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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연우를 언제 처음 알았었지? 잠시 생각해 본다. 문학동네를 기웃거렸던 적이 있었다. 작년이었나 보다. 작년언제였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문학동네 이벤트중 연우와 채영이가 들어오는 시간에 접속멤버 캡처를 하는것이 있었다. 어찌나 연우랑 채영이와 함께 하기가 어려웠던지, 몇일을 열중하다가 그만둔 기억이 난다. 그때 연우를 만났다. 채영이와 함께. 사실, 그땐 이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지 몰랐다. 소년1, 소녀1쯤으로 내 기억 저편으로 넘어가 버렸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이 아이들이 내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찾아들었다. G-그리핀속 독수리의 날개를 단 사자처럼 말이다.
제발 걱정하다면서 조언하지 마. 충고하지마. 이래라 저래라 한마디도 하지 마. 잘해주지 마. 누가 잘해달래. 나에게 조언 충고 명령 했던 모든 사람들. '대세를 따르걸가 남들 다 하는 대로 반만 가라. 그건 무능력한 너한테는 아주 잘 어울린다' p.430
G-그리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연우가 듣고 있던 음악은 어느새 내게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와 버렸다. 연우의 엄마, 민아씨를 나인듯 착각을 하면서 연우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해야할까? 고등학생이 되려면 아직 멀게만 느껴진 내 아이와 연우와 채영이를 오버랩시키면서 이 아이들을 바라본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다, 연우와 채영이, 태수와 마리를 보면서 가슴이 아려온다. 어쩌면 좋을까? 언제였던가? 기억도 나지않은 그 시절의 청춘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비트>속 아이들이 떠올랐다. 이 아이들은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새학기를 앞두고 이사를 온 연우는 학교 추첨하는 곳에서 헤드폰을 쓰고 비니를 눌러쓴 약가는 건덜건덜하는 태수를 만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아이들은 mr.심드렁으로, 어디로 튈지 알수없는 제삼자의 눈으로 보기엔 불량학생들로 삶을 마주 대한다. 그리고 연우가 살던 곳에 날라온 한장의 엽서와 채영. 어떻게 채영이 그곳에 있었을까? 흔히들 이야기하는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에 이 아이들은 떨리고, 첫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아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민아씨와 재욱형.
Intro는 겨울이었다. 봄눈이 내릴것 같은 그런 겨울이었다. 첫장을 읽고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아이를 보고있는 것이 겨울이라는 것을 말이다. 멋진 신세계로 그려진 여름 이사만 생각이 났었다. 흰색 후두티 앞주머니의 두손을 집어 넣고, 체크무늬 스커트 아래로 발목에서 접어 신은 흰 양말, 남색의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는 그 아이만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이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슬아슬하게 시작되었다. 아무도 성숙하지 않은 세계. 연우와 채영, 태수와 마리가 살고 있던 G-그리핀속 세계. 그리고 민아씨와 재욱형이 살고 있던 편견을 맞서기 엔 힘이 든 세계. 그런 세계속에서 소년은 살고 있었고, 그래서, 작가는 소년을 위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난 고리타분하고, 내 세대가 그랬듯이, 흡연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더욱이 소녀의 흡연은 더 싫어한다. 내 눈에 채영을 색안경을 끼고 보기 시작한 것은 그 고운 소녀에게서 나오는 담배연기때문이었을 것이다. 연우에게 아련하게 보였던 그 연기가 내겐 연우를 위험속으로 몰아놓고 있는 불나방을 유혹하는 불꽃같았으니까 말이다. 누구의 삶이 제대로 되었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내 삶도 완벽하다 이야기 못하는데, 누가 누구의 삶을 위로하겠는가? 하지만, 난 소년을 위로한다. 소년에게서 비친 내 삶을 다독여주고 싶다. 힘이들지. 많이 힘이들지. 그런데 그 시간은 지나가더라구. 죽을것 같이 힘이 들지만 죽지만 않으면, 버티고만 있으면 지나가더라구.
누군가 나를 좀 위로해 줬으면 좋겠다. 연우가 아닌 나를... 죽지만 않고 버티면 다 지난간다고 말이다. 내게도 민아씨같은 엄마가, 태수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위로해 줘야 하는 연우가 너무나 부러운 그런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