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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찬 여행기
류어 지음, 김시준 옮김 / 연암서가 / 2009년 1월
평점 :
좋아하는 책 부류 중 하나가 무협지이다. 고교시절에 친구들은 로맨틱소설을 읽을때, 나는 무협지를 읽었다. 아마 그래서 삼국지를 열번 이상을 읽을 수 있었을 거다. 지금도 무협지를 참 좋아한다. 휙휙~ 소리를 내면서 지나가는 중국 무협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남편은 질린다는 100권이 되어가는 무협소설이나 무협만화를 혼자 보곤 한다.
<라오찬 여행기> 주색잡기에 능하지 않다는 것을 빼고는 딱 무협지 스타일이다. 그래서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라오찬.. 이 라오찬이라는 인물은 그리 잘생긴 인물은 아니다. 책 표지의 나온 인물을 본다면 변발을 한 인물중 하나 일텐데, 모든 인물이 중국 인형들 같다. 못생긴 인형. 그리고 키가 크지도 않다. 보통의 무협지 속 인물은 잘생기고, 못하는게 없어야 하는데, 라오찬은 잘생기지도 키가 크지도 않다. 그런데, 이 남자, 도인에게 인술을 배우고 여간 사람들을 잘 고치는게 아니다. 거기에 어찌나 잘 돌아다니는지 모른다. 홍길동 마냥 이쪽에서 나타났다하고 보면 금새 다른곳에 가있다. 그리고 가는곳마다 문제를 해결한다. 인맥과 학연을 통해서... 중국이라는 나라는 그런 면이 있는 듯하다.
<라오찬 여행기>는 100년전 쓴 글임을 생각하고 읽는다고 해도, 기법이 탁월하다. 책 곳곳에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심어놓고 있다.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음장을 기대하시라~와 같은 어구로 책을 놓을 수가 없게 만든다. 그리고 일기를 쓰듯 생생하게 묘사되어있는 글들은, 책 뒤편에 나와있는 것처럼 <이 소설이 중국 문학사에 끼친 최대의 공헌은 작가의 사상이 아니라 풍경과 인물을 묘사하는 작가의 능력에 있다. 류어는 문학의 천재로 그의 문학적 견해는 탁월하다> 정말 대단하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묘사하는 능력. 강이 얼은것을 표현하는 장면이나, 눈물을 흘렸는데, 객에 돌아와보니 두줄기 얼음이 볼에 붙어있었다는 장면... 삼국지에서 관우가 더운 술이 식기전에 싸우고 오는 장면과 왜 이리 비슷한지..
얼마나 추우면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이 얼어붙었을까? 그뿐 아니라, 류어의 유머러스함.. 췌이환과 어찌어찌 부부의 연을 맺은 장면에서 왕쯔진이 보내온 글을 쉬밍 부부에게 보내는 장면.<천하의 연인들은 모두가 가족이 되기를 원하나니, 이는 전생에 정해진 일일진대 인연을 어기지 말지어다> 독자와 라오찬만 아는 이야기. 그런데 우습다. 어쩌란 말인가? 웃어야지... 류어가 독자에게 웃으라 청하니 실컷 웃어본다. 이 인물 기발하다.
그러면서도 이 부분 말고는 씁씁하다. 100년전 중국이나 지금의 세대나 어찌 이렇게도 똑같은지 모르겠다. 난세의 영웅이 나타나길 바라면서, 라오찬과 같은 인물은 아닐지라도, 홍길동이나 일지매가 짠하고 나타나길 바라면서 글을 읽었다. 라오찬보다는 우리네 일지매와 홍길동이 더 멋지니 말이다. <라오찬 여행기>는 <라오찬 여행기>와 <속 라오찬여행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1903년에 류어가 쓰기시작하여 1904년에 탈고하고, 1905년에 속집을 썼단다. 1909년에 류어가 신강에 유배되어 지병으로 사망하기 전에 쓴 유일한 류어의 소설. 이 책에 자꾸만 손이 간다. 그 다음 일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하면, 꿈으로 끝내버리고, 일이 해결되었을까하는 부분은 뒷부분에서는 나오지도 않는 요즘 쓰여졌다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소설일텐데, 100년전이라 생각하면 신기하고 신기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하고 계속해서 읽게 되니 말이다. 지동설이 나온지가 언제인데, 소설속 지동설을 보면서 놀래고, 영어를 배운다는 부분에서 놀란다. 시간의 흐름을 혼자 벗어나면서 책을 읽었나 보다. 참 재미나다. 읽는 내내 웃음도 나오고, 신기하기도 하고, 무협지라면 조금은 엉성한 무협지임에 분명하지만,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내 책장 한곳을 이 소설의 자리로 내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