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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기억의 선반을 분해해 그 조각들을 각 집단의 권위자에게 맡겼으니, 별이 무성한 삼각 밑에 무한의 그늘이 봉인되어 있을지니, 그 누구도 무덤이 어딘지 모를 터. 누군가의 밤은 기원을 지키는 밤. 그 누구도 깨우지 아니하고, 상상의 시간이 만나는 곳에서 시대의 끝이 보여지리라.

낮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밤을 읽었다. 이 소설이 연결되어진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마크 레비의 <그림자 도둑>이 워낙에 크게 다가왔던 책이라, 망설임 없이 읽기 시작했다. 친절하게도 런던 왕립 과학 아카데미의 행정을 담당하는 월터 글렌콜스가 지금까지 무슨일이 있었는지를 6페이지에 걸쳐서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별 어려움없이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었다.
아리가 키이라에게 준 목걸이는 키이라와 아드리안을 아프리카에서 독일로, 영국으로, 티베트 국경으로, 안다만 제도와 중국으로 보내기에 충분한 이유가 있는 물건이었다. 천체물리학자인 아드리안과 고고학자인 키이라에게 지구의 기원, 우주의 기원을 알 수 있을것 같다는 유혹은 선악과보다도 달콤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 멀고 먼곳을 돌고 돌았고, 중국 황허강에서의 습격으로 아드리안은 키이라를 잃게된다. 그런데, 누가 그들을 습격한단 말인가? 월터는 망설임없이 이야기해주고 있다. 아드리안을 제외한 독자 모두에게 말이다. 자신을 움직이는 이보리와 두학자를 저지하려는 대도시의 이름으로 불리는 비밀 조직에 대해서 말이다.
죽었다고 생각한 키이라를 찾기위해서 아드리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드리안은 천체의 기원을 아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곳엔 키이라가 있어야 했다. 키이라가 없이는 아무것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녀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찾아 떠난다. 사막을 지나, 살을 에는 추위를 이기고 드디어 그녀를 만났다. 분명 그녀를 만나고, 그녀를 앉았는데, 꿈이었단다. 그래도 그녀가 살아있단다. 중국 감옥에 그녀가 있단다. 18개월을 더 있어야만 한단다. 그는 그럴수가 없다. 그녀 없이는 하루도 살수가 없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물밑 작업들이 시작된다. 그들을 죽이려는 무리들과, 그들을 살리려는 무리들. 하지만, 어떤 무리가 그들 편일까? 아니, 어떤 무리들이 옳은 무리들일까? 알수가 없다.
유럽 최고의 페이지 터너, 마크 레비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의 가속이 붙기 시작하더니, 앉은 자리에서 다른 것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몰두하게 만들어 버리는 힘이 있다. 천체 물리학자와 고고학자. 굉장히 광범위한 지식들이 책 곳곳에 나온다. <그림자소설>을 읽으면서 그의 지식은 어디까지 뻗혀있을까하고 생각했던적이 있었는데, <밤>은 더하다. 우주와 지구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수도 있을까? 무슨말인가 하고 머리를 굴리다가도, 굴리던 부분은 사라지고, 책속 이야기를 따라가기 바빠진다. 키이라와 아드리안의 이야기속으로, 월터와 이모님의 이야기 속으로 그리고 이보리와 바키라의 이야기 속으로 말이다.
1권의 끝은 바키라의 죽음과 두 학자들이 사세기경 시베리아 인구 이동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또다른 모험을 알리고 있다. <낮> 읽지 않은 상태라, 바키라와 이보리의 관계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바키라의 마지막 말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만났을 때 선생에게 한 작은 선물이 있어 다행입니다. 꼭 필요한 일에 쓰십시오. 보고싶을 거예요. 내 오랜 친구... 체스보다 더 그리울 겁니다. 조심하십시오. 건강하시고...." "이 책을 좋아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부족한 것이 없어요. 다 들어 있거든요. 우리의 우정마저도 말입니다. 당신의 충실한 체스 친구 바키에" - P.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