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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씁쓸한 열세 살 ㅣ 홍진P&M 우리동화 읽기 10
이미애 지음, 오은영 그림 / 홍진P&M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열세 살. 초등학교 6학년이 우리 나이로 열세 살이다. 그리고 내 딸아이가 지금 열세 살이다. 딸아이가 읽고나서 내게 오는 책들은 뭔가가 있는 책들이다. 딸아이 표현으로 무지하게 재미있거나 슬프거나, 아님 자신의 이야기 이거나. 이번 책은 자기 이야기란다. 우리아이는 책 속 어떤 인물이었을까? 작년이었던 것 같다. 학교가기 싫다고 매일 아침 울음바다를 만들던 것이 말이다. 6학년이 된 후엔 친구들도 바꼈고,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아이에게 학교는 그리 쉬운곳은 아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울까?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은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마흔이 넘어 다 자란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사람과의 만남은 쉽지가 않다. 그것도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말이다. <달콤 씁쓸한 열세 살>. 열세 살에 달콤 씁쓸함을 느끼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느끼는 달콤 씁쓸함은 무엇일까? 책 속 주인공, 서영이는 여드름이 난 얼굴이 고민이고 항상 입을 옷이 없는 것이 고민이 보통의 열세 살 소녀다. 아침에 일어날때 마다 얼굴에 여드름이 났다며 쫑알데고, 옷이 없다고 외치는 우리딸아이를 보는 듯 하다. 서영이에겐 단짝 친구도 있다. 소희. 언제나 서영이 편에서 서영이를 대신해 주는 친구가 있어서 서영이는 외롭지 않다. 소희뿐 아니라 서영이와 몰려다는 친구들도 있다.
있는지 없는지도 눈에 잘 안 띄는 그림자... 그건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마 그룹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왕따가 아니어도 그렇게 섬처럼 동동 혼자 떠 있어야 했다. 창백한 유령처럼.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건 너무 무서운 일이었다. p.27
이 무서운 일을 서영이는 소희 때문에 결코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서영이 그룹에 키도 크고 옷도 잘 입고 예쁜 채린이가 전학을 오면서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채린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규칙이 생기고, 소희는 채린이의 단짝이 되어버렸다. 소희가 채린이 주위를 맴돌면서 서영이는 겉으로는 표내지 않으면서, 마음속으로 아프게 소희를 잘라낸다. 겉으로만 친구일 뿐이라고 말이다.
내 속에 질투심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열세 살 여자아이 있다. 내 속에 심통 부리며 투덜대는 열세 살 여자아이 있다. 내 속에 우두머리가 되고 싶은 열세 살 여자아이 있다. 내 속에 친구를 독점하고 싶은 열세 살 여자 아이 있다. p.64
어느새, 교실의 여왕이 되어버린 채린. 채린이를 보면서 서영이는 자신을 들여다 본다. 그리고 채린이와 함께 하고 싶어한다. 유령처럼 동동 혼자 떠 있기는 싫었으니까 말이다. 서영이는 채린이와 가까워 지면서 소희를 밀어내고, 채린이는 서영이와 성장이 빠른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해준다. 새로운 것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었다. 담배와 술, 유흥문화. 중학생이라고 속이고 오빠들을 만나는 것. 무섭고 떨리는데, 서영이도 친구들도 채린이에게 말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끌려가던 아이들은 호프집에서 순찰을 돌던 경찰들에게 붙들리게 된다. 너무나 얌전하다고, 일반적인 초등학교 6학년, 사춘기라고 여겼던 딸때문에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원래 고만한 나이에는 화장도 하고 싶고, 어른 옷도 입고 싶고 그랬어. 엄마도.... 수학여행 가서 선생님 몰래 소주도 마셔보고, 다 그랬어. 누구나 그렇게 크는데 뭐..." p. 170
화내고 짜증내고 왕 잔소리쟁이일꺼라고 생각했던 엄마가 따뜻한 코코아와 함께 서영이를 도닥여 준다. 나도 이럴수 있을까? 채린이는 유학을 가고, 아이들은 제 자리를 찾는다. 전학오기전 학교에서 철저하게 따돌림을 당했다는 채린이. 무섭고 외로워서 자기곁에 친구들을 묶어두고 싶었던 채린이. 아마 채린이 곁에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없었던 것 같다. 열세 살에 느끼기에는 너무나 무서운 외로움이 이 아이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외로움을 풀 상대를 자신보다 어린듯 한 친구들에게 풀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참. 고민스럽게 만든다. 완벽하게 지금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 이런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작가가 이야기하는 모든 부분들이 아이에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아직은 이렇게 심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열세 살. 달콤함만 느껴도 아까울 이 나이에, 씁쓸함을 알아버린 아이들. 그 아이들과 부모를 위한 책이 <달콤 씁쓸한 열세 살>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