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톨라가 입힌 상처로 백색 여인들을 만났던 모는 페노글리오의 도적 이야기로 인해서 블루제이가 되고, 불을 가지고 놀던 더스트핑거는 파리드를 구하기 위해 백색여인들과의 거래를 한 후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잉크하트>에 두번째 이야기 <잉크스펠>은 끝이 났었다. 해리포터를 능가하는 이야기라는 과대광고를 하긴 했지만, 기어이 <잉크데쓰>까지 손에 들고 있는것을 보면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작가가 코넬리아 푼케 아닌가? 자신의 모든 작품에 삽화를 그려 넣을 수 있는 작가가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코넬리아 푼케는 환상적인 삽화들을 선사하고 있고, 삽화만으로도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가슴 두근거리게도 오싹하게도 만들어 버리는 재주를 가진 작가다. 그리고 난 그녀가 좋다. 이제 열살이 된 작은 녀석의 어린시절부터 만났던 책 친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페노글리오가 바란 건 아니었지만, 바깥 세상에서 잘 살고 있어야만 하는 인물들이 하나 둘씩 <잉크월드>속으로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잉크월드'속에서 '윙크위버'로 불리고 있는 페노글리오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벌써 죽었어야 하는 더스트핑거는 멀쩡히 살아서 알지도 못하는 아라비아 나이트 속 사내아이를 데리고 오질 않나, 이야기 속 의적 '블루제이'의 모델인 모는 레사와 함께 불쑥 책 속으로 들어와서는 총을 맞고 사경을 헤메질 않나. 그뿐인가? 멋진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시 살려낸 코지모는 바보같이 또 죽어버리고, 메기는 끊임없이 페노글리오 책임이라고 하니 미칠 노릇이 아닐수가 없다. 게다가 이젠 바깥세상에서 모와 같은 능력이 있는 오르페오스까지 책속으로 들어왔다. 더스트핑거를 살려낸다는 목적으로 말이다. 이러니, <잉크하트>의 저자인 페노글리오가 절필을 하겠다 선언을 한것도 이해가 된다. 물론, 그 절필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심약한 마음때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모콜라가 입힌 상처 때문에 가슴이 아파올 때마다 그는 블루제이가 자신의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에 사로잡히곤 했다. 아니면 블루제이는 페노글리오에 의해 생명을 되찾기 전부터도 그의 가슴속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일까? (p.22)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는 제본사보다는 의적이 맞는것 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책을 고치던 칼을 쥐어던 손에는 사람을 헤치는 칼을 쥐고, 로빈후드처럼 날아 다니기 시작한다. 모는 다른 '잉크월드'속 사람들보다 더 오랫동안 '잉크월드'에 속해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이러니 레사와 메기가 안절부절 못할 만도 하다. 바깥세상에서 임신을 한 상태로 '잉크월드'로 들어와 버린 레사 입장에서는 더욱 그랬을 것이다. 끊임없이 싸움터로 돌아다니고 있으니 얼마나 걱정이 되겠는가? 게다가 '잉크월드'속에는 어찌나 악당이 많은지...
<잉크스펠>에서 하얀 책을 만들어 주어 영생을 얻은 애더헤드는 모가 책에 묻혀든 물기로 책이 망가지면서 몸이 썩는 병에 걸리고, 블루제이를 잡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다. 그리고 애더헤드의 딸이자 코지모의 아내이지만 불사신이 된 아버지를 미워해서 아버지를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비올란테. 그녀의 서재가득 채우고 있는 블루제이의 노래들은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갈까? 글로 '잉크월드'로 들어왔다면 글로 다시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편을 레사는 그냥 두고 볼수는 없었다. 그녀의 생각처럼 그녀는 다시 포로가 되었다. '카프리콘의 요새에서, 카프리콘의 마을에서, 지하 감옥에서, 밤의 성에서... 지금까지 수많은 감옥을 거쳐 온 그녀였다. 이제 그녀는 책의 포로가 되어 버렸다. 전에도 그녀를 가둔 적이 있던 바로 그 책의 포로가. 지금 그년는 그 감옥에서 벗어나기를 원했고, 그런 그녀의 앞길을 모가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었다.'(p.307).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잉크하트>로 부터 시작된 메기와 모의 이야기. <잉크데쓰>까지 넘어오면서 어찌나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지, <잉크데쓰>에 인물도가 없으면 기억도 나지 않을 판이다. '잉크월드'속에만 인물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존하는 세상속에서 그림움에 병이 나있는 엘리너와 엘리너를 바라보고있는 다리우스가 있고, 이젠 레사가 임신을 해서 처음에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말았다. 어떤것이 진짜 세상인지 구분이 되지도 않는다. 키아누 리브스의 매트릭스 속 세계가 어쩌면 책속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실존하는 세상으로 가고 싶어하는 레사와 이곳에 있고 싶어하는 모와 메기. 글을 잃어버린 윙크위버 대신 오르페우스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파이어 댄서를 그리워하는 오르페우스. 백색여인을 불러낸다고? 분명 이성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지금 이곳이 어딘가? '잉크월드'다. 죽음의 신의 딸들이 눈앞에 보이고, 죽었던 자가 살아나는 곳.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두고보면 안다. 코넬리아 푼케가 풀어놓고 싶은데로 그냥 두자. 그녀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끝을 보는것도 재미있으니까 말이다. 말이 안되는 것은 현실도 마찬가지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