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잉크하트 1 ㅣ 잉크하트 시리즈 1
코넬리아 푼케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모든 책은 매력적인 면지로 시작되어야 해. 어두운 색깔이 좋지. 표지 색깔에 따라 짙은 빨강이나 파랑이 잘 어울려. 책을 펼치는 건 극장에 들어가는 것과 같거든. 극장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막이 보이잖아. 그 막이 올라가면서 공연이 시작되지. p.96
내가 느끼는 감정을 코넬리아 푼케는 이야기 하고 있다. 극장에 들어가는 문을 여는 순간 같은 그 순간. 막이 올라가면서 공연이 시작되는 그 순간이 내겐 공연장에서가 아니라 책장을 넘기는 순간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누군가는 책에 미쳤다고 하지만, 책 속에 엘리너만큼 그렇게 책에 미치진 않은 것 같고, 모가 이야기하는 이 말에 고개가 끄떡여질뿐이다. 동지를 만난 기분이랄까? 코넬리아 푼케. 코넬리아 푼케를 처음 만났던건, 잉크 하트가 아니었다. 워낙에 잉크하트가 대히트를 쳤어도 읽지 않은 책은 아직 내겐 아무것도 아니었을 때, 작은 아이의 동화책 <행복요정의 선물>을 만났었다. 동화책의 글과 그림을 그린 사람이 코넬리아 푼케였다. 아이와 함께 그 책을 얼마나 열심히 읽었었는지 모른다. 잉크하트를 읽은 후 지금은... 아찔하다. 아이에게 얼마나 많이 소리내어 책을 읽어주었던가?

속삭이 듯 가느다란 빗방울이 떨어지던 밤에 얼굴에 흉터가 있는 더스트핑거가 나타났다. 뿔이달린 담비와 함께 나타난 그를, 아빠는 친구라고 했고 메기는 그의 존재가 의심스럽기만 했다. 그리고 아빠는 그를 피해서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낡은 책을 새 책처럼 제본을 하는 아빠, 모티머. 모는 책을 좋아하는 엄마의 사촌집에 간다고 하면서 메기와 함께 길을 떠나고, 그곳에 더스트핑거가 함께 한다. 이 사람은 누굴까? 왜 아빠를 기다리고, 메기를 안다고 할까? 세사람이 함께한 엄마의 사촌, 엘리너. 거대한 성과 같은 그 집은 어느 한곳도 빈곳이 없는 책의 사원이었다. 책을 위해 사는것만 같은 엘리너와 책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해주는 모. 그들 사이에 메기가 알지못하는 거래가 있었다. 메기에게 다가오는 더스트핑거. 그가 말하는 비밀의 책과 카프리콘. 더스트핑거의 말은 메기를 조여오기 시작한다. 열두살 어린 소녀가 아닌가? 소녀에게 더스트핑거는 믿어야만 하는 사람 같았다. "죽인다고! 무슨말인지 알아들어? 그자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애기했잖아. 그자는 그 책을 원해. 그는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야 마는 사람이란 말이야."(p.77) 더스트핑거가 메기에게 불쇼를 보여주던 그 시간, 아빠는 카프리콘 일당에게 납치 되어가고, 메기는 엘리너 아줌마가 가지고 있던 비밀의 책과 함께 아빠를 찾으려한다. 아니, 찾아야만 한다.
드디어 비밀의 책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잉크하트> 다 낡은 이 책 속에 무엇이 있길래, 카프리콘과 더스트핑거는 아빠를 찾는 것일까? 그들은 아빠와 메기를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메기의 기억속에선 한번도 소리내어 책을 읽어 준 적 없던 모가 책을 읽기 시작한다. 단어 하나 하나가, 음절이 살아서 움직이고, 듣는 이를 몽롱하게 만드는 모의 목소리가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서 책 속의 인물들이 현실세계로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현실세계에 있는 무엇인가가 책의 세계로 사라져 버린다. 모의 아내, 메기의 엄마. 모는 그렇게 <잉크하트>속에서 카프리콘 일당을 불러냈고, 아내를 잃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아내를 찾을 수 있는 것인가? <잉크하트>속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더스트핑거와 그곳에 있는 무언가를 불러내고 싶어 하는 카프리콘. 그리고 아내를 그리는 모. 책을 소리 내어 읽은 그 순간, 그들의 세상은 원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 어린시절, 백설공주와 코난과 친구가 된다면이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현실세계로 나와 버린다면 그들의 삶은 행복할까? 아니, 그들이 나옴과 함께 가장 소중한 무엇인가가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잉크하트, 잉크스펠, 잉크데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코넬리아 푼케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는 읽어봐야 한다. 그리고 기대되어 진다. 그녀가 펼치는 동화적 상상력의 세계가 말이다. 또 하나, 카프리콘이 왜 이리 익숙한가 했다. 우리 아이들이 즐겨먹는 음료수랑 이름이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