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발 헤어질래?
고예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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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천하 유아독존 똥고집 소설가 언니 권혜미

내숭 100단 콧대 1000단 얼짱 동생 권지연

 

우리집은 남매만 있다. 그것도 달랑 둘.  어린시절엔 남매여도 동생이길 원했고, 지금은 울 어무이가 늦게라도 여동생 하나만 더 낳아주셨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그러고도 나또한 달랑 남매만 낳았다. 어쩜 그리도 똑같은지. 남매는 그렇게 끈끈하지 못하다. 아니, 끈끈할 수가 없다. 중학교에 들어간 순간 서로의 길은 너무나 동떨어져서 따로 따로 길을 걷는다.  한방을 쓸 수도, 목욕탕을 갔이갈수도 없다. 그나마 결혼을 한 후에 남편과 동생이 한편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나는 따로다.동생이 결혼을 해서 동생댁을 데리고 오지 않는 한은 여전히 혼자다. 사실, 친구같고 언니같은 엄마가 계시긴 하지만, 엄마는 엄마다.그래서 자매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그렇지 만도 않은듯 하다. 이건 뭐. 치고 박고 난리가 아니다.  남동생과는 이렇게 싸워본 적이 없다. 거기에 유치찬란하기 까지 하다. 뭐 그런걸로 다 싸울까 싶은데 싸운다. 언니 옷을 몰래 입고 나가고도 아무렇지 않은 동생. 동생이 옷과 가방을 썼다고 옷장에 열쇠를 달아버리는 언니. 그뿐이 아니다. 어쩜 요 두 자매는 사는 방식이 이렇게 다른지 모른다.집만 깔끔한 언니와 자기만 깔끔한 동생이 서로 의기투합하여 잘 살아 볼수도 있으련만 시시건건 싸움이다. 언니는 언니대로 동생때문에 못산다 하고, 동생은 시어머니같은 언니때문에 못산다고 번갈아가면서 엄마한테 전화를 한다. 요런 자매를 둔 어무이는 엄마가 아니라 어무이다. 어쩜 이렇게 엄마 속을 박박 긁어데는지 모른다. 아마, 둘 다 결혼을 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책으로 만 읽으니 재미있기는 하다. 이렇게 싸울 여동생도 언니도 없는 나는 더 그렇다.

 

서른이 코앞인데도, 남자 친구하나없는 언니, 권혜미의 직업은 소설가다. 그것도 꽤나 잘 나가는 소설가다.  어렸을때는 머리좋고 얼굴예쁜 동생덕분에 빛을 발하지 못했는데, 이젠 아버지가 입에 거품을 물면서 칭찬을 마다하지 않는 소설가다. 소설 당선료를 받았다고, 동생에게 용돈으로 200만원이라는 거금도 선뜻내주는 때도 있는 통도 큰 언니다. 그렇담 권지연은 어떤가?  미국으로 유학고 다녀왔고, 어렸을때는 천재소리를 들었단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렸을땐 그냥 뭐든지 외워졌단다. 어렸을땐 말이다. 지금은 얼굴과 몸 가꾸고 내숭으로 멋진남자 사귀는것이 본업이 되어버린 공대 홍일점이다. 그런데, 요 아가씨 하는짓이 요상하다. 분명 뭔가가 있다. 사실 그 뭔가가 그리 비밀스럽지는 않다. 그냥 처음부터 툭 터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가족들이 참 무심한건지 어떤건지 눈치를 못챈다.

 

작가는 이야기 한다. 자신의 소설의 결말이 너무 소설답지 않다고 말이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소설다움을 택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에겐 맞다. 난 작가의 이야기하는 것처럼 따뜻한 불행이 전개되는 이야기보다는 차가운 행복으로 풀어진 이야기가 더 좋으니 말이다.  참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듯 하긴 하지만, 그래서 소설 아닌가?  따끈따끈하고 자매는 이럴 수도 있다를 보여주는것 같은 <우리 제발 헤어질래?> 그들이 헤어진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가족이니까 말이다. 가족이 헤어진다는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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