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재발견 - 다산은 어떻게 조선 최고의 학술 그룹을 조직하고 운영했는가?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학 책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무지하게 두꺼운 책 한권이 밤을 지새우게 만들어 버렸다.  <다산의 재발견> 누군가의 말로는, 출산 장려에 대한 책이냐는 우스운 말도 있었지만, 가슴 먹먹할 정도로 근사한 책 한권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대숲으로 인도는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다산의 재발견>. 책 표지가 굉장하다. 멋진 듯 이상한 글씨.  다산이 쓴 글자에서 한획 한획을 따와서 만든 글씨란다.  다산의 글 속에서 한획 한획 따오면서 표지를 디지인한 작가는 얼마나 가슴이 뛰었을까 싶다.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다.  그러니 한자가 어렵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민 교수가 이야기 하는 다산은 한자를 몰라도 그의 설명만으로 다산의 삶을 들여다 볼 수가 있다. 

 

 정민 교수는 한양대 국문과 교수다. 무궁무진한 한문학 자료를 살아 있는 유용한 정보로 바꾸는 작업을 계속해왔고, 어찌나 많은 논문을 발표했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교수님들은 이렇게 많은 논문을 발표를 하나? 잘 모르겠지만, 정민 교수의 발표 논문수는 대단하다. 서설에서 언급한 논문만도 몇권인지 모른다.  다산의 책이라고 추정되는 책이 발견되는 순간, 아니, 주변인으로 부터 듣는 순간 그는 달려 가고 있다. 다산을 만나기 위해.  소장가를 설득하고, 귀한 서책을 만나면, 그것이 다산의 책이든 아니든 한장 한장 사진을 찍고 그에 대한 글을 모두가 알수있게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숨어있던 책들은 그의 논문이 되어 세상으로 나온다.

 

 정 교수가 5년 이상의 연구 기간 동안 발굴하고 찾아낸 다산의 친필 편지는 150여 통이다.  황상에게 준 다산의 친필 편지 31통을 모은 <다산여황상서간첩>, 혜장과의 교유 내용이 담긴 <견월첩>, 다산이 월출산을 등반하고, 백운동의 12경을 친필로 써주고, 앞뒤에 초의를 시켜 〈백운동도〉와 〈다산도〉를 그리게 해 첨부한 <백운첩>, 다산이 호의에게 보낸 편지첩 <매옥서궤>, 다산과 은봉의 교유를 담은 <만일암지> 등이 그것이다.  정교수가 집요하리만큼 다산의 자료를 발굴하고 연구한 글 22편을 모아 엮은것이 <다산의 재발견>이다.

 

 다산. 그는 누구인가?  초등학교 5학년 사회교과서에 다산은 실학자로 소개되어 진다. 토지를 분배를 외쳤던 실학의 중심인물로 아이들은 다산을 처음 만난다.   이책은  1801~1818년까지 강진 유배 시기인 다산의 나이 40세에서 57세에 이르는 시기에 교유했던 수많은 제자, 승려, 자녀에게 쓴 시, 산문 등의 조각난 친필 편지(서첩)의 퍼즐을 앞뒤의 역사적 맥락, 좌우의 문화적 맥락, 전후의 개인적 맥락 속에서 맞춰내 다산의 면모를 재구성하고 있다.  일반인이라면 그냥 넘겼을 책들이, 서책 속 한줄 한줄이 정교수를 만나면서 하나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다산에게는 불행이었지만, 조선의 학문을 위해서는 축복의 시간이었던, 그의 유배시기에 강진에서 다산은 훗날 다산학단으로 일컬어지는 제자들을 양성하고 500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함께 완성하였다.  다산의 강진 강학을 들을 수 있었던 그들은 얼마나 복 받은 이들이었을까? 쪼아먹으라고 권해도 쪼지 않고 머리를 눌러 억지로 곡식 낟알에 대주어서 주둥이와 낟알이 서로 닿게 해주어도 끝내 쪼지 못하는 자들(p.53)이라고 다산이 표현한 제자들과 다산.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다산의 재발견>에서 펼쳐 진다.

 

 제 1부 : 다산의 강진 강학, 제자 교육 / 제 2부 :다산의 사지 편찬과 불승과의 교유 / 제 3부 : 다산의 공간 경영과 생활 여백 / 제 4부 : 다산 일문(逸文)의 행간과 낙수(落穗) 로 구분되어 22편의 글들이 실려있는 <다산의 재발견>은 다산의 개인적인 사생활들이 보여지고, 성리학을 공부한 선비가 승려와 친분을 가졌음 또한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 책은 사람냄새 나는 다산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름만으로 황홀한 다산이 느끼던 고뇌, 배신, 애틋함이 절절히 시한편, 편지글 하나로 보여지고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진열장속에서 죽어있던 종이쪽지들이 살아서 다산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책을 펼치면서 가장 먼저 눈이 간것은 책의 표지였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것은 완벽한 올컬러의 사진들.  이렇게 귀한 책들을 너무 편하게 보는것이 미안하고 송구스럽다. 그 뿐인가. 5쪽으로 이루어진 <송이익위논남북학술설>.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저자의 말처럼  다산 친필 편지의 생생한 원 자료를 컬러로 수록하여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후학들이 되풀이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런 수고를 했단다. 정민 교수님 화이팅이다.  인문학 책들을 멀리 했었다.  재미없고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었고, 내겐 잘 맞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고개를 조금은 끄덕이고 있다.  인문학도 재밌구나.  굉장한 이야기들이, 소설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질수도 있구나를 이 어마어마한 책을 통해서 느끼다니, 다산과 정교수님께 박수를.  그리고 이 어마어마한 책을 읽어낸 내게도 박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