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까지 75센티미터
안학수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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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친정엄마는 침대를 치우라고 하셨다.  침대위에서 아이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이다.  엄마의 말을 듣고도 아이가 왜 떨어질까 싶어 그냥 뒀다. 결국은 고물고뭏한 어린것이 침대에서 떨어져서 난리가 났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어찌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때 엄마가 고향친구중에 어렸을때 대청마루에서 떨어져서 꼽추가 된 친구가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럴 수도 있구나.  어린 아이들에게는 말이다.





수나는 옆집 큰형에 발길질에 마루에서 굴러떨어지고 곱추가 된다.  누이는 그것도 모르고 함께 놀러간 산에서 떨어진 후유증으로 어린 동생이 그렇게 되었다는 생각에 평생 짐을 지고 산다.  이 어린 아기가 평생 곱추로 사는걸 엄마는 볼 수가 없었다. 같이 죽자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에 등 고쳐내란 말 하지 않겠다는 수나에 말에 엄마는 살고자 한다.  살기위에 버둥되는 아이를 보면서 말이다.  평생 엄마 등뒤에서 살아야 할 것 같던 수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두살 어린 동생들과 한반에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무섭다.  남에게 상처를 준다는 걸 모르기 때문에 아이들은 상처를 준다.  그 상처가 평생을 갈 수도 있는데 말이다.  수나는 그렇게 또 한번 쓰러지지만, 자신의 길을 인도해 주는 장안선 선생님을 만난다.

 

가난하다 가난하다 이렇게 가난할 수도 있구나 싶다.  아니, 이런 삶이 있는지 기억에 조차 없기에 그들의 삶을 그냥 글로만 본다. 힘들었겠구나가 엄마도, 아빠도, 수나와 수봉이도, 그리고 누나도.  그들의 삶은 참 힘들다.  장돌뱅이를 하는 어머니도, 막일을 하는 아버지도, 사촌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는 누나도, 가림판 하나 세우고 옆에서 삶아먹는 닭 냄새를 맡으면서도 쫄쫄 굶는 수봉이도 모두 힘이든다.  힘만들랴.  왜 이리도 믿는 사람들은 사기를 치는지... 살만 하면 또 넘어지고 살만하면 또 넘어진다. 그래도 이들은 일어나서, 다시 달린다.  넘어져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것 같은데, 일어나서 달린다.





"병신이라구 버릴 수는 웂어유." 수나는 병아리를 어미닭 곁에 놓아 주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나는 그 병아리에게 특별히 관심을 쏟았다. 특별히 좋은 모이만 먹였다. 병아리 이름도 '석다리'라고 지었다. <삽다리 총각>이라는 라디오 연속극이 있었는데, 그 어감에다가 다리 세 개라는 뜻을 붙여 만든 이름이었다.(P.270)   이렇게 수나는 자신이 살아가는 길을 찾는다. 석다리가 수나와 함께 살아가는 것 처럼 말이다. 

 

흔한 성장소설은 아니다. 초등학교 2학년임에도 여섯살 아이같은 수나. 몸이 작다고 그 속에 있는 자아까지 작지는 않다. 수나는 세상을 보고 어른이 되어간다.  성장소설로 끝나고 해피엔딩이 되라가 기대하고 있었는데, 수나가 있는 만보당은 바람 잘날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면서 만보당은 사랑방이 되면서 수나의 삶이 이어져 간다.

 

수나는 자신을 믿고 찾아 주는 단골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으로 일해 왔다. 만보당(萬寶堂)은 '만인에게 보물을 나눠 주는 집'이란 뜻으로 수나가 직접 ㅣ었다.  수나는 한시도 가게를 낸 뜻을 잊지 않았다.  만인에게 좋은 보물을 나눠 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장사했다. - P.284



제목의 '75센티미터'는 일반인과 척추 장애인의 신장 차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소년에게는 상처의 길이자 희망과의 거리임을 의미한단다.  처음엔 수나의 키가 75cm인줄 알았다.  작가의 맘을 읽지 못하는 아둔한 독자다.  불의의 사고로 척추 장애인이 된 소년. 친구들과 이웃들의 곱지 않은 시선, 세상이 주는 괄시와 자괴감으로 소년은 목숨을 끊으려 했던 적도 있었지만,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은 소년은 죽음 대신 스스로 단단해지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아무렇지도 않던 삶이, 아무것도 없는 삶으로 변해 버리는 것은 참 찰라인듯 하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줘서, 이 귀한 시들을 만들어 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안학수 작가의 글을 처음 읽어봤다.  5년에 걸친 그의 첫 장편 소설이 살아가는 힘을 준다.  그리고 그의 시들이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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