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쓰리 세컨즈 1 - 생과 사를 결정짓는 마지막 3초 ㅣ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1권을 읽는데 이틀, 2권을 읽는데 걸렸던 시간 반나절. 워낙에 평이 좋은 책이었고, 읽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아서 빨리 읽어야지 하고 구입해 놓고는 일주일을 그냥 건너 뛰었다. 그리고 몇일 전에야 책을 펼쳐들었다. 1권은 읽는데 이틀 걸렸다. 생각했던 만큼 속도가 나거나 흡입력이 강한 책은 아니네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왠걸... 2권은 잡고서 놓을 수가 없더니, 책장을 넘길수록 궁금함과 함께 아쉬움이 몰려오는 것이 아닌가? 벌써 끝이야. 이렇게 끝나면 언제 또 그렌스 형사를 만나지... 2권을 저녁 무렵에 잡고는 그날 밤을 그냥 넘겼다. 그리고 또 이틀은 글을 쓸수가 없었다. 이 전율...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하지...

굉장한 이야기꾼들의 이야기를 만났다. 안데슈 루슬루드와 버리에 헬스트럼의 첫번째 이야기 <비스트>를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만들어 낸 '그렌스 형사'의 이야기를 모른다. 그런 상태에서 책을 읽으니 이 거구의 다리까지 성치 않은 노형사의 등장이 <쓰리 세컨즈>를 끌고 가는 축이라는 생각도 못했었다. 호프만. 피올라라는 암호명으로 살고 있는 이 남자만 눈에 들어왔을 뿐이었다. 이 남자? 이런 삶을 왜 살까? 그러면서도 이 남자에게 빙의된 듯 이 남자 입장에서 만 모든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두 아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30대 중반의 한 남자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너무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이 남자는 마약조직, 보이테크의 일원이고 흉폭한 범죄자다. 폴란드 마피아의 조직원으로 마약 밀거랴가 주 업무인 이 남자에게는 '파울라'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스웨덴 경찰의 비밀 정보원 '파울라'. 스웨덴 경찰에 고용되어 정보를 제공하는 비밀정보원인 그는 9년동안 최고의 실력을 보여줬다. 마약 거래 현장에서 스스로 잠입경찰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조직원에게 죽음을 당하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고, 이를 가까스로 수습한 호프만에게 조직은 스웨덴에서 경비가 삼엄하기로 이름 높은 교도소에 들어가 마약시장을 장악하라는 임무를 맡긴다. 마약조직 해체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일까? 경찰과의 비밀공조로 호프만의 목숨을 건 작전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호프만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면, 또 다른 축은 에베트 그랜스 경정이다. 은퇴를 앞둔 노경정. 호프만의 실체를 모른 채, 그를 용의자로 판단하고 접근하는 에베트. 곳곳에서 호프만의 존재는 사라졌다 나타나면서 위험한 인물로 부각되어지고 있는데 그를 만날 수가 없다. 하지만 에베트의 주면엔 스벤 순드크비스트가 마리안나 헬만손이, 맘에는 들지 않지만 새파랗게 젊은 검사 라슈 오게스탐이 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찾으려고 하는 것일까? 끈질긴 그의 촉을 건드리는 것은 무엇일까? '에베트는 성인이 된 후로 평생을 목발을 짚고 살아왔다. 안니, 시브 말름크비스트라는 목발을. 그리고 이제 드디어 진정한 홀로서기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사무실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이다.'(p.42) 시브의 노랫소리와 안니의 목소리로 단순했던 그 시절의 소리들이 사라지고, 그의 촉은 호프만에게 향한다. 미결사건에 중심에 있는 인물 호프만에게 말이다.
마약 운반책, 시체, 그리고 폴란드 사람. 동유럽 커넥션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내는 사람들. 마피아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게다가 너무나 리얼하다. 눈앞에서 그려지 듯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운반책으로 사용되어지는 사람들과 콘돔과 우유. 노란 튤립, 50도의 맞추어진 오븐과 냉장고. 이들의 관계를 이 책이 아니고는 알수가 없는 일이다. 보이스레코더를 몸에 숨기는 방법 뿐 아니라 교도소에 반입되어지는 마약. 양장 책을 이용하는 방법까지 보통의 일반인들이라면 듣도 보도 못했던 것들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범죄자만이 할수 있다' 라고 에리크 빌손은 이야기 하고 '범죄자이였기에 쓸 수 있다'고 나는 말한다. 책 날개를 장식하고 있는 버리에 헬스트럼. 그가 아니었다면 이런 이야기들이 나올 수가 있었을까? 책 날개를 장식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굉장히 강렬하다. 일부러 그렇게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섭다. 사회부 기자 출신이라는 안데슈 루슬룬드도 별반 착해 보이지는 않는다. 두 사람 다 너무 무섭게 다가온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호프만을 아스프소스에 들어가게 하기 위한 일들이 진행된다. 법무부장관을 비롯해서 호프만과 관련된 인물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그들은 호프만에게 법무부장관에 이름으로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법무부장관의 이름으로... 스웨덴 경찰의 이름으로 말이다. 아스프소스에 들어가기전 그가 해야할일은 너무나 많다. 단 3일. 죽기보다 싫지만 아내에게 이제는 이야기를 해야한다. 그리고 움직여야 한다. 점점 더 호프만은 범죄정보 데이터베이스속 위험인물로 변해버리고, 빌손은 이야기 한다. 무슨일이 생기면, 작전은 취소라고. 자네 정체가 발각되면 새로운 임무가 부여된다고 말이다. "살아남는 것"(p.291) 경찰 끄나플이라는 사실이 발각되면 호프만은 죽은 목숨이다. 이렇게 호프만은 아스프소스에 들어간다. 경찰과 마약조직 두군데를 위해서... 이곳도 저곳도 어디에도 있을 수 없는 호프만.
"만약에 말이야. 호프만의 정체가 노출된다면... 그러니까 보이테크 쪽 조직원이 교도소 내에 밀고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면 말이지... 그 정보를 가지고 조직이 자체적으로 일을 벌인다면 그건 우리 문제가 아니야. 범죄자들끼리 벌인 일을 경찰이 책임질 일도, 또 책임질 수도 없지 않겠나.... 자네 말처럼 덮어버려야겠어. 그 친구."(p.399) 경찰의 정보원을 하나의 소모품으로 보는 사람들. 그들의 입에서 덮어버린다는 말이 나오고 이제 호프만은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 그에게 날라오는 단어들. '스투카치' 사형선고. 이 단어가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자신이 믿고 있던 곳에서 들려오는 사형선고.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호프만이 움직인다.
조금은 느린 듯한 1권이 끝이 났다. 누구도 아닌 호프만이 되어 아내를 바라보고, 빌손을 바라보고 아스프소스에 모든것을 바라보던 시각이 다른 곳을 보기 시작한다. 호프만이 준비했던 것들. 교회종탑과 양장본의 책을 통해 가지고 들어왔던 물건들. 그 물건들이 2권을 통해서 보여질 것이다. 그리고 그 속도는 읽는 눈과 책장을 넘기는 손보다도 빠르게 전개될 것이다. 굉장한 이야기들이 회오리처럼 몰려와서 오즈의 나라에 도로시를 보내버린 것처럼 내가 가지고 있던 일반적인 상식을 날려버리고 있다. 이런 삶도 있구나? 아니, 이게 가능할까? 후기를 통해 작가는 분명 정보원이라고 부르는 이들의 실존여부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떤지 모르겠다. 가능하긴 하지만, 이렇게 주도면밀할까? 처음엔 안데슈 루슬룬드와 버리에 헬스트럼을 스티그 라르손과 비교를 하기에 콧방귀를 뀌었었다. 어딜 스티그 라르손에... 그리고 지금은, 죽은 자보다는 살아있는 자가 좋다. 그들이 펼쳐낼 다음 이야기가 기대 되어진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들을 펼쳐내는지... 굉장하다. '스투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