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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른이 되려나 봐요 - 스페인 아펠레스 메스트레스 상 수상
마리아 마르티네스 이 벤드렐 지음, 카르메 솔레 벤드렐 그림, 김미화 옮김 / 풀빛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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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르타는 울보다. 마르타가 우는 이유는 항상 다르지만, 사람들 눈에는 언제나 같아 보인다. 매일 우는 아이. 하지만, 마르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슬픔이 밀려오면 가슴 깊은 곳에 눈물 강이 만들어 지고, 그 강이 마르타의 가슴을 꽉 채우고는 두 눈에 고인 눈물이 못참고 쏟아져 내린다. 눈물만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슬픔은 소리가 되어 흘러나온다. 한참을 울고 나면 마음이 평온해지기 때문에 마르타는 눈물이 슬품을 위로해 주었다고 믿고 있는 그런 아이다. 그래서 마르타는 울보다.

마르타의 풍성한 머리카락은 빛 바랜 황금빛이다. 허리에 닿을락 말락 양 갈래로 땋아내린 머리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마르타의 머리에는 마르타의 마음이 담겨있다. 마르타의 머리가 가슴위에 얌전히 놓이면 기분이 좋은 거. 슬프거나 걱정이 있을때는 마르타의 머리도 똑같아진다. 그럴때는 머리에 신경을 못 쓰니까. 마르타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황금빛 머리를 정말 좋아하고, 어른이 되면 발목까지 머리를 기르고 싶어있다. 그리고 천천히 정성스럽게 머리를 빗고 싶어한다.
마르타는 혼자 머리를 빗을 수 없다. 항상 머리를 예쁘게 땋아주던 엄마가 아프시기 때문이다. 고모는 머리를 서투른 솜씨로 대충대충 빗겨주신다. 고모에게는 마르타의 땋은 머리가 소중하지 않다. 그런데 아빠가 여름 방학에 여행을 가잔다. 좋아해야하는데, 아빠는 마르타의 머리를 예쁘게 땋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자르는게 좋겠단다. 마르타의 가슴속에 슬픔과 눈물이 한가득 차올랐지만 마르타는 눈물이 나오지 않도록 꾹 참았다. 그리고 싹둑싹둑 황금빛 땋은 머리를 잘라 파란 종이에 감싸 서랍안에 간직했다.
마르타의 여름휴가는 슬픔만큼이나 좋았다. 아름다운 풍경도 보고 목동의 일도 돕고, 비밀스런 오솔길도 걷고. 사랑하는 엄마에게 긴 편지도 썼다. 아빠와 함께한 여행 이야기와 짧은 머리가 익숙해졌다는 것과. 이제 혼자서 머리를 빗을 수 있다는 것도. 여름휴가와 함께 마르타는 점점 커가는 걸 느낀다. 스스로 머리를 빗으면서 마르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새로운 머리칼이 자라고 있으니까. 머리가 길어지면 다시 땋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떠나 버렸다. 가슴속에 엄청나게 큰 구멍이 뚤려버렸다. 머리를 자르고 생겼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구멍이 말이다. 슬픈눈으로 마르타를 보는 사람들이 미운데, 사람들이 자꾸 수군거린다. 머리를 자른 마르타가 엄마랑 똑같다고 말이다. 거울 속 마르타의 머리가 엄마를 생각나게 한다. 엄마 머리는 붉은 갈색인데, 엄마 처럼 붉은 갈색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젠 괜찮다. 마르타의 가슴속에 새로운 감정들이 자라고 있으니까. 새롭고, 낯설고, 달콤하고, 쌉싸래한..
'내가 사랑했던 땋은 머리... 이제는 없어도 괜찮아. 엄마, 나 이제 어른이 된 걸까?'
저자 마리아 마르티네스 이 벤드렐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병원에서 아동 심리치료 전문의로 일하고 있단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는 상처받은 한 아이의 성장통을 주제로 한《이제 어른이 되려나 봐요》로 스페인 출판사에서 수여하는 최고 권위 있는 상인 아펠레스 메스트레스 상을 수상했다. 《이제 어른이 되려나 봐요》는 소문난 울보 마르타가 길고 풍성한 자신의 머리칼을 통해 사랑하는
것과 이별하고, 다시 그것을 극복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을 잔잔하게 들려준다. ‘삶의 길목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있는데, 그것은 어른이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도록 도와주고, 쉽게 상처받고 또 쉽게 치유되기도 한다는 걸 알려준다. 한 번의 슬픔은 한 번의 깨달음과 한 단계의 성장을 선물한다는 삶의 철학을 아름다운 문체로 말하고 있다. 굉장히 짧은 책임에도 카르메 솔레 벤드렐의 그림과 마리아 마르티네스 이 벤드렐의 글이 잘 어우러진다. 달님을 바라보고 있는 마르타의 모습은 정말 엄마를 닮아있다. 마르타의 구멍난 가슴을 시간이 채워주듯,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의 상처들도 하나씩 보듬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