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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내 신경계가 또 그 짓을 하고 있는 격렬한 소리가 들려온다.오, 신이여. 오늘은 제발 정상적인 하루가 되게 하소서. 정상적으로만 아찔하고, 정상적으로만 초조해하면서, 성당에 제시간에 제때에 가게해 주십시오. 클레어가 난감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아멘. P. 405(헨리 30세, 클레어 22세, 1993년 10월 23일)
누군가가 기도를 하고 있다. 이 사람에게 어떤 일이 있길래, 평범을 위해서 이렇게 기도를 하고 있을까? 정상적으로만, 부디 정상적으로만 아찔하고, 초조해하게 해달라니. 기도를 하는 이 사람에게 분명 무슨 일인가가 있는것 같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도서관에 신청한지 석달이 되어서야, 책을 대여할 수 있었다. 출간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인기가 식을줄 모른다. 책을 읽기 위해서 이렇게 기다렸던 책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 이들이 참 많았나 보다. 그리고 1권을 이틀만에 읽었다. 난 참, 쉽게 책에 빠져들어서 책 속 인물이 되어 버린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헨리가 되고 클레어가 되는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책은 유전적 장애라는 표현을 썼다. 그 장애로 인해, 헨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섯살이 되던 해부터, 시간 여행을 하게된다. 모든 소지품과 옷을 남겨 두고 알몸으로 갑자기 다른 시간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게 되는 시간 여행은 그에게 저주나 마찬가지다. 시간 여행을 할 때 그는 음식과 옷을 구하기 위해 도둑질과 폭력을 일삼고, 그 때문에 늘 도망치거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 저주 같은 시간 여행에서 헨리가 가장 위안을 받을 때는 운명적인 사랑인 클레어를 만날 때. 그는 클레어의 집 근처 초원에서 여섯살의 클레어를 만난다. 클레어는 성장하는 동안 각기 다른 나이로 자신을 찾아오는 이 기묘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드디어 스무살의 클레어는 스물여덟의 헨리를 만난다.
여섯살의 클레어는 그를 천사로 생각했고, 열 여섯살의 클레어는 그를 연인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열 여덟살이 되어서 그는 그녀가 자신의 아내가 될거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가 그리웠다. 언제나 다른 시간대로 삼십대부터 사십대의 모습으로 나타나던 그가 그리웠고, 스물여덟의 젊은 헨리는 그녀가 알고 있던 헨리가 아니었다. 조심스럽지도 여유로운 성격도 아니었다. 이제 지치고 힘든 그를 그녀가 다독여주어 삼십대의 그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나는 그에게 전화도 할 수 있다! 기적같은 일이다. 나는 집이 통째로 날아가 오즈에 떨어지고 흑백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바뀐 걸 목격한 도로시가 된 기분이다. 우리가 있는 곳은 더 이상 캔자스가 아니다. P.255 (클레어 20세, 헨리 28세, 1991년 현재에서)
여섯살때부터 운명이었다는 클레어. 그리고 그녀가 운명임을 알고 있는 헨리. 그들의 사랑이 영화의 장면들 처럼 지나간다. 일기처럼 헨리와 클레어의 나이와 함께 그들 입장에서 쓰여지고 있어서, 영화같다. 그뿐인가? 시간을 초월함은 같은 시간에 두명의 헨리를 함께 배치시키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미래의 헨리에 익숙한 클레어와, 미래의 헨리를 질투하는 현재의 헨리. 헨리가 시간여행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지인들, 그들은 헨리와 클레어의 사랑에 숨을 죽인다. 가능할까? 어느순간 갑자기 사라질지 아무도 알수 없는 그를.. 하지만, 그녀는 이야기 한다. "그 사람이 그리운 적은 없니?" "매일, 매 순간 그리워요." P.179 / 17세의 클레어와 할머니의 대화)
제목에서 벌써 그와 그녀가 부부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음에도, 그들의 결혼식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아무일도 일어난지 않겠지? 설마 그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 그래서 헨리의 기도가 나의 기도가 되어버린다. 아무일도 없기를 말이다. 클레어가 난처해지지 않기를 말이다. <시간여행자의 아내>를 읽기전에 오드리 니페네거를 <내안의 사는 너>를 통해 먼저 알았다. 굉장히 독특하다. 가능하지 않다고 이야기 하지만,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 속에서 숨쉬고 있는 사람들... 혹, 지금도 내 옆에서 그들이 있는건 아닐지? 이제 헨리와 클레어의 미래에 동참해 보려한다. 그들의 과거는 이미 알아버렸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