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방범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던것이 벌써 몇년 째인지 모른다. 드디어 지인이 책 세권을 책상위에 얹어 놓고는 가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책상 양옆으로 책이 쌓여있는 상태여서, 읽어야지 소리는 끊임없이 하고 있었지만, 그 두께에 숨이 탁 막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 책 두께가 장난이 아니다. 주말에 우선 1권을 읽고, 다른 책을 두권만 읽어야지 하고는 금요일날, 모방범 1권과 무협지 1권, 그리고 소소한 다른 책 한권을 들고 집으로 왔다. 이런 밤을 새워버렸다. 이런 이런... 이걸 어쩌나. 그다음 어떤 내용이 펼쳐지는 거지? 이 두사람이 진범이긴 한건가? 이젠 책중독에 빠지지 않을거야를 외쳤지만, 결국은 책도 금단현상이 있다. 읽어야 할 책이 다 떨어지고 나니, 출근할 생각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주일은 지나야 하니, 하루 반나절을 기다려야 모방범을 만날 수 있다.

공원의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여자의 오른팔과 핸드백이 발견된다. 범인은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방송국에 흘리고, 피해자의 외할아버지를 전화로 농락한다. 스스로의 범죄를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범인의 목소리에 전 일본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수사는 난항을 거듭한다. 범인의 목적은 과연 무엇인가? 진실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은 죽어버렸다. 그들의 자동차에서 나온 시체, 그리고 한 명의 방에서 발견된 살인의 증거물. 경찰은 이들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누가, 언제, 어디서, 왜,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알려진 것만이 사건의 전부는 아니다.
엄청난 수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건에 연관된 것은 경찰과 범인뿐이 아니다. 피해자와 목격자, 또 그들의 가족과 이웃들, 친구들, 미야베 미유키는 그 모든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사연과 그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그들을 살아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낸다. 사건은 그 모든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어놓는다. 피해자의 가족은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과 분노와 근거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목격자는 사건의 충격이 가져온 악몽과 불안으로 괴로워한다. 용의자의 가족들도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해 생활의 터전을 잃고 뿔뿔이 흩어진다. 사건과 연관된 모든 이들이 각자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서로에게 어깨를 기댄다.
이야기의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다. <미미여사>라고 불리우는 미야베 미유키의 필력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작년에 어느 인터넷 책방 사이트에서 지난 십년간 가장 뛰어난 추리소설로 <모방범>이 뽑힌적이 있었다. 그 전부터 읽고 싶었지만, 아마 그때부터 이 책이 간절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스타트를 끊기 시작했다. 악마와 같은 범인들. 누가 진범인지는 1권만으로는 아무도 모른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국민성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아이들. 아마,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능하겠지? 이야기임을 끊임없이 되세기면서 읽어 내려갔다. 진실을 알고 있는 두 사람. 그리고 그들의 처음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가 다음권에선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미미여사가 펼쳐내는 이야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