 나라와 동맹을 맺는 것이였다. 당시에는 워낙 많은 나라들이 얽혀 있어서 되도록 자신의 편을 많이 만들어야 했다. 고려 시대 사신의 주요 임무는 나라 사이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이었는데, 북방 이민족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셈이었다. 마지막으로 조선시대 사신의 주요 임무는 명분 찾기로, 사대주의를 바탕으로 한 중국 섬기기에 집중했다. 이렇듯 시대마다 외교정책이 달랐기 때문에, 고려시대의 철저한 실리 중심의 외교를 조선 시대에 대응을 했다면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사신에 임무를 따라가다 보면 나라마다 외교 업무를 보고 사신 접대 업무를 담당한 관청이 있었다는 것을 알수 있는데, 현재 알려진 것은 백제, 발해, 고려 시대와 조선시대 정도다. 백제는 객부, 발해는 사빈시, 고려는 관택사라고 하는 관청을 두었고 조선시대에는 외교와 관련된 업무를 예조에서 맡아 하기는 했지만 사신이 온다고 하면 영접도감이라는 기구를 따로 설치해서 사신을 접대했단다. 조선시대엔 우리나라에 온 외국 사신들을 접대하던 곳으로 모화관, 태평관, 동평관, 북편관이 있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곳은 독립관으로 바뀐 모화관 뿐이다. 책을 통해서 독립관하면 생각나는 독립문이 일제시대에도 잔존 할수 있었던 이유를 알았다. 독립문이 만들어진 해는 1897년이고 이때 독립은 청나라부터의 독립이었단다. 청나라를 받든다는 뜻인 영은문을 헐어 버리고 청나라로부터 벗어났다는 상징으로 독립문을 만들었기 때문에 조선과 청나라의 관계가 느슨해지면 일본으로서는 조선에 손을 뻗기가 한결 수월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반가운 일이었을 것이다. 서재필 선생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청나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했고 나중에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다음에 우리가 알고 있는 독립운동을 했다고 한다.
재원이와 이모가 준비하고 있는 사신을 따라가다 보면, 한반도에 대하여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한반도는 다른 여타의 주변국에 비해서 크기만 작은 것이 아니라,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렇게 큰 나라에 정복당하지 않고 살아 남았다는 것. 우리 나라처럼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역사를 이어 온 나라들이 더러 있다. 대단한 위세를 떨치지 않았다 해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고 당당히 남아 오늘을 이루었다는 것은 그 하나만으로도 위대한 것이 아닐까? 그것이 어부지리라 말할지라도 강대국은 아니지만 우리를 지킬 만큼의 힘은 있는 나라니까 말이다. 지금의 시대의 사신은 외교관만을 말하지 않는다.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 인터넷세상속에서 우리는 여러 나라 친구들을 만나고, 대한민국 반대편의 이야기도 실시간으로 듣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문화들이 세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한류바람이 일고, K-Pop이 Pop차트를 휩쓸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무역과 외교관을 통해서 문화가 전해지기도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가 교류되어 지고 있고, 우리모두가 외교 사절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기에 과거를 알아야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우리에게 물려준 선조들에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