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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평점 :
곧 첫눈이 내리고 그가 다시 나타나리라. 눈사람. 그리고 눈사람이 사라질 때 그는 누군가를 데려갈 것이다. 당신이 생각해봐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눈사람을 만들었을까? 누가 눈사람들을 만들지? 누가 무리를 낳았지? 눈사람은 모르기 때문이다." p.105

첫눈이 내리면 나타난다는 눈사람. 첫눈과 함께 아이들이 소리지르면서 만드는 눈사람이 아니다. 장갑을 끼고도 손을 호호불어 가면서 몸통을 만들고, 머리를 만들어 얹은 후, 굴러다니던 연탄재를 이용해서 눈사람을 만들고 흐믓하게 보던 시절은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멋진 눈사람의 머리가 사람 머리라면... 눈사람에 뱃속에서 아내의 핸드폰이 울린다면... 그 고통과 괴로움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여기 마초같은 이 남자. 해리 홀레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분명 어디선가 요 네스뵈를 본적이 있는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책의 날개를 장식하고 있는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는 작가. 누구였더라? 작가 소개글을 보니 뭐 이런 괴물 같은 사람이 있는지. "나는 작가이자 뮤지션이며 경제 학자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한 일은 바로 택시 기사였다"라고 작가가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현재 노르웨이의 록 밴드 ‘디 데레(Di Derre)’에서 보컬을 맡고 있단다. 이렇게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 사람이 글도 잘쓴다. 책커버에 영국에서 23초마다 한권씩 팔리는 책이란다.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런데, 가능하다. 그리고 드디어 이 괴물같은 남자를 <해드헌터>에 책 날개에서 본것이 기억 났다. 요 네스뵈. 그래서 이렇게 익숙했군.
요 네스뵈가 만들어 낸 인물. 해리 홀레. 영국에 셜록 홈즈가 있다면, 노르웨이에는 해리 홀레가 있다고 할 정도로 노르웨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란다. 이런 인물을 이제야 만났다. 묘한 매력을 가진 이 남자. 해리 홀레. 오슬로 경찰청 강력반의 반장이고, FBI에서 연쇄 살인범 체포 과정에 관해 공부를 해서 매일 수갑채우는 법을 연습을 하는 이 남자가 자신을 이야기 한다. '내 영혼의 도플갱어로군. 뮐레르 닐센의 설명을 들은 해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위험한 음주 습관과 까다로운 성격, 외톨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며 의심스러운 도덕성, 그리고 오점투성이의 인사 기록까지 그와 똑같았다.'(p.244). 일 중독에 알코올 중독자, 악과 싸우다 스스로 악이 되어버렸다고 이야기하는 안티 히어로.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면서 이야기가 풀어져 나온다. 1980년 11월 5일에 시작하는 이야기는 아이의 눈에 보이는 눈사람이었다. 그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우린 이제 죽을 거라고요."(p.19). 아이의 외침. 그것으로 끝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사건은 시공을 뛰어 넘어 해리 홀레앞에서 얌전히 다가온것처럼 보였다. 일에 '집착'하는 이 남자. 그 집착은 그의 연인, 라켈에 눈엔 그저 분노와 복수심으로 보였고, 라켈에겐 새로운 연인이 생겼다. 북유럽의 연애관을 도통 모르겠다. 허구에 세상에서만 가능할 지도 모르지만 밀레니엄 시리즈의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도 그랬고, 이 연인들도 분명 헤어졌음에 해리에게 그녀의 아들, 올레그에 대한 의무를 다하라고 종용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해리에게 눈사람으로 부터 편지가 도착하면서, 수사팀이 만들어 지고, 눈사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 여자들을 찾기 시작한다. 거만하고, 따지기 좋아하고, 불안정한 알코올 중독자에 독불장군인 그가 원한 사람들, 해리 홀레를 포함해 달랑 네명,망누스 스카레, 카트리네 브라트, 비에른 홀름. 비르테 베케르와 쉴비아 오테르센의 죽음의 장소에는 눈사람이 있었다. 연쇄 살인의 시작인가? 똑똑한 카트리네가 11년전의 사건들을 들고 오기 시작한다. 라일라 오센, 온뉘 헤틀란 그리고 게르트 라프토. 이제 이야기는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해리와 같은 남자. 게르트 라프토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미궁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처럼 보인다. 누가 스노우맨이란 말인가?
이다르 베틀레센, 아르베 스퇴프, 마티아스 룬 헬게센. "의사로서 전 환자에게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는 윤리적 규칙을 따를 뿐입니다"(p.545). 누가 한 말일까? 끊임없이 뒤돌아 보게 만든다. 이름들은 왜 이리 길고 어려운지. 처음엔 이 인물이 이인물 같고,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계속 찾아보게 되지만, 책장이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분명 의심이 간다. '범인은 이 사람이네.' 물론, 독자입장에서 범인은 정황상으로 알아내지만 왜 그가 범인 인지는 모른다. 그러면서 반전에 반전을 만들어 내는 묘미에 빠져 버린다. 주일 저녁부터 읽었으니 삼일을 읽었다. 이 책만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고공에서 떨어지는 롤러코스트를 타는 재미는 <스노우맨>이 단연 최고였다. 해리의 혈관 속 바이러스이자 머릿속 스파이(p.466)라 칭한 인물에 이야기도, 마침내 그는 후대에까지 명성을 떨칠 만한 근거, 그의 걸작이자 그가 마지막으로 칼을 휘두를 대상을 찾아내고 있는 인물(p.551)의 이야기도 새로운 캐릭터의 탄생이었으니 말이다. 안티 히어로에게 어울리는 상대역이 아무나 될 수는 없지 않는가?
이야기의 팁 하나, 베르하우스 바다표범이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것은 도덕성이 투철해서가 아니라, 자연도태 때문이란다. 그리고 스웨덴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들의 15퍼센트에서 20퍼센트 정도가 자신이 아버지라고 믿거가 짐작하는 사람이 친부라 아니란다. 무려 20퍼넨트나. 역시 북유럽의 연애관과 도덕성은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