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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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둑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누구의 마음을 훔친 거였다는 낭만적 도둑도 아니며, 양심에는 걸리나 워낙 사정이 나빠 훔칠 수밖에 없었다는 생계형 도둑도 아닌, 말 그대로 순수한 도둑이다. ...  나는 거기에 있는 그것을 가지고 나오는, 그런 도둑이다.  ... 2010년 3월 2일

 

 어떤 녀석이 거리낌없이 자신에게 이런말을 한다.  도둑이라고.  그것도 직업이란다.  공부하기도 모잘랄것 같은 열여덟, 고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에 입에서 나오는 소리다. 그러니, 도둑놈의 쉐끼라는 말이 나오지.  이 도둑놈의 쉐끼가 일을 내 버렸다.  나와바리라고 하던가?  반에 있는 물건은 손을 데지 말아야지.  아빠꺼라고 자랑하는 지란의 전자사전에 손이 간것은 자신도 모르는 일이 었단다.  무슨..  자신도 모르게 손이간 전자사전을 팔아버리는 능력이 수준급이다.  세트로 맞춰서, 인터넷에 올리고, 금액은 내리고. 후딱 팔린다. 그리고 판매한 돈은 이통장으로 입금. 완전 범죄를 꿈꾼다.

 

 도둑놈의 쉐끼, 해일이 병아리를 부화시키겠다고 한것은 그냥 나온 말이었다.  왜 그런말이 나왔을까?  그래도 할수 있을것 같았다. 곤달걀을 꿈꾸는 아빠와, 백숙을 꿈꾸는 형, 해철.  그리고 아리와 쓰리를 보고싶어하는 해일.  스티로품박스에 부화기를 만들고, 유정란을 안착시키는 그 순간부터 해일은 천재적인 두둑님의 손이 변할수 있을것 같았다. 손은 변하지 않았다.  그손은 그대로 였으니까.  진오의 초코파이를 먹을때도, 무지하게 쌓여가는 건전지위에 몇개의 건전지를 더 던져놓았을때도, 지란 아빠의 넷북을 가지고왔을때도 말이다.  하지만, 그 손과 함께 친구들의 눈길이 함께 하기 시작한다.

 

 있으나 없으나 잘 모르겠던 녀석. 그냥 씨익 웃는게 멋져보이고, 다른사람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무언가를 주던 녀석이 꽤나 시크해 보였다.  그 녀석 주변에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욕에도 스타일이 있다는 진오가, 웃고 있지만 가슴아픈 지란이가,  프로페셔널한 반장, 다영이.  아리와 쓰리를 보겠다는 아이들이 해일이 곁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해일네 집에서, 고등어를 무지 좋아하는 해일이 어머니의 음식과, 해철느님을 외치게 하는 좀 멋져보이는 해철이 있는 그곳에서 포근함을 느낀다.

 

 몇해전에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를 만났을때의 그 설렘을 다시 만났다.  제목을 읽고는 이게 뭐야 하다가, 책속으로 빠져들어 버린다.  장편임에도 읽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청소년 소설답게 산뜻하다.  도둑.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지만, 무겁거나 슬프다는 느낌보다는 산뜻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는다.  이혼한 부모, 미워하지만 미워할수 없는 아빠와 가까워지지 않는 새 아빠사이에서 갈등하는 지란과, 반장이라는 거울을 가지고 있는 다영을 만나면서도 김려령 작가는 호흡을 느리게 만들지 않는다.   부모의 최고사양의 전자기계가 인강이라는 한마디의 꼬리를 내리는 현실을 보면서 묘하게 공감이 간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지만, 고교시절은 청춘의 푸른빛이 돈다.  어디로 튈지모르는 무서운 중학생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입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있어도, 이성을 갖추기 시작하는 아이들은 애잔하면서도 감출 수 없는 청춘의 빛이 보인다.  그 아이들의 이야기가 <가시 고백>속에 녹아있다.  자신의 심장을 찌르고 있는 가시들을 스스로 들추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감추고 싶은 가시들을 하나씩 빼어 내면서, 아이들은 친구를 만들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한다.  왕따도 폭력도 없어서 좋다.  너무나 무서운 이야기들이 현실에서 펼쳐지기에 소설속에서는 행복을 찾으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김려령 작가의 글이 좋다. 그래서 <완득이>라는 참 촌스러운 제목의 글이 좋았고, <가시고백>이라는 생소한 제목의 책이 좋다.  읽고나니, 가시고백이 뭔지도 알겠고 말이다.   열 세살, 내 딸아이에 손에서 이 책이 떨어질 줄 모르고 있으니, 그 또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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