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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2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평점 :
"왜 나는 언제나 기다려야 하죠?" "그야 너는 완벽한 DNA 구조를 타고 태어나서 뜨거운 감자처럼 아무 시간대에나 던져질 일이 없으니까 그렇지. 게다가 참는 자에게 복이 오는 법이거든." - P.212 (1989년 헨리 41세, 클레어 18세)
책이 쌓여있어서 이제야 2권을 손에 들었다. 1권을 읽고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하면서도, 쌓여있는 책들에 밀리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대여를 해야했기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던 것을, 일주일 만에야 대여를 해서 읽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울컥하고 있다. 밤새 책을 읽고, 훌쩍거린 덕분에, 출근길에 무슨일 있었냐는 소리를 얼마나 들었는지 모른다. 아직도 나는 책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글을 쓰기위해서 갈무리해 두었던 구절들을 읽으면서 이렇게 아리고 있다.

시간유전자라고 하는 게 있습니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생체주기 리듬을 관장하는 역할을 하죠. 우리가 찾아낸 바로는 전반적인 신체 부분의 다양한 세포 안에 그 유전자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특히 시각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데, 댁의 증상도 시각적인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군요. 시신경 교차점 바로 위에 자리한 시상하부의 상염색체 핵이 일종의 리셋 버튼 같은 것으로서 시간 감각을 조절하니까, 거기부터 시작해 봅시다. - P.65 (1996년, 헨리 32세)
드디어 헨리를 잡아둘 수 있는 길이 열린 듯 했다. 믿지 않았던 캔드릭 박사가 헨리의 마법같은 사라짐을 보고, 자신의 아이인 콜린의 상태를 본 후, 헨리와 함께 하기 시작했다. 32세의 헨리와 함께하기 시작하는 캔드릭 박사. 이제 조금만 있으면 헨리를 잡아둘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헨리를 클레어와 함께 있게 하는 시간을 많이 있게 할 수 있을까? 원하고 원했다. 아이를 바라는 헨리와 클레어에게는 현재에 헨리가 있어야 한다. 헨리도 클레어도 아이를 원했다. 여섯번의 유산. 혹시 아이도 헨리처럼 시간여행자면 어떻게 하지? 클레어의 몸안에 있는 아이가, 그 작은 태아가 끊임없이 시간여행을 한단다. 그래서 유산을 한단다. 이제는 방법이 없는 걸까? 클레어도 헨리도 지쳤다. 아이는 필요없어. 입양해서 내 아이를 가질꺼야.
달려오는 클레어에게 마주 달려가려던 나는 계단에서 넘어져 클레어를 향해 팔을 뻗는다. 내 손을 잡은 앨바가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클레어가 두어 발자국 거리로 다가오자 나는 마지막 남은 의지력을 총동원해 너무도 멀게만 보이는 클레어를 바라보며 최대한 또렷하게 말한다. "사랑해." 그러고 나는 사라진다. 젠장. 젠장!" - P.163(2011년 헨리38세, 클레어 40세)
38세의 헨리가 10세의 앨바를 처음 만났다. 아..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내 아이구나. 할아버지로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고, 그림을 볼 수 있는 똑똑한 이 아이가 CDP란다. CDP. 시간일탈 장애인(Chrono-Displaced Person)이라고 유쾌하게 말하는 이 예쁜 아이가 말한다. 아빠가 죽었다고. 하지만 계속해서 돌아가신채로 있는건 아니라고 설명을 한다. 아.. 클레어. 클레어가 혼자 남아 있겠구나. 항상 옆에 있어도 보고싶은 클레어. 클레어. 클레어. 이제야 내 아이를 보는데, 클레어를 볼 수 없다니.
어딘가에 또 다른 내가 있다. CDP에게는 가능한 일이다. 도플갱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동일한 내가 동일한 시간을 살수도 있다. 그 속에 헨리가 있고, 그만을 기다리는 클레어가 있다. 소설은 소설임에도 현재 시점으로 쓰여진 이야기들은 종횡무진 시간을 초월해 버린다. 새해 전야, 하나 / 셋 / 넷 / 다섯 / 여섯으로 이야기는 이어졌다. 그래서 궁금했다. 둘은 어디갔을까? 작가가 잊었을까? 잊을리가 없다. 헨리가 느끼는 시간과 내가 느끼는 시간이 다르다. 책의 막바지에 새해 전야, 둘이 나온다. 그리고 참고있던 눈물을 펑펑 떠트리게 만들어 버린다. SF처럼 헨리와 클레어는 만난다. 앨바의 말처럼 갑자기 펑 사라져 버리는 헨리. 입양을 하겠다면서 수술을 해버린 38세의 헨리와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32세의 헨리. 그리고 클레버는 일곱전째 임신을 하고, 앨바를 낳는다. 소설이기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라 생각 하면서도 나는 이미 헨리가 되어 있고, 클레어가 되어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기다리기를 반복하는 이들의 사랑이 가슴이 아련해 온다.
때때로 나는 헨리가 사라지는 게 반갑지만, 그가 돌아오는 건 언제나 반갑다 - P.190 (2003년 클레어 32세, 헨리 40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