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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ㅣ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코는 다작을 하는 작가중에 하나다. 그 많은 작품들을 쏟아내는 데도, 이야기에 빠지게 만드는 필력이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갈릴레오 시리즈와 가가 시리즈는 나올 때 마다 히가시노 게이코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을 흔들어 놓지만, 그러기에 조금은 식상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갈릴레오나 가가 시리즈보다는 다른 탐정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고, 게이코의 작품을 많이 읽어 본 독자들은 절반정도 읽으면 뒷 이야기를 추리할 수 있을 정도까지 온것도 사실이다.
"왜 니혼바시로 왔는지도 확실치 않아요. 이 동네에서는 수수께끼의 신참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형사님과 마찬가지군요." p.52
신참자. 책이 나오자 마자 읽지 않았던 이유 중에 하나는 그저 그런 이야기겠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 게이코의 탐정 소설 하나가 나온거겠지. 잔인함이 책 전체를 물들이고 읽고 중간 중간 깜짝 놀라기도 하겠지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리뷰어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뜨거운게 아닌가. 뭔가 다른 이야기가 있나? 도서관에 책을 신청해 놓고, 들어오자마자 대여를 해왔다. 네시간. 책을 들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네 시간. 가가 시리즈의 최고봉을 만났다.

호러와 공포가 숨막히게 조여오는 것을 반기는 여름이 다가왔다. 책을 읽는 중에도 땀이 줄줄 흐르니 이런 날엔 오싹거리는 책들을 찾는 것도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그런데, 왜 그것과는 상관없는 <신참자>에 빠져드는 걸까? 도쿄 니혼바시의 홀로 살아가는 40대 이혼 여성 미쓰이가 죽은 시체로 발견됐다. 니혼바시의 경찰서에 새로 부임한 형사 가가 교이치로. 갑자기 가가가 튀어나오니 황당하긴 한데, 분명 뭔가를 풀어낼 것 같다. 9개의 단편이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하나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스치듯 지나가는 단서들. 내눈엔 보이지 않는 것들이 가가의 눈속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단서는 극히 일부분이었다. 하지만, 각 단편마다 나오고 있는 단서들을 해결해나가는 가가를 보면서 왜 가가시리즈의 최고봉이라고 하는지를 알게 된다. 가가가 가는 곳 마다 석연치 않은 단서들이 나타난다. 알리바이가 맞지 않은 보험회사 직원, 다쿠라. 주인의 부탁으로 몰래 닌교야키를 사는 슈헤이. 서로 싸우기에 바쁜 것처럼 보이는 사기그릇 가게의 스즈에 할머니와 며느리 마키, 매일 개를 산책시키는 데라다씨, 임신 6개월에 접어든 케이크 가게 점원 미유키, 친구의 죽음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다미코, 죽은 미쓰이의 남편인 나오히로와 그녀의 아들 고우키, 나오히로의 오랜 친구이자 세무사인 기시다, 그리고 니혼바시의 형사,우에스기.
"형사가 하는 일이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사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역시 피해잡니다. 그런 피해자들을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 p.278
온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온갖 가계를 기웃거리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는 가가. 이 하나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어지면서, 가가의 말을 생각하게 한다. 미쓰이의 죽음과 함께 그가 풀어내는 것은 비밀과 거짓말로 숨겨둔 애정이었다. 가족과 친구와 이웃에 대한 사랑이었다. 서로 아니라고 등 돌리고 있는 사람들의 숨겨진 사랑을 가가는 슬쩍 슬쩍 건드려 주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치유해주고 있다.
이 작품이 언제 쓰여진 것인지 찾아보니 모두 일본 고단샤에서 발간하는 문예지 [소설 현대]에 2004년 8월호부터 5년에 걸쳐 연재된 것이란다. 5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 시간동안 하나하나의 단편이 각기 그 자체만으로 완결성을 가지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출판사의 말처럼 작가는 각 단편에 믿을 수 없이 치밀한 복선들과, 거미줄처럼 서로 긴밀하게 얽혀드는 인간관계를 종횡으로 배치해 그것들이 종국에는 하나의 지점에서 정확하게 맞물리는 놀라운 구성력을 보여준다. 어쩌면, 가가 시리즈가 그토록 사랑을 받은 이유는 가가의 시작이 이토록 따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선악을 구별하기 힘든 이때, 가가는 왜 그래야만 했는지를 파헤치면서 사람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철저히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 그걸 밝혀내지 못하면 또 어디선가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해서 알아낸 진상으로부터 배울 점도 많을 겁니다." p.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