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씨 부인전 ㅣ 재미있다! 우리 고전 4
김종광 지음, 홍선주 그림 / 창비 / 2003년 8월
평점 :
창비에서 나온 책을 이제야 발견했다. 새마을문고에 들렸다가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어 봤더니, 우리 고전 이야기다. 다른 시리즈가 있나 살펴보아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이 책만 있다. 2009년에 도서관에 들어온 책임에도 너무나 고운 자태를 뽑내고 있어 의아했다. 이 귀한책이 속에 숨어있어서 찾지를 못했나 보다. 어린이 책들을 좋아한다. 왜 좋냐고 하면야 할 말이 없지만, 내가 아직 자라지 않아서인지, 아님, 아이들하고 소통하기 위해서인지 는 알 수 없지만, 무작정 어린이 책들이 좋다.
할머니와 함께 살았었는데, 할머니는 어린 내게 별별 이야기를 다 해주셨던것 같다. 이 <박씨부인전>이 아직도 기억이 나고 있으니 말이다. 어린시절 읽었던 책이었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세세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늘나라 선녀가 죄를 지어서 못생긴 얼굴을 하고 있다가, 그 죄를 다 씻고는 어여쁜 색시가 되었다는 이야기 였던것 같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참 많다. 얼마 전 읽었던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들>에서 모모부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또한 이런 이야기일 것이다. 그뿐 인가.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 읽기 시작하는 이야기중에 <구렁덩덩 새선비>도 있지 않은가. 남녀의 역할이 바뀌긴 했지만, 이 이야기와 사뭇 비슷하다.
<박씨 부인전>은 박씨 부인이 이시백과 혼인하여 박대를 받다가 허물을 벗는 전반부와 오랑캐의 침략을 물리치는 후반부로 이루어져 있다. ‘얼굴은 이끼로 덮인 돌덩이처럼 빡빡 얽었고 눈은 실 드나드는 바늘귀만하고, 코는 험한 바위 같고 나발 같은 입은 두 주먹을 넣고도 남을 만큼 큰’, 흉측한 박씨 부인은 남편과 시어머니의 온갖 박대를 받으면서도 이를 묵묵히 견뎌낸다. 오히려 집안 식구들이 자기 때문에 불편해할까 봐 뒤뜰에 ‘피화당(避禍堂)’을 지어 홀로 외로운 생활을 해나간다. 박씨 부인의 신통한 재주는 시아버지의 조복을 하룻밤 만에 혼자 다 짓는다든지, 비루먹은 망아지를 사서 키우면 높은 가격에 중국의 사신이 사리라는 것을 예측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드러난다. 박씨 부인의 초인적인 능력은 허물을 벗은 후에 더욱 두드러진다. 임경업을 죽이기 위해 간교한 청나라 왕과 왕비가 보낸 여자 자객 기홍대를 도술로 물리치고 오히려 호되게 꾸짖어 청나라로 돌려보냄으로써 임금으로부터 ‘명월부인’이라는 칭호를 받는다.
이후에도 박씨 부인은 청나라의 침략을 예상하지만, 간신 김자점으로 인해 이루어지지 못하고, 조선은 용골대 용율대 형제가 이끄는 오랑캐에게 침략을 당해 임금이 남한산성으로 피하는 등 꼼짝없이 갇히는 신세가 된다. 특히 피화당 주위의 신기한 나무들이 모두 갑옷 입은 군사로 변한다거나 몸종 계화에게 도술을 걸어 용율대의 목을 베어 집 앞에 걸어놓고, 이에 분개한 형 용골대와 대적해 물리치는 박씨의 기개와 능력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결국 용골대를 비롯한 오랑캐들은 ‘다시는 조선 땅에 발을 들여놓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청나라로 돌아가지만, 수많은 백성들이 피를 흘렸으며 여인들과 세자, 대군 등이 잡혀 가게 된다. 다시 한양성으로 돌아온 임금은 박씨 부인의 혜안에 따르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박씨 부인에게 ‘충렬부인’이라는 칭호와 상을 내려 이시백의 집안은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게 된다.
창비에서 나온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실존 인물이 끊임없이 등장해서 이이야기가 사기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토록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주니 허구임에는 틀림없을듯 하다. 이 시기에 나온 이야기 중에서 이토록 여성이 초인적인 능력과,지력을 갖춘 이야기가 있나 싶을 정도로 이야기속 남성들은 참 한심하다. 꽤나 많은 이본들이 발견되어 지고 있기에 내가 알고 있는이야기들도 여러가지다. 하지만, 이런 소설이 그 시대에 있었음이 참 감사하다. '남녀평등'을 외치지 않더라도, 우리 조상들은 벌써 알고 있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