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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신경립 옮김 / 창해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못 읽었던 책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다음 작품들은 거의 다 읽었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 스스로가 본격 학원 추리물이라 말하고 있는 작품을 읽지 못했다.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가, 반나절이면 읽겠다 싶어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답게 술술 넘어간다. 반나절도 안돼서 다 읽어 버리고, 다른 책 한 권도 읽어 버렸으니 말이다.
니시하라 소이치: 치밀하고 시니컬한 성격의 명문 슈분칸 고등학교의 야구부 주장. 자신에게 오롯한 사랑을 주었던 유키코가 사고로 죽자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덜기 위해 사건의 진상에 뛰어든다.
나라사키 가오루: 연예인 못지않은 깜찍한 외모로 인기 많은 야구부 매니저. 단짝 친구였던 유키코가 사고로 죽자 진실을 밝혀 달라며 수업 거부도 마다하지 않는다.
야구부의 미남 투수 가와이: 짝사랑하던 유키코를 위해 정보를 찾아 움직인다. - 출판사 소개글 중에서 펌
동급생이라는 말이 참 생소하다. 어머니 시대에나 쓸법한 단어가 나오니 말이다. 같은 학년이나 같은 학급에 다니는 아이를 일컷는 말이 동급생이다. 그 동급생들에게 무슨 일인가 생겼다. 주인공인 니시하라 소이치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심장 기형으로 태어난 어린 여동생 하루미와 현실의 벽 앞에 철저하게 고개를 숙인 아버지는 그를 불안정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내몰고, 니시하라는 감정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야구를 택한다. 그런데. 5월의 어느 날, 니시하라는 사귀던 여학생이 교통사고로 죽는 갑작스런 일이 터지자 혼란스러운 슬픔에 빠진다. 그 와중에 유키코에 대한 소문, 임신을 해서 산부인과에 나오는 길에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교에 퍼진다. 연예인 못지않게 귀여웠던 유키코는 많은 선배와 동기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지만, 교제 신청을 늘 거절했기에 아무도 그녀가 야구부 주장 니시하라와 사귀는 걸 몰랐다. 오직 그녀의 단짝 친구 가오루만이 그 비밀을 알고 있다. 유키코의 나쁜 소문을 들은 니시하라는 소문을 뒤쫓다가, 그녀가 단순한 교통사고로 죽은 게 아님을 알게 된다. 니시하라는 수업 중에 자신이 유키코의 애인이었다고 밝히고, 유키코가 죽을 때 옆에 있었던 여선생 미사키에게 사건을 진상을 말해 달라고 독촉한다. 하지만 명문으로 유명한 슈분칸 고등학교 교사들은, 학교의 이미지에 흠집이 날까봐 사건을 덮기에 급급하다.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다, 다른 두가지 사건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다. 니시하라가 추궁하던 미사키 선생님이 3학년 3반에서 살해당하고, 니시하라가 전에 사기고, 유일하게 그의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히로코역시 살인 미수 사건을 당하게 된다.
미스테리와 성장소설의 모든 요소를 동시에 갖춤으로 이 소설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찬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고등학생의 심리를 어쩜 이렇게 잘 표현해 냈는지, 세월이 흘러 미움받을 차례가 되었다는 작가의 말을 어색하게 만든다. 니시하라가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이녀석 야구 그만하고, 형사를 하면 딱이겠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정도로 니시하라는 참 매력적인 아이다. 하지만, 유키코의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직 덜 성숙된 영혼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풋풋하다. 어느 드라마에서 나온 말처럼, 그 모습만으로 빛나는 아이들은 그 빛남을 모르고, 이제 빛날일이 없는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면서 빛남을 안다고 한다. 그래서 신은 공평하다고 말이다. 내 고등학교 시절도, 선생님들이 참 끔찍했었다고 느꼈는데, 어느 나라나 변함이 없는듯 하다. 모두 불쌍한 사람들. 죽은 사람도 살아있는 사람도. 그래도 청춘은 아름답다. 그 허세조차도 아름답다. 내일이 준비되어 있는 아이들이니 말이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 취급을 받은 뒤에도 유키코의 애인인 척했던 것도, 히로코에게 보란듯이 과시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었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처참한 꼴을 당하는 거야. - 그런 볼썽사나운 주장을 하고 있던 셈이다. 여자에게 차였다고 그 분풀이로 상대를 괴롭히는 짓과 다를 바 없이 비열한 짓이었다. 그런 나를 그녀는 구해주었다. - p. 390
궁금하다면,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