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의 행복 채우리 저학년 문고 18
신현신 지음, 이웅기 그림 / 채우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출근길에 다짜고짜로 아이가 안긴 책이다.  읽고 이야기를 하고 싶단다.  뭘 이야기를 하자는 지..  출근하는 1시간동안 충분히 읽을수 있는 양을 자랑하고 있는 신현신님의 <천원의 행복>은 이렇게 만났다.  처음 만난건 아니다.  읽다보니, 아이가 어렸을 때 읽어줬던 기억이 나는데, 아이도 잊고, 나도 오랜만이라 잊었던 책인 것 같다.  그런데, 읽은 시간이 오래 지나고 보니, 내 머릿속에 있던 이야기들이 아니다.  읽은지도 오래되었지만, 그 당시에 비슷한 책들을 많이 읽어서, 이글 저글이 합쳐져서 새로운 이야기가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듯 하다.  학창시절 만화가계에서 시간당 돈을 내고 책을 읽을때,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나오는 순간 주인공은 생각도 나지 않고, 알쏭달쏭한 이야기가 만들어진것 처럼 말이다.

 

 

 머리말이 참 곱다.  이렇게 예쁜 글이 있었구나.  '우리는 들려오는 큰 소리만 듣고, 눈에 띄는 화려한 것만 보려고 하지.  이 세상에서 작은 것들이 이루어 낸 아주 큰 것들이 참 많은데 말이야. 품이 큰 바다를 만든 것은 산골짜기의 한 줄기 물. 눈부신 모래밭을 만든 것은 작디작은 모래 알갱이.  이 작은 것들의 힘을 누가 함부로 약하다고 말하겠니?'(p.5/ 머리말 중) 작가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이 작다고 누가 약하다고 한단 말인가?  작은 것이 모여서 큰것이 되고,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작가의 말이 참 곱다.   그래서 작가는 책속에 나오는 작은 존재들을 '작지만 크다'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작지만 크다.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서 작가는 작지만 크다고 하는 걸까?

 

 아이들이 걷기 시작하면서, 자전거에 대한 동경이 시작된다.  세발자전거를 시작으로, 보조바퀴가 달린 네발자전거를 거쳐 씽씽 달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두발 자전거까지 말이다.  훈이도 그렇다.  하지만 이제 훈이에겐 작은 두발자전거는 버리고 싶은 물건이다.  <내 마음 좀 알아줘>의 주인공은 훈이가 아닌, 훈이 자전거, 훈자다.  훈자의 마음.  훈이는 들리는지 마는지, 여전히 훈이와의 추억을 간직한 훈자에게 훈이는 다른곳만 바라보고 있다.  <해송 이발소 박동혁>은 어떤가?  이발소 손자 동혁.  동혁은 장사가 안 되신다고 걱정이 되는 할아버지를 위해서 광고지를 만든다.  긴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강찬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여자 친구들에게도 말이다. <호식이네 생선가게>는 생선가게 상호가 맘에 들지 않는 호식이 이야기다.  그런데 이녀석 맘이 조금씩 변화기 시작한다.  '부자야 돈이 따라 줘야 하는 거지만 그동안 아무 탈 없이 가게를 해온 건 아마 네 이름 덕분일게다.  그동안 아빠나 엄마는 간판에 걸린 네 이름에 먹칠하지 않으려고 애 많이 썼거든'(p.70) 이렇게 멋진 말을 하시는 아버지가 있는 호식이에 눈에 '호식이네 생선 가게' 간판이 새롭게 보이지 않을까?

 

 타이틀을 맞고 있는 <천원의 행복>은 참 곱다.  책 표지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가 '천원의 행복'의 주인공 인수다.  검은 봉다리 하나를 들고, 목걸이 볼펜 한자루를 목에 걸고는 너무나 행복한 얼굴로 달리고 있는 아이.  표지만으로도 행복해 지는 이야기.  큰 아이에게 네편의 이야기중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아 했더니, 제목과 같은 이야기란다.  궁금했다.  '왜 그게 가장 좋았어?'하고 물으니 가슴이 뭉클했단다.  인수때문에 말이다.  집안 사정상 보육원에서 학교를 다니는 인수가 알뜰 바자회에서 물건을 사는 내용을 그린 글이다.  그런데 제목이 <천원의 행복>이다.   예전에 어떤 프로에서 천원으로 음식을 만드는게 있었는데, 쉽지가 않다.  그래도 가능한곳이 학교 알뜰바자회이긴 하다.  인수는 엄마를 위한 분홍 스웨터와 수녀님을 위한 목걸이 볼펜을 구입한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 싶을 정도로 요녀석에게 애정이 간다.

 

 작가가 말한 '작지만 크다'는 동혁이에게, 인수에게 딱 맞는 말이다. 아빠말을 듣고 새로운 눈으로 간판을 보는 호식이도 그렇다.  아이들은 자란다.  어떻게 자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작지만 큰 아이들은 바른 인성으로 자라야 한다.  나만 보지 않고, 다른 이를 볼 줄 아는 아이.  꽤나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 새롭게 다가온다.  아이와 함께 읽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읽고 같이 이야기하자는 큰 녀석은 '가슴 뭉클하잖아' 한마디 하고 사라져 버렸지만, 아이처럼 내 가슴도 뭉클하고 참 따뜻해진다.  훈자가 걱정이 되긴 하지만, 훈자도 또 다른 주인을 만났을 것이다.  다 자란 훈이 곁에 있기엔, 훈자를 원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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