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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내 친구 ㅣ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7
노경실 지음, 심은숙 그림 / 시공주니어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별로 읽고 싶은 맘이 없었다. 작은 녀석이 자기책도 읽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통에 책을 집어 들었는데, 삽화보다 먼저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노경실 글. 작년 말에 노경실 작가의 <북유럽 신화>에 푹 빠졌었다. 재미있게 쓴 책은 아니었는데, 자음과 모음에서 나온 <북유럽 신화> 다섯권을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게 읽은 기억이 났고, 그 책 날개에 있던 노경실 작가의 사진이 2002년에 나온 <우리 아빠는 내 친구>속 날개 사진과 똑같은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읽었다. <북유럽 신화>를 넘나들던 노작가가 아동책은 어떻게 풀어냈을까 하고 말이다. 한번 읽어보자. 노작가의 글이니 말이다.

책 읽기의 즐거움에 빠지기 시작하는 초등 1,2,3학년을 위한 문고라고 되어있다. 글밥이 적은 편은 아니다. 꽤 한다. 1,2학년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이제 우리집 작은녀석이 3학년이 되었으니 읽을수 있을 듯 하다. 하기사, 공룡이나 곤충에 관한 책은 몇백페이지도 그냥 읽는걸 보면, 책의 두께나 글밥과는 무관한 듯 하지만 말이다. <우리 아빠는 내 친구>. 아빠는 어떤 존재일까? 내게 아빠는 참 큰 산이셨다. 지금은 연세가 드셔서, 어린시절의 아빠만큼 커다랗게 보이시지는 않지만, 여전히 아빠는 큰 산이시다. 난, 아빠를 생각하면 아카시아 향이 떠오른다. 이유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어린시절 아빠와 아카시아꽃이 만발하던 길을 걸었던것 같다. 아빠도 기억하지 못하시는데, 여전히 내게 아빠는 아카시아 향과 함께 떠오르신다.
아이들에게 아빠는 어떤 모습일까? 남편은 지금 잠을 자고 있다. 내 어린시절 아빠와 같은 면은 없다. 다정하긴 하지만, 시아버님이 그리 살갑고 다정한 분이 아니시라 그러신지, 남편 역시 그렇다. 요즘 흔하게 보는 그런 아빠의 모습은 아니다. 요즘의 아빠들. 아이들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아이와 함께 땀흘리고 노는 아빠. 그런 아빠의 모습이 <우리 아빠는 내 친구>속에 들어있다.
얼굴은 넓적, 콧구멍은 뻥 뚫렸고, 엉덩이는 오리 엉덩이에 학교 다닐땐 늘 일이등만 했다고 하고, 군대 이야기하면서 씩씩한 척만 하는 현호네 아빠. 현호 아빠는 정말 현호와 닮은 점이 없다. 현호생각에는 말이다. 그런데 현호가 아빠와의 닮은 점을 찾아냈다. 목욕탕에서 잠만 자는 아빠의 배꼽이 현호와 똑같은 거다. 아빠 아들이 맞긴 맞나보다. 아침 달리기를 한다면서, 현호를 깨워서는 한번 신나게 달리고는 다음 날 회사도 못가고, 벌레도 못 잡는데도 큰소리만 치는 아빠. 2학년짜리 아들하고 라면 빨리 먹기를 하는 아빠.
"당신이 겨우 초등학교 2학년짜리 친구밖에 안 돼요? 아예 현호랑 같이 학교를 다니지 그래요? p.86
마흔이 다 되어도 아들과 친구가 되는 아빠가 부럽다. 친구 안 한다는 아들에게 뽀뽀를 퍼붇고, 끝까지 친구할거라는 아빠가 부럽다. 분명, 현호는 아빠랑 친구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종 아빠는 겁쟁이에 지저분하고 운동도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글은 현호가 쓰는 일기형식의 글과, 제3자가 바라보는 시점으로 쓰여져 있는데,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음은, 현호네 아빠가 권위적인 아빠가 아닌, 너무나 친구같은 아빠의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정말 아빠는 그렇지 않은가? 이런 아빠들이 반듯하게 존경만 해야 할것 같은 아빠보다는 많으니까 말이다. 현호는 아빠와 친구를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현호에게 아빠는 벌써 친구가 된 듯 하다. 그것도 아주 아주 소중한 친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