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조절구역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장점숙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실버 배틀'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이 살인 게임이 이번에 일본 전국에서 90개 지구, 도쿄 도에서는 3개 소에서 일제히 개시되어집니다.  이 제도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바야흐로 폭발적으로 증대한 노인 인구를 조절하고, 젊은이 하나가 평균적으로 노인 일곱 명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경감시키고, 그렇게 함으로써 파산 직전의 국민연금제도를 유지시키며, 동시에 저출산 추세를 상대적으로 해소시키는 제도입니다.   -  p. 36

 



고령화 시대로 극심한 경제적 위기에 몰린 일본을 배경으로 한 츠츠이 야스타카의 신작 SF소설. 상상력의 거장이 펼치는 처절한 생존 게임이 시작된다.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인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 설립된 일본의 중앙인구조절기구(CJCK)는 노인상호처형제도를 통해 문제해결에 나선다. 70세 이상의 노인에 한해 지정된 지구 내의 노인들은 인구에 상관없이 딱 한 명만이 생존할 수 있게 한 이 제도로 노인들은 이제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한다. 만약 배틀 완료 시점인 한 달 뒤에 생존자가 한 명 이상 살아남으면 정부의 관할 하에 생존자 모두가 처형된다.  생존을 위해 각종 무기는 허용되나, 해외도피나 이사 등은 허락되지 않으며, 노인 외의 사람을 살상할 수 없다. 노인복지시설이나 집 안에서 안락을 취하며 생을 연명하던 노인들, 그들이 이제 살기 위해 총과 칼을 들기 시작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SF작가라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시작 소설이 나왔다. IQ 178이라는 천재적인 작가의 머릿속에서 펼쳐진 이야기는 극도로 공포스럽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어쩜 일본이라는 나라라서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워낙에 자극적이고 살벌한 이야기들이 솔솔히 들려오는 나라 아니던가.  초고령화 시대를 맞기 시작한것은 일본 뿐만이 아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보험중에선 종신 보험보다는 연금보험이 더 유행이다.  소설은 그런 상황까지 염두해두면서 풀어내고 있다. 배틀이 시작되면 노인 연금과 기타 모든 복지가 끊긴다.  보험회사에서는 배틀 중 사망할 경우엔 보험금 지급이 안되어서, 도산을 하고 만다. 누가 보험을 들겠는가?  하지만, 지금 이 배틀을 해야만하는 이유가 있다.  배틀이 끝나면 향후 40년간 배틀이 없다. 69세라도 70세가 안된 사람은 자신의 천수를 누릴 수 있는것이다. 그래서 배틀을 독려한다.

 

배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와 앗! 이거, 재미있네요.  아참! 재미있다느니 하는 말을 하면 안 되지요. 모두들 진지하게 싸우고 계십니다.  방금 쇄겸을 휘두르던 할머니가, 쇠사슬이 자신의 목에 감기면서 쇠뭉치로 얼굴을 치는 바람에 쓰러졌습니다.  어머나, 동시다발적으로 무지무지 재미있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어느 것부터 보고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카메라는 한 대뿐이고요. - p.293

 

배틀을 독려할 뿐 아니라, 스포츠 중계처럼 방송으로 내보낸다.  사람과 사람의 싸움, 단순한 싸움이 아닌 살인게임을 70이 안된 사람들은 즐기고 있다.  각 지구 배틀 경쟁에서는 서로를 죽고 죽이려는 술수와 모략이 판을 친다. 혼자 움직이는 사람, 편을 짜서 움직이는 사람, 자살하는 사람, 힘이 있는 자에게 들러붙어 남은 목숨을 연명하는 사람. 일종의 작은 사회가 실버 배틀에서 형성된다. 이제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살아남는 것이다. 윤리나 도덕으로 기억되는 인간의 모습은 생존의 위협 속에 망각된다. 피가 튀고 차가운 무기들에 몸을 짓이긴 채, 고성과 외마디 소리가 메아리치는 거리에선, 선량하고 마음씨 좋은 주인공 우타니 구이치로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끔찍하고 무섭지만, 이 속에는 블랙유머와 독설, 풍자가 숨어있다.  담당 감독관은 좀더 적극적으로 배틀에 임하라고 닦달하고,  배틀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죽기전에 자신의 지병이 있는곳은 찔러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시원하다를 외치기도 한다.

 

이 금기된 주제를 다른 <인구조절구역>은 2005년 1월부터 10월호까지 월간<소설신조>에 연재되었었단다. 어떻게 아무런 문제도 일지 않고 책이 나올 수 있었을까?  분명 찬반양론이 일어났어야 함에도, 노인처형제도를 다룬 이 소설은 츠츠이 야스타카의 작품이기에 우려했던 논쟁은 일지 않았단다.  작가 스스로가 이 작품이 가져올 충격과 파장을 고려해 2005년 월간<소설신조>에 연재했을 당시, 나이가 만으로 일흔 한살이 될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일흔살이 넘은 작가가 일흔살 넘은 노인들의 상호처형제도를 다루었기때문에 문제가 안되었다는 것이다.  노인이 노인인 것 자체가 죄라고 보고있는 <인구조절구역>. 원제목은 <은령의 말로>다. 은령은 '눈에 덮여 은빛으로 빛나는 산꼭대기' 라고 하니, 원제목은 꽤나 서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늙음이라는 문제를 액션과 풍자, 블랙유머를 동원해서 들려주고 있는 이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에 가끔씩 머리가 끄덕여지는건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악 때문이 아닌가 싶어 몸서리치게 두렵다.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이런 끔찍한 이야기가 아닌 비슷한 이야기일 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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