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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누가 딱 한 번만. 만나서 반갑다고 말해 주면 좋겠다. 어서 오라며 웃어주면 좋겠다. 자기 집에 놀러오라고 초대해 주면 좋겠다. 외면해서 미안하다고 말해 주면 좋겠다. 죽지 말라고 말해 주면 좋겠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누가 딱 한 번만. 내가 죽으면 슬퍼할 거라고 말해 주면 좋겠다.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딱 한번이라도.- P.244

악명높은 인생예보자의 눈에 세 남자가 들어왔다. 하루가 무지하게 꼬여버린 세 남자. 인생예보자는 어떤 예보를 할까? 자살을 준비하는 나고단, 딸의 골수를 이식해야 하는데,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아 가슴아픈 박대수,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달리지만 항상 제자리인 듯한 이보출.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웨이터 '쫌만 더'. 그의 이름은 나고단이다. 그의 이름처럼 이렇게 고단한 인생이 있을까? 152cm의 작은 키는 안수기도로 척추가 눌리면서 151cm로 안착되어 버렸다. 웨이터에서 만난 아내는 수영강사와 바람이 나서 달아나 버렸고, 그간 그가 모은 종자돈은 미국 산 스테이크와 함께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지금 그는 노숙자가 되어있다. 아무도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는 이곳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남의 나라에 우물파러 떠난 형. 그래서 성산대교로 갔다. 공익들 덕분에 죽지도 못하고 반포대교로 갔는데, 포졸이 달려온다. 죽으려는 나를 반기려 과거시대에서 포졸이 다가와서는 앵글에 잡힌단다. 이런... 배고프다.
주식브로커 출신 보조 출연자, 이보출. 한때는 잘 나갔던 그가 대하사극에 고정 출연하기 위해서 온몸을 던지는 보조 출연자가 될지는 몰랐다. 일당 4만원의 보조출연자. 그가 연기하는 <양반과 상놈>은 조기 종영을 한단다. 무조건 길반장 눈에 들어야 한다. 80부작 사극을 하기 위해서는 길반장 눈에 들어야 한다. 저 묵직한 여배우도 안을 수 있고, 뛰어갔다 오라고 하면 반포대교 위에서 앵글에 잡히는 아저씨도 다른곳으로 보낼 수 있다. 그래야 사랑하는 아들, 태평이와 함께 살 방한칸 구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난 달린다. 태평이를 위해서 달린다.
떼인돈 받아주기 전문이었던 박대수. 그는 이제 조폭이 아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예쁜 딸 봉봉이를 위해서 작은 가계하나 차리고 성실하게 살려했다. 그런데, 그녀석, 보출이가 돈을 불려준단다. 그리고 사라졌다. 봉봉이가 아프다. 돈이 필요하다. 보출이를 잡아야 한다. 사실, 보출이를 잡아서 어떻게 할 생각은 아니다. 그냥 돈받아서 봉봉이 수술만 시켜면 되는데, 봄베이 O형을 가진 골수 기증자가 없다. 그래서 태평이를 데리고 왔다. 보출이가 나타나지 않을까? 그런데 이자식, 전화를 받지 않는다. 나만을 따라다니던 김부장은 사라져버렸다. 기소시효 몇일 남지 않았는데, 잡혔단다. 왜 이렇게 살기가 힘이들까?
지지리도 운 없는 세명의 이야기가 차인표 작가의 유머와 함께 버무려졌다. 교보문고 잠실점에서 차작가를 만나서 사인 본을 받고 그 자리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재미있다. 이 사람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하면서 읽어 나갔지만, 중간중간 웃음이 터지는걸 어쩔 수가 없다. 인생 예보자의 눈에 들어온 세 남자의 하루. 거짓말처럼 그들의 삶은 조금씩 겹쳐있다. 왜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을까? 작가의 말에서 그는 이야기 한다. 2008년 여름, 인터넷을 달구었던 어는 여배우의 죽음을.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건 어쩌면 나고난이 메모 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읽으면서 가슴 짠한 그런 나고단의 메모 쪽지 한장 말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유쾌하다. 영화 시나리오로 썼다가, 다시 연극 대본으로 수정하고, 최종적으로 소설로 완성되었다는 <오늘 예보>는 예보의 주인공들인 세 사람이 펼쳐내는 인생사로 가슴 아프다가도, 흘깃흘깃 흘리는 상황에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얼마나 다행인가? 악마도 가끔은 틀린 예보를 할때가 있으니 말이다.
하루의 결과는 그날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거든요.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오늘은 그동안 살아온 하루하루의 결과물이라고. 따라서 오늘 하루의 결과 역시 20년쯤 지나야 알 수 있겠죠.... 여러분들이 오늘 하루만 바라보는 거. 미련 두고 먼 미래까지 바라보지 말고, 그냥 오늘 하루에 다 끝내버리는 거. 왜냐하면 나에겐 오직 하루만 있거든요. 하루만으로 족하지요. 모든 걸 끝내기에는. - P.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