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거짓말 - 카네기 메달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0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정회성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몇 해 전인가. 하리수라는 배우가 처음 데뷔했을때, 화장품 선전 문구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늘씬하고 예쁜 여자 모델의 등장과 함께 목 울대가 울리는 장면이었는데, '새빨간 거짓말' 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그 장면이 생각났다. 왜 거짓말에 빨강을 붙였을까?  온통이라는 뜻이 있다고도 하고, 러시아 혁명당시 붉은 부대에 얼통당토 않은 선전 문구때문이라고도 하지만, 어쨌든, 거짓말에 '새빨간'이라는 어구가 붙으면 굉장한 거짓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길래,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원제는 '거짓말투성이'라는 뜻에 'A Pack of Lies'다. 어찌되었든, 거짓말을 어떻게 풀어 놓았을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1988년 출간 후 “현대판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찬사를 받으며 카네기 메달과 가디언 상을 석권했고, 영국의 유력 언론사 <가디언>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아동문학’에 뽑히기도 했으니, 이 책의 내공이 만만치는 않을듯 하기도 하고, 내게 있어서 청소년 책은 언제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힘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도서관'에 전혀 관심이 없는 에일사가 도서관 견학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초록색 재킷과 크리켓을 입고, 지적여 보이지만, 창백한 피부를 가진 이상한 남자, MCC 버크셔를 만난다. 갈곳이 없다고 다짜고짜로 따라온 남자덕분에 포비 골동품점은 점원을 얻게된다.  이 이상한 남자는  샌드위치 한조각에 잠만 잘수 있게 해주면, 공짜로 일해준다니 혹할 수 밖에. 그런데, 이남자 책만읽는다. 두 모녀가 사람을 잘못 뽑았다고 생각할무렵,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탁월한 이야기 솜씨로 사람들을 매혹시키며 물건을 팔기 시작하는 MCC 버크셔. 거짓말이라는 포비 부인에게 그는 이야기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픽션, 즉 허구이지요. 내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것, 모든 사람이 내게 원하는 바로 그 허구란 말입니다, 부인. 요컨대 꾸민 이야기지요.” - p.50

 

시계, 필기구함, 접시, 식탁, 하프시코드, 우산꽂이, 거울, 접이식 뚜껑이 달린 책상, 나무상자, 장난감 병정, 침대까지 그가 펼쳐내는 말의 향연은 기가막힐 정도로 빨려들게 만든다. 그가 이야기를 할때마다 그 주변에 있는 책과, 아무런 꺼리김없이 그가 말하는 허구의 세계는 거짓인지 알면서도 빠져들어서, 골동품점에 온 손님들과 책을 읽고 있는 내 혼을 빼놓어 버린다. 그리고 그들은 거금을 내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것 같은 물건들을 사간다. 골동품점 자체에 신비로움과 함께 그가 펼쳐내는 그들이 시선을 두는 골동품에 얽힌 아찔한 모험담, 로맨스, 코미디, 비극, 미스터리까지 이 글은 장르를 망나한 하나의 '만화경'같다. 끊임없이 변하는 '만화경'.  어린시절 만화경을 보면서 얼마나 신기했는지... 읽은 후에야, 현대판 '아라비안나이트'라는 말이 이해가 됐다.  끊없이 펼쳐질것 같은 버크샤의 이야기는 그가 지내던 낡은 침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끝을 맺는다.  그리고 그렇게 끝인줄 알았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끝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책... 버크샤가 만들었을까? 평범한 끝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확 뒤집어 버린다. 내가 읽은 이야기가 거짓말인가? 어디까지가 허구지?

 

"버크셔 씨는 존재하지 않는데,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어. 그렇다면 가능한 설명은 오직 하나뿐이지.” 순간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으면서 하늘이 더욱 하얗게 보였다. 깨달음의 실체는 번갯불이나 천둥처럼 빠르게 떠오르지 않았다.-P.301

 

이야기의 끝은 독자의 몫이다.  작가가 어떤 결말을 내리든, 읽는이가 받아들여야 한다.  참 괜찮은 소설, <새빨간 거짓말>. 재미까지 있으니 이 책 속에 빠져있던 4시간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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