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어서 뛰어, 난 열까지 셀 거야. 다 숨으면 내가 널 찾으러 갈 거야. / 꼭꼭 숨어, 어차피 난 널 찾게 될 거야. 아주 작은 구멍도 샅샅이 살필 테니. / 내 시선을 피할 수는 없어. 난 너의 얼굴을 알고 있으니까!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어린시절 많이 불렀던 술래잡기 놀이때 부르는 노래다.  우리 정서와 비슷한 독일의 술래잡기 노래가 있다. 술래 잡기의 독일식 노래가 흘려퍼진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흘려퍼지는 술래잡기 노래가 소름을 확 돋게 만든다.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진 것일까?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사라진 소녀들>이라는 제목을 썼단 말인가? 

 



 한명의 소녀가 사라진것이 아니다.  소녀들이라고 복수형을 사용하고 있다.  어떤 소녀가? 어떤 소녀들이 사라졌기에, 안드레아스 빙켈만이 <사라진 소녀들>을 들고 나왔을까?  여인도 아닌, 소녀란다.  붉은 머리의 흰 피부.  이 예쁜 소녀가 눈을 감고 있다.  표지 속 저 예쁜 아이에게 문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소녀에 손위를 기어오르는 거미까지. 

 

 따뜻한 바람이 부는 어느 여름날, 풀이 높이 자란 정원에 한 소녀가 그네에 앉아 있다. 소녀의 흰색 원피스가 나풀거리고, 빨간 머리칼이 흔들리는 달콤하고 기분 좋은 오후였다. 소녀의 주변은 온통 화려한 꽃들로 가득 차 있지만, 소녀는 그 아름다움을 조금도 볼 수가 없다. 그녀는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는 자신을 향해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볼 수 없지만 그의 특별한 체취와 발소리, 공기의 미묘한 뒤틀림으로 소녀는 누군가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사악한 욕망을 뿜어내고 있는 정체불명의 한 사람. 소녀는 그에게서 힘껏 도망 가려고 애를 써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결국 소녀는 강한 힘에 억눌려 그에게 붙잡힌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후, 한밤중에 또 한 명의 시각 장애인 소녀 ‘사라’가 사라진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두 시각장애인 소녀를 추적하다!  독일 심리 스릴러계에서 주목받는 작가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소설 『사라진 소녀들』. 인간의 사악한 본능에 맞서는 소녀의 생존 본능이 섬뜩한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사라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던 여형사 프란치스카는 10년 전에 발생했던 비슷한 사건을 발견하고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10년 전 사라진 소녀 지나의 오빠 막스를 찾아간 프란치스카는 그로부터 사건 당일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듣게 되고, 어디선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을 범인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올초에 읽은 책 중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독일 소설이 있었다.  이런 책이 다 있구나 하면서 유럽소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만큼 강한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베스트셀러에 오른것이 꽤 되었다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시간이 없기도 했었고, 책이 손에 들어오기까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어쨌든, 책을 만나고, 그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었기에, 하룻밤만에 다 읽어 내렸다. 스릴러들은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오는 인물마다 범인같고, 주인공들마저도 혹시하는 생각으로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린다.

 

 여동생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니면서 살고 있는 막스와 연애는 필요없어를 외치면서 범죄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프란치스카.  이들의 만남은 예견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막스에게 애정과 연민을 느끼는 프란치스카.  그리고 그들이 서로 다른 눈으로 찾기 시작하는 범인.  그는 어디에 숨어서 그들을 보고 있는 것일까?  분명 범인에 대한 단서를 빙켈만은 끊임없이 독자들에게는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읽는 내내 이 사람이 범인인가? 아님 저 사람이 범인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납치되어 사라져 버린 소녀들이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이야기 한다.  어느 날 차를 타고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열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앞장서서 걷고 일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뒤따라 걷는 광경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자아이는 눈이 안 보이는지 남자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길 안내를 받고 있었다. 저자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 남자아이가 얼마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지, 그리고 만약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장면이 그대로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p.397)라고 말을 한다.

 

 빙켈만이 만들어낸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상처와 사연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옮긴이의 말처럼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순간, 원망과 증오가 고개를 들고, 섬뜩한 인간의 광기에 전율을 느끼게 만든다 (p.396).  빙켈만이 선사하는 상상초월의 사이코패스의 세계는 이렇게 다가온다. 범인이 소녀를 어떻게 했는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나와있지 않다.  하지만, 뭉퉁그린듯이 그려진 이야기들은 소름을 돋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 아이들은 10살에 소녀들 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똑똑하다 해도 10살의 어린 소녀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길 바라고 바란다.  세상에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누군가가 이 소설을 읽고 따라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긴시간에 걸친 범죄 스릴러.  바보같고 어리석음에 어린아이에게만 펼쳐낼수 밖에 없었던 범인.  그리고 그 뒤에 남겨져 슬퍼하는 가족들.  그래도 끝까지 믿고 찾던 막스가 있고, 프란치스카가 소설속에는 있다.  그리고, 세상에도 그런 사람들은 남아있을 것이다. 소설 속 막스에 가족같지 않은, 사랑으로 믿어주는 가족들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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