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티나 데이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사마 형사 : 추리에 빠져들게 되면 어김없이 줄담배를 피우는 형사. 진정한 수사는 몸으로 부딪히고 발로 뛰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행동파 열혈남. “DNA를 분석하는 게 수사라고? 너무 간단해서 찝찝해. 게다가 본인에게는 알리지 않고 마음대로 DNA 수사를 하겠다니, 그건 위법일 뿐이야!”
가구라 주임 : 가지런한 이목구비와 큰 키, 슬림한 몸매로 여성들이 선호하는 인기남. 하지만 서늘한 목소리를 지닌 냉철한 까도남 연구원 “다른 사람의 DNA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 지도층의 허락을 받았고 이미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디지털 데이터를 믿는 연구원과 오감을 발휘한 수사를 믿는 형사. 두 인물 사이의 얽히고설킨 갈등.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이 벌이는 첨예한 갈등과 팽팽한 긴장감이 책을 손에서 놓을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얼마전에 히가시노 게이고 신작을 읽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가 제가 가진 최대의 창조력을 구사하였습니다. 당신의 상상력을 뛰어넘었는지요? 라고 단언을 하는 책이 나왔다. 물론 이책을 읽고 있는 지금도 서점가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다른 신작이 나왔고, 그 책에 눈길이 가고 있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 한다. 이 책은 집필에 3년 반이 걸렸다고 말이다. 히가시노 게이코 등단이후 60여편의 작품을 쏟아내는걸 본다면 3년 반이라는 시간은 어마어마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분명 이런 문제를 다룰때가 되었다.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누구나 히가시노 게이고가 말하고 있는 현대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 국가권력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을테니 말이다.   앞부분만 읽고는 톰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가 떠올랐다. 미래를 예지하는 예지자들과 그들이 원천봉쇄를 해버리는 범죄. 그리고 지금 가구라와 아사마가 펼치는 단하가닥의 머리카락으로 밝혀내는 범인의 신상명세.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2010년 일본 도쿄 시부야의 한 모텔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현장 수색 결과 범인의 모발과 음모가 발견되고, 이것은 경찰청 특수해석연구소의 ‘가구라 주임’이 취급하는 DNA 수사 시스템에 넘어간다. 가구라 주임은 DNA 해석 결과를 토대로 범인의 인척을 추려내고, 빠른 시간 안에 범인을 검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편 범죄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DNA 법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검거율은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수사의 대부분이 디지털 데이터에 의존하게 되면서 형사들이 현장을 뛰어다니며 끈질기게 사건을 파고드는 일이 점차 줄어든다. 게다가 DNA 법안 통과를 비웃듯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 수사는 난항을 거듭하고 경찰청 특수해석연구소의 DNA 수사 시스템의 검색 결과는 ‘NOT FOUND’. 연이은 NF13이라는 이름의 사건들. 그리고 가구라주임과 함께 DNA 시스템을 개발했던 개발자들이 살해당하고, 살해당한 다테시나 소키에게서 발견된 모발 한가닥.

 

처음부터 이야기는 가구라 주임의 또 하나의 인격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반전제를 통해 가구라에게서 드러나는 '류'라는 인물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아니, 기시 유스케의 ISOLA의 영향으로 그리 혼란스럽지가 않았다. 심지어 스즈랑조차도 말이다. 작가는 심지어 스즈랑의 존재를 알려주기위해서 꽤나 많은 단서들을 보여주고 있다 (가구라는 등받이에 상체를 깊숙이 묻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때, 앞자리의 가운데 틈으로 두 사람을 엿보는 눈길이 느껴졌다. 앞자리에 앉아 있는 승객이다. - p.287).  DNA 수사 시스템으로 밝혀진 다테시나 소키의 살인범은 가구라로 나온다.  그러니 그가 가만히 앉아 있을리가 없지 않는가? 아무리 다중인격이라 할지라도, 그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진 범죄를 파헤쳐야만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를 돕고자 하는 리사.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누가 범인이지? 가구라가 범인인가? 아님 그를 돕고 있는 리사? 그도 아니면 아무 연관도 없을것 같은 아사마형사? 첫부분은 그리 많이 상상력을 뛰어넘지는 않았다. 작가는 최고의 창조력을 구사했다고 장담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책을 떼어 놓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어디부터를 반전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류'가 그리는 '손'이 포커스가 아닐까 싶다.

 

범인은 밝혀진다.  NF13또한 밝혀진다.  문제는 그때문에 씁쓸하다.  국민이 아닌 지도층의 이득을 위해 DNA 정보를 남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데이터로 인해 이런 일들이 충분히 일어날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시각에도 이런 일들이 시나브로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도층이 아닌 국민이니 알수가 없지 않는가?  
이보세요. 아사마 반장님. 국민이 뭘 어쩔 수 있다는 겁니까? 국민의 반대 따위는 아무 소용이 없어요. 국민들이 '그렇게 터무니 없는 법안을 통과시키다니 용서할 수 없다.'라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초기뿐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상황에 익숙해지지요.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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