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었다. 몇일이 걸렸다. 그리 긴 글도 아니다. 대략 430페이지. 하루면 읽을 수 있는 양을 몇일동안 읽었다. 재미가 없냐? 그것도 아니다. 너무 재미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긴 여운.... 그래 긴 여운이 남는다. 책장을 탁하고 덮은 후에 생각난 건, 손.선.영. 손선영이 누구야? 대단한데. 책 날개에 '연봉 1억 물질'과 '연봉 3백 만족'사이에서 만족을 택한 인물 이라고 적혀있다. 만족이 물질을 상회하게 만들것 같다. 그의 블로그 http://blog.daum.net/ilovemystery를 찾아가 봐야 할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해낸것 자체가 굉장하다.
나는 살인자도, 그렇다고 이대형도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지만 그는 오로지 쫓기는 신세로 전 락했을 따름이다. 노숙자로 살았던 지난 했던 기억은 흐리고 무뎌져서 진실인지 거짓인지조차 혼란스럽다. 그러나 결론은 하나였다.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라는. 살인자가 되어버린 한 남자. 이제 그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아니, 어떻게 살아온 것인가!
인생은 뜻데로 살수는 없는지 아무것도 없는 이지훈이 빚에 쫒기듯 주민등록을 말소하고 노숙자 신분으로 10년을 산것은 찰라였다. 그가 그의 사랑, 보라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더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어 살았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세상으로 나와서 보라와 살고 싶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그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알수 없는 다른 인물로 바뀌어져 버린 지금. 이.지.훈. 지훈은 자신을 찾아야만 했다. 사랑하는 보라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자신을 찾기 시작하는 지훈의 이야기부터였다. 지훈을 발견한 동 주민센터 직원, 박미숙. 박미숙이 맞선을 본 형사, 백용준.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알수 없는 인물들이 나온다. 김사장과 양상사, 보이지 않는 이구아나와 똥개. 이들의 관계가 얼키고 설키기 시작한다. 뭔가가 있다. 숨겨져 있는 깊은 물속 무엇인가를 끄집어 내기 위해, 하나 하나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서는 그들의 과거를 파헤쳐야 한다.
이 남자가 사는 법 / 이 여자가 사는 법 / 그 남자가 사는 법 / 사는 법 으로 이루어진 네 편의 옴니버스는 결국 누명을 쓴 살인자 이지훈을 관통하고 있다. 이대형이 되어 버린, 그러나 이지훈이었던 한 남자의 기구한 인생을 관통하고 있다. 자본 앞에서 인간이 한낱 쓰레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례를 통해 인간성의 상실과 국가적 관리의 폐해, 그리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공포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할까? 생각만으로 공포가 스물스물 올라온다. 내가 살고 있는 송파를 어찌나 사실적으로 그려 놓았는지, 송파 경찰서가 낯설지 않게 다가오고, 그곳에 백용준 형사가 있을것만 같은 <죽어야 사는 남자>. 이야기는 한 마디로 할 수가 없다. 손선영 작가가 그려놓은 죽어야 사는 이 남자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다 무너져 버릴것 같으니 말이다. 이 여자가 사는법의 조영미의 삶은 여전히 미스테리이지만, 네 편의 옴니버스 속 인물. 꽤나 근사 하게 다가오는 백용준 형사보다는 이.지.훈이라는 이 남자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이 남자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