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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 2 - 계영배 ㅣ 상도 2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茶熱香濃錫鼎火畏(다열향농석정외)
솥이 아무리 제왕의 상징이라 하여도 솥은 단순히 솥에 지나지 않습니다. 예부터 발이 셋 달리고 귀가 둘이 달닌 음식을 익히고 차를 끓이는 기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천자의 상징인 구정이라 하여도 따지고 보면 낡은 청동솥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초나라의 장왕이 그토록 갖고 싶어하였던 주나라의 구정도 한갓 청동솥에 지나지 않는 법입니다. 덕이 있어 무거운 솥이건, 덕이 없어 가벼운 솥이건 솥은 솥에 지나지 않는 법입니다. ...... 천자를 상징하는 구정도 결국 향기로운 차를 끓이는 그릇에 지나지 않는 법입니다 - p. 122
2부의 부제가 계영배이기에 계영배 이야기가 주를 이를줄 알았다. 死를 통해 첫번째 위기를 모면했던 임상옥에게 알듯 모를듯 다가온 위기는 어떤것이었을까? 기골이 장대한 나그네가 가산에 사는 이 대인, 즉 이희저의 편지를 갖고 임상옥을 찾아온다. 그 무렵 11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한 순조의 권의는 유명무실하고, 안동김씨의 세도정치로 정치적 혼란에 빠져 있을때였다. 이러니 부정부패가 만연하지 않을수가 없었을것이다. 거기에《정감록》이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처럼 소리소문없이 퍼졌을 때다. 그 기골이 장대한 나그네는 누굴까? 너무나 익숙한 이름. 홍경래. 홍경래의 난으로만 익숙해져 있었기에, 홍경래하면 괴수로만 생각이 들었다. 천하제일왕을 꿈꾸던 이희저와 홍경래는 그들의 이상이 맞았을것이다. 그러니 그 둘은 서로 합쳤을 것이고, 새로운 세상을 열기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을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인물, 임상옥. 하지만, 임상옥이 누구인가? 홍경래를 보면서 朝家에나 있을 사람이지 商家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꿰뚫어본다. 위기인지 모르게 다가오는 위기. 임상옥은 홍경래로 인해서 죽을 위기에 처한다. 분명 위기이다. 새로운 세상이 된다면 동참함으로 더욱더 가세가 든든해 지겠지만, 실패한다면 이는 역모다. 홍경래라는 인물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냥 스치듯 배운 역모를 꿈꾼 역적 괴수가 아닌, 그가 왜 역모를 꿈꾸웠는지를 말이다.
역사속에서 한 왕조가 이어갈때, 선왕만 있는것은 아니다. 그럴때 나타나는 것이 반란이 아닐까? 아마, 이 반란이 아니라면 역사속 왕조의 부폐는 더 말할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임상옥에게 이야한다. 鼎을 달. 이렇게 어려운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찾는 임상옥. 위기인지 아닐지 모를때 생각나는 인물, 큰 스님. 석숭. 석숭스님의 글... 鼎. 확실히 큰스님은 큰스님이다. 솥의 문구를 가지고 임상옥은 또다시 김정희를 찾아간다. 그리고 답을 찾는다. 전율이 흐를정도로 멋진 인물들의 만남이다. 이 만남이 축복의 만남이 아닐찌라도, 이들의 만남은 읽는 이들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현세에 이런 인물들이 있다면 어떨까? 이 역사속 인물들이 현세를 살아간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석숭 큰 스님이 보여준 세 사람의 인물. 그 하나는 김정희이며, 또 하나는 홍경래다. 그리고 나머지 한사람은 바로 임상옥이다. 천하제일의 거유를 꿈꿀 정도로 학문에 힘쓰는 학자와 썩은 왕조를 무너뜨리고 천지개벽의 혁명을 꿈꾸며 권세를 추구하는 인물. 그리고 천하제일의 상인이 될 것을 꿈꾸는 인물. 솥의 다리가 부러지면 솥이 쓰러져 뒤집히듯이 명예를 가진 김정희가 재물의 임상옥이 되기를 꿈꾸는 것도, 재물의 임상옥이 권세를 꿈꾸는 것도 하늘의 뜻을 거스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임상옥의 두번째 위기는 석숭스님의 鼎으로 모면을 한다. 혁명... 아니 역모의 실패로 홍경래도 이희저도 죽음을 면치 못하지만, 임상옥은 자신의 친우인 이희저를 그냥 둘수가 없다. 그의 시신을 몰래 가져다 아무도 모르는곳, 자신조차 잊어버린곳에 묻어준다. 친구니까. 친구니까 그럴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인연을 엮어올줄을 누가 알았을까? 사람의 인생은 알수가 없다. 하나의 산을 넘으면 또 하나의 산이 나오니 말이다. 산을 넘어 넓은 평야가 끝없이 이어질듯 하지만, 평야끝에는 또 다시 산이 나온다. 임상옥의 삶도 그랬다. 그렇게 그는 송이를 만난다. 마지막 위기의 주인공.
송이. 임상옥이 너무나 사랑했던 여인. 위기였을까? 정말 그것이 위기일까? 알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인연이고 사람의 인생이다. 사랑이 지나가고, 아니, 사랑을 흘려보내고 계영배의 이야기가 나온다. 2장의 부제는 계영배지만, 계영배는 2장 끝부분과 3장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계영배속 뜻과 만든 이, 그리고 어떻게 계영배가 임상옥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지 말이다. 2권을 마무리 하고 3권으로 넘어가야겠다. 이 근사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